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외교/통일

北 폼페이오·볼턴 비난 몽니..수렁에 빠진 북미대화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4.21 17:08

수정 2019.04.21 17:08

美측 고위 당국자에 대한 비난..외교적 결례
北,북미대화 교착 속 "체제 결속-책임 전가"
트럼프 메시지 쥔 文, 북미관계 돌파구 열까?
최근 북한으로부터 비난을 받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왼쪽)과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두 사람은 대북 강경론자이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외교안보 부문 핵심 참모로 북한의 미움을 사고 있다. 북한은 이들 두 사람에 대해서는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면서도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개인적 친분이 두텁다고 강조해 미국과 대화라인은 끊지 않았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북한으로부터 비난을 받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왼쪽)과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두 사람은 대북 강경론자이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외교안보 부문 핵심 참모로 북한의 미움을 사고 있다. 북한은 이들 두 사람에 대해서는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면서도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개인적 친분이 두텁다고 강조해 미국과 대화라인은 끊지 않았다. /사진=연합뉴스
북한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겨냥한 비난 발언을 쏟아내면서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대화가 갈수록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개인에 대해서는 호감을 드러내며 '탑다운' 방식을 원하는 모습을 드러냈다.


강경론을 펼치는 핵심 참모 두 사람을 밀쳐내고,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협상을 진행해 비핵화 수 싸움에서 우위에 점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 18일 권정국 외무성 국장과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문답 형식을 빌려 "폼페이오 만 끼어들면 북미협상이 지저분해졌다"면서 교체를 요구했고, 20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볼턴 보좌관에 대해 "이성적 발언을 기대하지 않는다"면서 멍청해 보인다고까지 맹비난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2월 말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영변핵시설 폐기만으로 사실상 제재 전면 해제를 노렸던 북한의 의도에 대해 '노딜'을 이끌어낸 주역으로 평가받고 있고, 회담 결렬 이후에는 대북제재를 견고하게 유지하겠다고 거듭 밝히고 있다.

볼턴 보좌관은 애초부터 대북정책 초강경론자로 북한의 미움을 받아왔고, 지난 17일에는 3차 북미정상회담이 이뤄진다면 '핵무기를 포기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을 했다는 진정한 징후'가 필요하다면서 제대로 된 비핵화 증거를 북한에 요구했다.

정상국가가 되기를 희망한다는 북한 당국이 협상 대상국 고위 관료들을 대상으로 비상식적 비난을 쏟아내고 있는 것은 폼페이오·볼턴 두 사람이 북한의 약점을 꿰뚫었기 때문으로 북미협상 재개에 대한 북한의 초조함을 보여주는 방증이기도 하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최근 북한의 격한 발언에 대해 "하노이 담판 결렬의 책임을 미국으로 돌려 내부 결속을 하는 한편 김 위원장에 대한 충성경쟁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북미협상 조기 재개가 어려워진 상황 속에서 나온 필연적인 수순"이라고 말했다.

신 센터장은 "북한이 이런 행동의 미국의 변화를 유도하지 못하리라는 것은 북한도 알고 있을 것이지만 김 위원장이 '연내'라는 시한을 정했듯 아직은 여유가 있고, 버티면서 체제를 다잡기 위해 이런 발언들을 쏟아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담판을 노딜로 이끄는 역발상 전략을 펴면서 미국 내 폭 넓게 형성된 비핵화 비관론·회의론자들로부터 잘 했다는 평가를 받았고, 재선 전망도 밝아졌다. 즉 미국의 대북외교팀이나 현재 강경한 대북정책을 바꿀 필요가 없는 느긋한 상황이다.

미 CNN은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 메시지에는 3차 북미정상회담을 긍정적으로 이끌 수 있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져 향후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관계를 문 대통령과 우리 정부가 열 수 있을지 관심이 높아진다. /사진=연합뉴스
미 CNN은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 메시지에는 3차 북미정상회담을 긍정적으로 이끌 수 있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져 향후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관계를 문 대통령과 우리 정부가 열 수 있을지 관심이 높아진다. /사진=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미국의 태도 변화가 있다면 3차 북미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미국의 전략이 수정될 가망은 없다. 결국 더욱 급한 쪽이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 비핵화 협상은 무풍지대가 된다. 현재 상황은 미국에게 더 유리하게 흘러가는 모양새다.

한편 이런 가운데 19일(현지시간) 미 CNN은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3차 북미정상회담을 긍정적으로 이끌 수 있는 메시지를 전달받았다고 보도했다.
청와대는 "4차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면 이 메시지가 전달될 것"이라며 보도 사실에 대해 확인했다.

만약 미국의 입장이 일괄적 비핵화·빅딜에서 벗어나지 않거나 추가적인 '당근'이 없다면 향후 비핵화의 분수령이 될 3차 북미정상회담을 긍정적으로 이끌기 어렵다.
따라서 이 메시지 속에 북한을 협상장으로 끌어들일 미국의 어떤 묘안이 담겼는지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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