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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1000원→1원' 화폐개혁, 경기 침체기엔 약보다 독

예병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4.17 17:37

수정 2019.04.17 17:49

다시 불붙은 '리디노미네이션' 논의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우리나라 원화의 거래단위를 낮추는 '리디노미네이션' 논의가 재연되고 있다. 화폐단위 변경 논란이 잊혀질 만하면 한번씩 나오는 것은 원화 거래단위가 한국 경제 위상에 맞지 않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 전체 총금융자산은 1경7148조1000억원이다. 조의 1만배인 일상생활에서 듣도 보도 못한 '경'이란 단위로 표현된다. 우리나라는 무역액, 외환보유액 세계 8위이고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어선 국가다. 하지만 1달러에 네자릿수 환율을 유지하는 화폐단위를 쓰고 있다.
거래 불편을 겪고 대외 위상에서도 문제가 된다. 17일 정치권과 한국은행에 따르면 리디노미네이션 단행 필요성이 제기됨에도 현 시점에서의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 실시했을 경우, 편익보다는 사회적 비용이 더 크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리디노미네이션이 이슈로 부각된 시기는 지난달 25일 한국은행 국회 업무보고에서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논의는 할 때는 됐지만 장점 이외에 단점도 따르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언급 이후 정치권에서도 관련 토론회 준비가 진행되는 등 움직임이 나타났다.

리디노미네이션의 '편리함'과 '국가 위상' 강화라는 장점에도 시기적·경제적으로 리디노미네이션에 대해서는 부정적 의견이 높다. 현금자동입출금기(ATM)나 은행·증권 시스템 등 바꿔야 하는 사회적 비용이나 시행과정에서 유발되는 물가 자극이나 화폐 교환과정 혼란 등 치러야 할 비용이 지나치게 크다는 점에서다.

현재의 한국 경제상황과는 맞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물가가 0%대에 머무는 등 디플레이션(물가하락 속 경기침체)이 우려되는 상황에 리디노미네이션은 시기적으로 잘못된 선택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최배근 건국대 교수는 "지금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 현재 디플레이션 압력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디플레이션을 조장할 수 있다"며 "경기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추가적인 불확실성을 만들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소비 측면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높다. 리디노미네이션은 단기적으로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 판매자 입장에서는 가격을 표시하는 숫자가 작아지면 높이려는 심리적 유인이 작용한다. 반대로 소비자의 수입은 바뀌지 않고 그대로일 가능성이 높다. 결론적으로 경기부진으로 실질구매력은 높아지지 않는 상황에서 리디노미네이션은 가격 상승만 부추겨 소비를 위축시킬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상품가격 인상이 부동산에서 발생할 경우, 소비는 물론이고 경제 전반에 미치는 악영향이 클 수 있다.
리디노미네이션 거론되던 과거 2000년대 초반 서울 강남 부동산 매물이 회수된 사례가 있을 정도로 부동산 투기를 심화시킬 수 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물가 상승하는 것은 경제가 회복되면서 올라가야 좋은 것이다.
리디노미네이션을 하게 되면 (실질구매력은 그래도 유지되고) 물가만 오르게 된다"며 "부동산 가격도 급등은 모르겠지만 교란 가능성은 있고 해외로 자금이 이탈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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