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에서]

미세먼지 책임, 中에 못묻는 그들


올 들어 미세먼지가 유난히 기승을 부렸다. '미세먼지 지옥'이 따로 없다. 하루가 멀다고 잿빛이던 하늘은 4월 들어서야 본래의 얼굴을 보여주고 있다. 김준 연세대 대기과학과 교수에 따르면 올해 3월 초 초미세먼지(PM 2.5) 농도는 2017년 평균보다 무려 6배 높은 150㎍/㎥에 달했다.

초미세먼지는 미세먼지(PM10)의 4분의 1 크기로 기도에서 전혀 걸러지지 않는다. 바로 폐로 침투해 심장질환과 각종 호흡기질병을 일으킨다. 미세먼지가 '조기 사망'의 새 요인으로 떠오른 이유다. 이쯤이면 '침묵의 살인자'만큼 마땅한 별칭이 없는 듯하다. 김 교수는 천리안 위성을 통해 올 들어 다량의 외부 미세먼지가 한반도로 유입된 걸 확인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보수적으로 봐도 초미세먼지 발생의 외부 유입 영향이 60%에 달한다"고 했다. 한반도를 괴롭히는 미세먼지의 주범이 중국이라는 게 과학적으로 재확인된 것이다. 현 정부가 틈만 나면 미세먼지 원인을 국내 운전자나 석탄화력발전소 탓으로 돌리는 게 무색하다.

국내 미세먼지 전문가인 김 교수는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관에서 열린 '미세먼지 현황과 국제공조방안' 세미나에서 이런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패널토론자인 송철한 광주과학기술원 교수도 "미세먼지 최대 배출원인 중국과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국가적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세미나에 참석한 정부관계자들은 약속이나 한 듯 '중국 책임론'은 철저히 함구했다. 장임석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장은 "외부 유입이 있더라도 우리 자체에서 배출을 일시적으로라도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미세먼지 범국가기구인 '국가기후환경회의' 수장인 반기문 위원장은 '지금은 책임공방보다 우리가 할 일을 하고 중국에 요구해야 할 때'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견지했다. 중국보다는 국내적 노력을 선결조건으로 단 것이다.

전경련을 처음 찾은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한술 더 떴다. 조 장관은 애꿎은 기업의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미세먼지의 위기를 기업들이 기회 삼아 새 기술 개발을 하고 중국, 동남아 등 환경시장을 선점하는 기회로 활용해달라"고 발언했다.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미세먼지 해법을 논하는 자리에서 생뚱맞기 그지없다. 조 장관은 중국 요인에 대해서는 양국 고위급 정책협의체 구성, 조기경보체계 구축 등 협력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고 자평했다.

이날 정부 관료들 입에서 중국이 한반도 미세먼지 발생의 책임을 인정했다는 얘기는 끝내 못들었다. 되레, 이날 미세먼지 대책을 촉구하기 위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중국 정부로부터 방문을 퇴짜당했다는 소식만 들렸다. 사실이라면 외교 수치다. 물론 중요한 건 미세먼지를 이 땅에서 없애는 것이다. 그러나 책임소재도 분명한 수순이다. 추후 중국과 미세먼지 해결 공조과정에서 소요될 비용 측면에서도 그렇다.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결과에서 도출된 요인별 분석에 따라 관련비용은 차등 분담돼야 한다. 하지만, 외교부나 환경부 등 현 정부의 자세는 중국과 '50대 50 분담'을 기꺼이 받아들일 분위기다.
우리 국민들이 미세먼지에 더욱 예민한 건 중국과 상당성 때문이다. 어쩌면 고조선이 중국 한나라의 침략으로 멸망한 기원전 108년 이후 수천년 쌓인 우리 국민들의 '한'도 서려 있을 것이다. 모처럼 출범한 미세먼지 범국가기구가 그 한을 조금이나마 풀어주길 바란다.

cgapc@fnnews.com 최갑천 산업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