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촉매개발 기초연구의 우연한 발견 … 수소 만드는 친환경 기술까지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4.22 23:59

수정 2019.04.23 00:29

기초과학연구원 연구진, 효소의 작동원리 닮은 재활용 가능한 광촉매 개발
가격, 효율, 환경 모두 잡은 1석3조 기술 … 네이처 머터리얼스 게재
현택환 단장은 22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HJ비즈니스센터에서 "개발된 촉매를 물을 햇빛으로 수소로 생산하는 광촉매반응에 적용하면 상온·상압에서도 안정적이고, 높은 효율로 친환경 에너지인 수소를 값싸게 제조할 수 있게 됐다"고 연구의 의미를 밝혔다. 사진=김만기 기자
현택환 단장은 22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HJ비즈니스센터에서 "개발된 촉매를 물을 햇빛으로 수소로 생산하는 광촉매반응에 적용하면 상온·상압에서도 안정적이고, 높은 효율로 친환경 에너지인 수소를 값싸게 제조할 수 있게 됐다"고 연구의 의미를 밝혔다. 사진=김만기 기자

국내 연구자들이 공동으로 수소생산 효율을 기존보다 50% 이상 높일 수 있는 새로운 광촉매를 개발했다. 새로 개발된 광촉매를 이용하면 다른 전기.화학적 공정없이 햇빛만으로도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개발된 기술은 높은 효율, 낮은 가격, 친환경성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기술로 평가된다.

현택환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 연구단 단장은 22일 남기태 미래소재디스커버리 d-오비탈 제어소재 연구단 단장, 김형준 카이스트 교수팀과 공동으로 효소의 성질을 빼닮은 촉매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밝혔다.


현택환 단장은 22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HJ비즈니스센터에서 "개발된 촉매를 물을 햇빛으로 수소로 생산하는 광촉매반응에 적용하면 상온·상압에서도 안정적이고, 높은 효율로 친환경 에너지인 수소를 값싸게 제조할 수 있게 됐다"고 연구의 의미를 밝혔다.

이번 연구가 지난 19일 204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최대 35%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정부의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 힘을 실어줄 수 있을지 기대된다. 2017년 현재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2017년 기준 7.6%다. 향후 추가적인 연구개발이 기업들의 상용화로 이어진다면 현재 1㎏당 10달러 수준인 수소 가격을 1㎏당 1.6달러 수준인 천연가스와 유사한 수준으로 내리는 것도 얼마 남지 않아 보인다.


연구진이 개발한 단원자 구리/이산화티타늄 촉매는 구리와 이산화티타늄 사이 의사소통 덕분에 높은 효율을 보인다. 외부 빛을 쪼였을 때 촉매의 전체적인 색은 점점 어두워진다(왼쪽부터 왼쪽 네 번째 사진). 이는 가역적인 변화로 광촉매반응이 진행된 이후 다시 원래의 색으로 돌아온다(왼쪽 네 번째부터 오른쪽 사진). 사진=IBS
연구진이 개발한 단원자 구리/이산화티타늄 촉매는 구리와 이산화티타늄 사이 의사소통 덕분에 높은 효율을 보인다. 외부 빛을 쪼였을 때 촉매의 전체적인 색은 점점 어두워진다(왼쪽부터 왼쪽 네 번째 사진). 이는 가역적인 변화로 광촉매반응이 진행된 이후 다시 원래의 색으로 돌아온다(왼쪽 네 번째부터 오른쪽 사진). 사진=IBS

■단원자 불균일촉매 연구에서 출발

연구진은 원래 단원자 불균일촉매 개발에 관한 연구에서 시작됐다. 불균일촉매는 대부분의 공업제품을 만들때 사용하는 것으로 반응물질과 생성물질이 기체나 액체상태인 것과 달리 고체상태로 있는 것을 말한다.

