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사회

스리랑카, 테러범 전화번호까지 알았지만 못 막아...310명 사망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4.23 14:28

수정 2019.04.23 14:28

스리랑카 네곰보에서 23일 폭탄테러 유가족들이 이틀 전 부활절 테러로 사망한 희생자의 장례를 치르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스리랑카 네곰보에서 23일 폭탄테러 유가족들이 이틀 전 부활절 테러로 사망한 희생자의 장례를 치르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스리랑카 정부가 지난 21일 발생한 부활절 테러 사건에 앞서 용의자들의 주소와 전화번호까지 알고 있었지만 이를 막지 못했고 파벌싸움에만 급급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이 와중에 테러 사망자가 310명으로 늘어나면서 사태 수습 이후에도 스리랑카 내부의 정치·사회적 혼란이 심각해질 전망이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에 따르면 라지타 세나라트네 스리랑카 정부 대변인은 22일 발표를 통해 전날 8곳에서 연쇄 폭발을 일으킨 조직이 국내 급진 이슬람 단체인 내셔날 타우히트 자마트(NTJ)라고 지목했다. 이에 대해 마이트리팔라 시리세나 스리랑카 대통령에 반대하는 정부 각료들은 무능한 대통령이 사전 정보를 알고도 대응하지 못했다고 비난했다.
라지타 세나라트네 스리랑카 보건장관은 기자회견을 통해 "공격이 임박했다는 외국 정보기관들의 경고가 다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라우프 하킴 도시계획장관은 "만약 정보기관에서 용의자들의 이름을 이미 알고 있었다면 왜 체포하지 않았나?"라며 정부의 대응을 지적했다.

NYT에 의하면 남아시아 내 이슬람 조직을 추적하던 인도 정보당국은 지난 4일 스리랑카 정부에 NTJ가 불온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NTJ 지도자인 무함마드 자하란과 그의 부관에 대한 정보 및 휴대전화 번호를 제공했다. 인도측은 지난 11일에 자하란의 형제이자 NTJ에서 모집을 담당하는 인물의 주소와 귀가 시간까지 알려줬다. 스리랑카 정부는 첩보를 듣고도 감시 강도만 높였으며 자하란의 행방 역시 현재 불명이다.

NTJ는 지난 2009년 스리랑카에서 탄생한 강성 이슬람 조직으로 이번 사건 전까지는 국제 사회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국민의 70%가 불교도인 스리랑카에서는 이슬람교인(무슬림)과 기독교인 비중이 각각 10%, 7%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NTJ가 지난 2014년 무슬림과 불교도 충돌 사건으로 3명이 사망한 사건 이듬해부터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12월 발생한 불상 집단 훼손 사건의 범인 역시 NTJ로 추정된다. 스리랑카 정부는 NTJ가 자살폭탄 테러에 사용한 폭약이 교회 천장까지 날려버릴 정도로 고성능이었다며 알카에다 같은 대형 이슬람 테러조직이 NTJ를 지원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대통령과 원수지간인 라닐 위크레메싱게 총리는 사건 직후 정부가 경고를 받았지만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리세나 대통령은 지난해 권력 갈등으로 위크레메싱게 총리를 해임한 뒤 전국적인 시위에 못 이겨 약 두 달 만에 복직시켰다. NYT는 대통령 측이 테러 첩보를 얻고도 이를 총리 진영에 알리지 않았다며 추후에 정치적 갈등 심해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한편 스리랑카 경찰 당국은 23일 발표에서 이번 사태로 인한 사망자가 310명에 이르렀다며 500명 이상이 치료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국은 이날까지 용의자 40명을 체포했다.
외신들은 사건 발생 이틀 만에 수십명이 체포됐다는 점은 당국이 이미 용의자들을 파악하고 있었다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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