[FN 스포트라이트. 52시간 향한 새 걸음]

'저녁 있는 삶' 만족하지만… 회사 GPS로 위치추적 등 불만

(中) 근로시간 단축 빛과 그림자
국민 64% "가족과 여가 생활"..운동·휴식·자기개발 등 긍정적
일부 회사 실시간 직원위치 수집..집중시간 흡연땐 불이익 경고 등 사생활 침해 논란에 노사갈등도

GS건설 본사 인근 표지판. 집중근무시간 중 흡연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사진=이진혁 기자
3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기업의 문화가 바뀌고 있다. 일부는 '저녁있는 삶'이 생겼다고 반기는 반면, 되레 사측에 의한 감시가 심해졌다고 불만을 터트리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국민 10명 중 6명 "단축 근무 찬성"

15일 문화체육관광부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근로시간 단축에 긍정 평가(64.2%)가 부정평가(28.5%)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여론조사에 참여한 63%는 단축근무제가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64.0%는 노동시간 단축 시행으로 늘어난 여가를 가정생활로 보낸다고 답했다. 이어 건강·휴식(58.1%), 취미·여가·여행활동(43.3%), 자기개발(15.5%)등으로 쓰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시중은행에 근무하는 석모씨(31)는 "52시간 근무제 도입 이후 저녁 7시에 꺼지던 컴퓨터가 6시에 꺼진다"며 "바쁠 땐 챙기지 못했던 점심시간도 의무적으로 1시간 생겨 이제 서야 '웰빙'을 느낀다"고 했다. 석씨는 최근에 헬스클럽을 등록해 여가생활을 즐기고 있다.

52시간 근무제 도입에 맞춰 오전 7시~10시 출근, 오후 4시~8시 퇴근의 범위 안에서 근무시간을 선택할 수 있는 출퇴근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현대·기아자동차 근로자들도 만족도가 높았다.

기아차 본사에서 근무하는 김모씨(30)는 "개인 일정에 맞춰 근무 시간을 조절할 수 있어 업무 효율이 좋다"며 "특히 개인적으로 은행 업무를 보려면 '비근무 시간'으로 입력하고 다녀올 수 있어 편리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감시' 수준의 근태관리 시스템이 생겨났다는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다.

전체 직원 중 70% 이상이 외근직인 한국전기안전공사의 경우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맞춰 직원들의 업무량을 파악하기 위해 GPS(위성항법시스템) 제도를 지난 1일부터 도입했다. GPS제도는 업무용 휴대전화에 본사 전산망으로 실시간 위치정보가 전송되는 '스마트 근무 관리 앱'을 설치해 직원들의 근무시간을 파악하는 시스템이다. 아파트나 공장, 상가 등에서 전기설비를 점검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전국 60개 사업소 현장 직원이 대상이다.

■GPS 불만… "근무시간 산출 목적"

일부 직원들은 사측에 실시간 위치정보가 공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생활 침해 등의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전기안전공사 한 직원은 "제도의 취지가 업무계량이라고는 하지만 매달 1000곳이라는 말도 안 되는 업무량이 주어지는 상황에서 왜 직원들을 감시하고 말려 죽이려는 것인지 알 수 없다"며 "사측에서 마음만 먹으면 직원들의 동선 까지도 파악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드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공사 측 관계자는 "몇몇 직원들이 '회사가 이동경로를 추적한다'는 오해를 갖고 있지만, 작업하는 시점에만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라며 "정보 열람 역시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근로시간 산출을 집계하는 목적으로 인사부에서만 가능하다"고 해명했다.

이어 "제도 도입은 노사가 합의한 사항이다. 직원들이 궁금해 하는 사항에 대해서는 취합해 지속적으로 교육하고, 개선해 나갈 것"이라며 "단순 내부감사나 동선파악을 위한 위치정보 사용은 금지하겠다"고 덧붙였다.

근무시간에 자리 이탈을 금지하는 회사도 있었다. GS건설은 본사 인근 흡연 장소에 표지판을 설치했다.
해당 표지판에는 '집중근무시간 중 흡연은 monitoring의 대상이 됩니다. 주 40시간 근무 문화 정착을 위해 협조 바랍니다'고 적혀있다. 이에 직원들 사이에서는 '담배 피다가 인사 평가의 대상도 될 수 있겠다'는 반발이 나온다.

beruf@fnnews.com 이진혁 이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