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논단]

대학평가 30년을 평가하자


대학을 평가하기 시작한 지 30년이 되어간다. 대학이 미래인재를 육성하는 공공기관이기에 우수한 교육환경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갖추도록 평가하고 지도하는 것은 국가가 할 수 있는 당연한 일이다. 그동안 이 과정을 통해 대부분의 대학이 보편적 기준을 만족해 가고 있는 것은 긍정적인 성과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평가를 통해 대학과 교수, 학생을 규격화해 놓은 결과의 부정적 영향들도 짚어보아야 한다.

첫 번째가 대학의 규격화에 따른 정체성 상실이다. 우리나라 대학의 80% 가까이가 사립대학이고, 각각 다양한 설립목적이 있다. 그 목적이 국가의 인재양성 목표를 위배하지 않는다면 그 목적에 따라 학생을 선발하고 가르치고 졸업시킬 수 있게 해줘야 대학들이 차별화된 인재를 배출하기 위해 경쟁하며 발전할 수 있다. 이를 인정하지 않고 전국의 모든 대학을 같은 기준으로 평가하면서 사립대학에 대한 정부지원금의 60% 정도를 상위 20여개 대학이 받는 구조를 고착화해 버렸다. 이제 대학의 관심은 대학 정체성에 맞는 특성화된 인재 육성이 아니라 10년 등록금 동결의 한파를 이겨내고, 대학 구조조정에서 살아남는 것뿐이다.

두 번째는 교수 규격화로 인한 자율성 상실이다. 대학교수는 자유롭게 마음껏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으로 학문 발전과 인재양성에 기여한다. 그런 교수들을 대학은 대학 구조조정 평가지표에 따라 평가한다. 오랫동안 그렇게 평가받는 교수들은 자신의 재임용과 승급, 연구년의 혜택을 누릴 수 있을 만큼만 하게 되고 그 외에는 관심을 갖지 않게 됐다. 그러다 보니 대학은 교수들의 참여를 평가점수와 수당으로 유도한다. 우리나라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를 갈등에 빠져있고, 차세대 먹거리 문제로 고민하는데도 이를 해결할 사상과 기술이 교수들에게서 나올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게 돼버렸다. 최고의 지성집단이 규격에 갇혔다.

세 번째는 학생 규격화로 인한 창의성 상실이다. 대학에 입학하는 방법이 다양해졌다지만 성적에 맞춰 어느 대학에든 입학하고 나면 서울대학과 동일한, 최소한 유사한 교육과정을 이수해야 하고 여전히 주입식 강의를 받고 상대평가로 성적을 받으면서 서열에 익숙해진다. 평가에서 취업률을 따지니 대학은 학생들의 창의성을 높일 교육방법을 개발하기보다는 소위 스펙 쌓는 기회를 제공하는 데 열중하게 되고 학생들은 이를 쫓는다.

이제 대학평가 30년을 평가할 때다. 무엇을 평가하고 결과를 어떻게 활용해야 규격화를 혁신할 수 있을지 논의해야 한다. 대학은 물리적 여건만큼이나 어떤 교육을 하는지가 중요하다. 대학에 대한 평가는 공개하되 이를 점수화해서 서열화해서는 안 된다.
더구나 그 결과를 대학과 학생 지원에 연계시켜서는 안 된다. 학생이 대학을 선택하는 시대에 대학평가 결과의 활용은 학생 몫으로 남겨야 한다. 그래야 대학 교육과정이 설립목적에 맞게 다양해지고, 교수들이 자유롭게 새로운 세상을 그려낼 수 있으며, 학생들이 창의적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게 될 것이다.

한헌수 숭실대 전자정보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