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회장, 보기 드문 '용퇴'
대한민국 원양산업의 산증인 '캡틴 킴' 동원그룹 김재철 회장(사진)이 후배들에게 바다를 맡기고 일선에서 물러났다. 창업 반세기 만의 명예로운 은퇴다.
창업 1세대가 명예롭게 자진 퇴진한 것으로 재계에서 드문 사례다. 동원그룹은 당분간 차남인 김남정 부회장 체제로 운영된다.
김 회장은 수산대 출신으로 26세 젊은 나이에 원양어선 선장이 돼 대한민국의 원양업 신화를 쓴 국보급 일꾼이다.
김 회장은 이후 50년의 세월을 거치며 공격적인 사업확장과 인수합병으로 수산·식품·패키징·물류를 아우르는 연 매출 7조2000억원대에 달하는 지금의 동원그룹을 만들었다.
특히 지난 2008년 미국 최대 참치 브랜드인 스타키스트 인수를 시작으로 세네갈의 통조림 회사 스카사, 베트남의 종합 포장재기업 TTP·MVP 등을 잇따라 인수하며 글로벌 그룹으로 발돋움했다.
김 회장은 16일 경기 이천 '동원리더스아카데미'에서 열린 '동원그룹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통해 "여러분의 역량을 믿고 회장에서 물러서서 활약상을 지켜보며 응원할 것"이라며 사임을 선언했다. 김 회장은 "'인생의 짐은 무거울수록 좋다. 그럴수록 인간은 성장하니까'라는 말을 가슴에 새기고 노력해왔다"며 "동원의 자랑스러운 50년을 만들 수 있도록 바탕이 되어 준 우리나라와 사회에 감사를 드리며 우리 사회에 더욱 필요한 기업이 될 것을 다짐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창립 50주년을 앞두고 오랫동안 고민 끝에 결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창업 세대로서 소임을 다했고 후배들이 마음껏 일할 수 있도록 물러서야 할 시점이라고 판단했다는 후문이다.
김 회장은 평소 "기업은 환경 적응업"이라며 동원의 변화와 혁신을 새로운 세대가 이끌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져왔다.
회장에서 물러난 후 김 회장은 그룹 경영과 관련해 필요한 경우에만 조언을 할 것으로 보인다. 또 재계 원로로서 한국 사회를 위해 기여하는 방안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김 회장은 "그간 하지 못했던 일, 사회에 기여하고 봉사하는 일도 해나갈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회장 퇴진 이후에도 동원그룹 경영은 큰 틀에서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지주회사인 엔터프라이즈가 그룹의 전략과 방향을 잡고 각 계열사는 전문경영인 중심으로 독립경영을 하는 기존 경영에서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도체제 관련해서도 차남인 김남정 부회장이 중심이 돼 경영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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