지구상에서 가장 효율적이고 이상적인 촉매는 바로 우리 몸속에 존재하는 효소다. 실온에서, 그리고 일반적인 기압내에서 음식물을 잘개 부수고 우리 몸이 원하는 생성물만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이 점을 착안해 세계 최초로 산업적으로 중요한 비균혈촉매를 효소와 비슷하게 디자인해서 합성해 만들었다. 효소는 각종 화학반응에서 자신은 변화하지 않으나 반응속도를 빠르게 하는 단백질이다.

현택환 단장은 "촉매반응이 일어나는 단백질 중 금속을 가지고 있는 효소가 있어 반응물질이 붙는 자리에 따라서 구조가 바뀌는 맞춤형 촉매"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산화티타늄 광촉매 위에 구리 단원자를 가장 안정적으로 올릴 수 있는 위치를 이론적으로 파악했다. 이후 이산화티타늄 층에 구리를 얹고, 열적으로 안정한 이산화실리콘으로 감싼 뒤 고온에서 열처리해 촉매를 완성했다.

이번 연구 성과가 재료분야 최고권위의 학술지 네이처 머터리얼스(Nature Materials) 온라인판에 23일 0시(한국시간)에 게재됐다.

연구진이 개발한 단원자 구리·이산화티타늄 촉매는 구리와 이산화티타늄 사이 의사소통 덕분에 높은 효율을 보였다. 이로써 연구진은 효소와 비슷하게 공업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불균일 촉매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 기술 개발은 불균일 촉매 중 이상적인 단원자 촉매를 만들 수 있는 다양한 촉매의 원천기술을 확보한 것이다.

남기태 미래소재디스커버리 d-오비탈 제어소재 연구단 단장은 22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HJ비즈니스센터에서 이번 연구성과를 설명하면서 "이번 실험에서 수소생산량은 촉매 1g당 시간당 수소가 30㎎이 생산된다"고 말했다. 사진=김만기 기자
남기태 미래소재디스커버리 d-오비탈 제어소재 연구단 단장은 22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HJ비즈니스센터에서 이번 연구성과를 설명하면서 "이번 실험에서 수소생산량은 촉매 1g당 시간당 수소가 30㎎이 생산된다"고 말했다. 사진=김만기 기자

■물에 촉매만 넣으면 햇빛으로 수소 생산

연구진은 이 불균일 촉매 연구를 통해 수소 생산 연구까지 이어졌다. 이렇게 개발된 촉매로 햇빛을 이용해 물로 수소를 생산하는 반응에 적용했다. 남기태 단장은 "물에 넣은 촉매가 외부 빛을 쪼였을 때 수소를 생산하며 반응하다가 빛을 제거하면 다시 원래의 상태로 되돌아오는 등 반영구적인 성격을 띄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전달받은 빛의 40% 이상을 수소전환반응에 사용하는 뛰어난 수소생산 성능을 확인했다. 남기태 단장은 이번 연구성과를 설명하면서 "이번 실험에서 수소생산량은 촉매 1g당 시간당 수소가 30㎎이 생산된다"고 말했다. 이는 기존 성능이 가장 우수한 값비싼 백금·이산화티타늄 광촉매와 비등한 뛰어난 성능을 보였다. 값비싼 백금 대신 구리를 사용해 경제적인 동시에 반응에 쓰인 불균일촉매는 다시 회수해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재활용할 수 있는 만큼 폐촉매가 발생하지 않아 친환경적이라는 장점도 있다.

현재 수소 생산하는 방법은 기존 매탄가스를 이용하거나 석유에서 추출한다.
이는 이산화탄소가 계속 발생해 지구온난화 등 환경에 악영향을 끼친다. 또한 다른 여러 물질중에서 수소만을 추출해야 하는 복잡한 공정이 필요해 값이 비싸다.
반면 연구진이 개발한 촉매를 이용해 물에서 수소를 생산하는 방법은 다른 환경오염이 일어나지 않아 친환경적이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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