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시끌이끌] ‘한달 14명’꼴로 버려지는 아기...“힘든 환경 탓에”

윤아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4.27 09:59

수정 2019.04.27 09:59

해를 거듭할수록 영아유기 사건 
경제적 어려움과 부정적 시선 이기지 못해
전문가들 "미혼모를 위한 지원 더해져야" 
▲최근 영아유기사건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최근 영아유기사건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편집자주] ‘시선을 끌다 이목을 끌다.’ 생각해볼 만한 사회 현상을 가져와 시민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봅니다.

최근 잇달아 신생아 유기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2건의 영아유기사건이 발생했다. 29일 무궁화호 열차 화장실에서 21살 여대생이 아기를 출산·유기하는 한편, 그 전날인 28일 인천에서는 20대 미혼모가 탯줄이 달린 신생아를 버려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눈도 뜨지 못한 채 버려지는 신생아 유기 사건이 잇따르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특히 최근 아기를 유기한 이들의 범행 배경이 경제적인 이유라는 점은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영아유기가 범죄라는 점은 분명하나 그 배경에는 아이를 키울 수 없는 환경적 요인이 있다.

▲최근 3년간 발생한 영아유기 현황. 경찰청 제공 /사진=fnDB
▲최근 3년간 발생한 영아유기 현황. 경찰청 제공 /사진=fnDB

▲최근 3년간 발생한 영아유기 범죄자 연령별 현황. 경찰청 제공 /사진=fnDB
▲최근 3년간 발생한 영아유기 범죄자 연령별 현황. 경찰청 제공 /사진=fnDB

■ 출생아 ‘역대 최저’라는데...영유아 유기 ↑
올해 2월 출생아 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6.9% 줄어든 2만5700명으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버려지는 영유아는 해를 더해 갈수록 증가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최근 3년간 발생한 영아 유기 사건은 총 318건에 달했다. 특히 2017년은 2015년에 비해 4배 이상 늘어난 무려 168건으로 집계됐다. 한 달 기준 약 14건의 유기 사건이 발생하는 셈이다.

또 검거된 범죄자 중 경제적 자립이 비교적 어려운 10대가 차지하는 비율이 2015년 18%, 2016년 17%, 2017년 26%로 나타났다. 지난 3년간 발생한 유기 사건의 약 20%가 10대에서 발생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검거된 범죄자에 한한 것으로 정확한 수치는 보다 높을 것이다.

[제작 조혜인] 일러스트 /사진=연합뉴스
[제작 조혜인] 일러스트 /사진=연합뉴스

■ 경제적 어려움에 부정적 인식까지...‘미혼모’가 겪는 삶의 무게
아이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원인으로 미혼모에 대한 부정적 시선과 함께 경제적 어려움이 지적되고 있다.

미혼모가 겪는 경제적 어려움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쉽게 발견된다.

각종 커뮤니티에는 “혼자 아기를 키우다 보니 필요한 게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다. 정부에서 지원받는 돈으로는 힘들다” 등 경제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미혼모’ 관련 청원만 567건에 이른다.

미혼모를 향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해달라는 요구도 이어졌다.

자신을 21살 미혼모라고 밝힌 청원인은 “미혼모라는 단어를 들으면 억장이 무너진다”며 “미혼모는 창피한 게 아닌데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 눈치도 보이고 많이 힘들다. 미혼모 좀 좋게 생각해달라”고 호소했다.

박모(22·여)씨는 “미혼모에 대한 부정적 시선 혹은 안쓰러운 시선을 가지게 된 배경에는 사회 구조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배려와 지원이 많았다면 우리가 과연 그들을 안쓰럽게 볼까”라며 반문했다. 그러면서 “미혼모에 대한 시선과 미혼모가 아기를 유기한 사건 모두 미혼모만의 책임으로 전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 전문가들 “미혼모를 위한 환경 개선되어야”
전문가들은 아이를 유기하는 미혼모들의 심정을 이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아이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환경도 들여다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집계된 미혼모는 총 2만2065명으로 서울에서만 4000명이 넘는 미혼모가 거주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을 위한 정책은 다소 부족한 상황이다.

정수진 한국미혼모가족협회 상담 팀장은 “미혼모를 향한 편견과 차별 같은 부정적 인식이 있다 보니 가족 혹은 지인에게 숨기고 이어 영아유기로 이어지는 것 같다”며 “사회적 지지나 체계가 아이를 키울 수 있는 방법이나 방향이 마련되어 있다면 극단적 선택을 안하지 않겠냐”며 견해를 밝혔다.

김지현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 역시 “복잡한 원인이 있지만 경제적 이유, 사회적 인식변화에서 발생하는 것 같다”며 “부모님 등 주변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지 못하고 고립될 때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미혼모를 향한 인식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팀장은 “한부모가족지원법 중 미혼모에게 지원되는 사업은 미혼모·부자초기지원사업이 있다”며 “지역별로 거점기관이 있는데 그 한 군데에 지원되는 1년 치 사업비가 인건비 포함 5000만원밖에 안 된다”며 "유일한 사업조차 미혼모의 생활을 돕기엔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인식개선에도 투자를 해야 한다.
인식이 좋아지고 있지만 아직 부족하다”며 “청소년 미혼모의 경우 학교에서 풍기문란으로 퇴학 조치가 내려지는 사례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임신, 출산, 양육까지 책임지고 용기있는 선택을 한 엄마라는 인식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부연구위원 역시 “임신을 했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라면서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서 임신을 했을 때 이를 결정할 수 있는 상담 혹은 이후 주거지원을 비롯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덧붙여 말했다.

#영유아 #신생아 #유기 #미혼모 #정책
loure11@fnnews.com 윤아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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