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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대기업들까지 미세먼지 수치 조작했다니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4.18 16:31

수정 2019.04.18 16:31

전남 여수산업단지 사업장 235곳이 미세먼지 원인물질 배출량을 조작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부 산하 영산강유역환경청은 17일 이들이 측정대행업체와 짜고 먼지, 황산화물 등의 배출량 수치를 실제보다 낮게 기록해온 사실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배출조작 업체에는 LG화학, 한화케미칼, SNNC, 대한시멘트 등이 포함돼있다.

대기오염 물질 배출량 조작 실태는 가히 충격적이다. 적발 횟수가 지난 4년간 1만3000여건에 달한다. 이 중 8800여건은 현장 측정 없이 거짓으로 수치를 기록한 것이다.
나머지 4200여건은 현장 측정은 했으나 수치를 실제보다 평균 33.6% 수준으로 낮췄다. 측정대행업체 직원이 배출업체 직원에게 "보내주신 날짜와 농도로 만들어 보내드리면 되나요"라고 묻는 카카오톡 대화 내용은 더욱 충격적이다. 이 정도면 배출조작이 상습·관행적으로 이뤄졌다고 봐야 한다.

그럼에도 당국은 이런 정황을 4년 동안이나 몰랐다니 한심하다. 같은 직원이 같은 시간에 서로 다른 장소에서 측정한 것으로 기록된 것이 전체 조작 건수의 3분의 2(8800여건)나 된다. 기록부만 제대로 확인해도 허위·조작 사실을 알아낼 수 있다. 그런데도 어떻게 4년 동안이나 모르고 있었는지 의문이다. 정부 감시 시스템이 작동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적발 업체들도 비난받아 마땅하다. 미세먼지 배출조작은 국민건강권을 위협하는 행위로 응분의 법적 책임을 무겁게 물어야 한다. LG화학과 한화케미칼 등은 사건 발표 직후 발표문 등을 통해 공식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이에 그치지 말고 지역주민들에 대한 건강영향 평가를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적절한 보상도 하기 바란다.

국회는 최근 미세먼지 방중단 파견을 추진했으나 중국 측이 거절해 성사되지 못했다. 그동안 우리는 미세먼지 책임의 상당 부분을 중국 탓으로 돌려왔다.
그러나 이번 적발 결과를 보면 더 큰 책임이 우리에게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에 적발된 것은 빙산의 일각일 개연성이 높다.
중국을 탓하기에 앞서 우리 내부에 구멍 뚫린 미세먼지 정책부터 바로잡는 것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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