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논단]

통합의 경제학


남·여, 진보·보수, 노·소, 중앙·지방 등 내부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내부분열은 북한은 물론 일본, 중국, 미국 등 대외갈등이 생길 때마다 국민에게 불안요인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민이 선호하는 차세대 리더십은 '통합'이 핵심가치가 될 것 같다.

뭉침과 흩어짐은 인간사회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초대 대통령 이승만은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을 남겼다. 이런 뭉침의 가치관은 산업화 시절 대규모 조직을 일사불란하게 통제할 수 있는 관료제를 작동시킴으로써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를 가능케 했다. 미국이 2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며 자본주의의 가장 큰 과실을 가져갈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대규모 조직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경영기술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세계 최초로 경영대학을 만들고, 전 세계로 경영학을 전파했다. 그래서 2차 산업혁명을 통해 비약적으로 발전시킨 경제체제를 '관리 자본주의(managerial capitalism)'라고 부른다.

그러나 통제와 효율을 강조하는 뭉침의 역학에는 부작용이 따른다. 개체를 억압하고, 부의 양극화를 초래한다. 그래서 반작용으로 흩어짐의 가치관이 등장한다. 노동조합과 이를 지지하는 정당이 생기고, 민주화 운동이 일어난다. 저항시인 김지하는 '흩어지면 살고 뭉치면 죽는다'고 말했다.

사실 뭉침과 흩어짐은 자연적 양면성으로 선악의 문제나 일방을 선택해야 하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 경제사회적으로 볼 때 산업혁명은 통제와 효율이라는 뭉침의 역학을 주로 활용해 폭발적 생산성을 창출했고, 그 결과 가난을 극복했지만 부의 불평등을 감수해야 했다. 가난 극복이 부의 불평등보다 우선이라는 경제논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불평등 비용이 커지고,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기술적 기회가 등장함에 따라 뭉침의 경제논리가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다. 통제에 의한 일사불란함이 만들어내는 효율성보다 개체의 자기주도에 의한 자율성과 창의성이 훨씬 큰 가치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냥 흩어져 있는 개체만으로는 결코 큰 가치를 만들어낼 수 없다. 개체 간 협력이 가치창출의 필수요건이 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개체 간 자발적 협력을 이끌어내는 통합이 가장 중요한 가치관이 될 것이다. 통합이란 개체를 억압하고 '당근과 채찍'으로 회유하는 통제와는 개념적으로 다르다. 즉 개체를 존중하고, 그것들의 자발적 협력으로 전체를 조화롭게 발전시키는 것을 말한다.

통합은 자기주도와 협력을 본질로 한다. 그러나 이런 본질을 지켜나가려면 새로운 철학과 경영기법들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원효대사는 화쟁사상이라는 뛰어난 통합의 철학을 제시했다.
그는 "인간 세상에는 화(和, 뭉침), 쟁(諍, 흩어짐)이라는 양면성이 있으나 정(正)과 반(反)에 두고 그 사이에서 타협함으로써 이뤄지는 합(合)이 아니라 정과 반이 대립될 때 오히려 정과 반이 가지고 있는 근원을 꿰뚫어보고 이 둘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체득함으로써" 통합을 이뤄 나갈 수 있다고 했다.

앞으로 통합의 경제논리는 양극화를 극복하고, 인간 창의성을 극대화하는 새로운 자본주의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우수한 철학기반을 가진 우리가 새로운 포용적(inclusive) 자본주의를 선도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장우 경북대 경영학부 교수·성공경제연구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