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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건 충족 못했다" 암호화폐 상장폐지 기준 '두루뭉술'

김소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5.01 18:07

수정 2019.05.01 18:07

암호화폐 거래소마다 제각각..절차 공개 안하는 곳도 있고 일방적 운영으로 투명성 논란
"요건 충족 못했다" 암호화폐 상장폐지 기준 '두루뭉술'

지난 4월 글로벌 암호화폐거래소 바이낸스가 비트코인SV(비트코인 사토시버전) 상장폐지 결정 이후 암호화폐 거래소의 암호화폐 상장 및 상장폐지 절차의 투명성 강화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의 상장이나 상장폐지 기준과 절차가 제각각이어서 탈중앙화를 외치는 블록체인·암호화폐 시장이 오히려 특정 거래소의 중앙화된 의사결정에 의해 좌우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는 비트코인SV 상장폐지를 발표하면서 총 7개에 달하는 상장폐지 근거를 제시했다. 프로젝트 팀 헌신과 개발활동 수준, 네트워크 안정성 등이다. 바이낸스는 "각 조건별 평가 및 배점 기준을 정확히 공개하긴 어렵지만 금번 비트코인SV 상장폐지 역시 결국 전반적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결과"라고 설명해 상장폐지 기준을 투명하게 제시하지는 않았다.

■"거래소마다 상장폐지 조건 달라"

국내 거래소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데이빗 거래소는 최근 '시장성 부족'을 이유로 질리카(ZIL)를 상장폐지했다. 현재 데이빗은 법률 위반, 운영 및 개발 신뢰도 미흡 등 총 5가지 암호화폐 폐지 근거를 마련해 놓고 있다. 데이빗은 "질리카 상장폐지를 계기로 시장성이 미흡하고, 거래량이 낮은 암호화폐를 순차적으로 상장폐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른 국내 거래소인 한빗코 역시 자체적인 상장폐지 규정을 마련해 두고 있다. 유동성이 떨어지거나, 유해성이 짙은, 그리고 투자자 보호가 어렵다고 판단되는 암호화폐 등이 그것이다. 반대로 상장기준은 시장경쟁력과 프로젝트 수행, 보안 등 총 9개 카테고리로 나뉘어 있다. 한빗코 관계자는 "어떤 거래소든 상장 및 폐지 절차를 자체적으로 정하지만 대부분 비슷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아예 상장폐지 요건을 갖추지 않은 거래소도 있다. 코인원은 "애초에 상장을 폐지할 만한 암호화폐를 상장하지 않는게 저희의 기본 로드맵이기 때문에 아직 따로 자체적인 폐지 조건이 마련돼 있진 않다"면서도 "최근 상대적으로 프로젝트들을 활발히 상장하다 보니 추후 폐지방안을 차차 마련해 나가는 방안을 고민중"이라고 밝혔다. 코인원은 현재 내부 상장심사위원회를 두고 비즈니스와 인지도, 기술, 시장 등의 심사기준을 고려해 상장을 진행하고 있다.

■공정성·투명성 강화가 관건

이에 대해 조원희 디라이트 변호사는 네트워크 참여자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블록체인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선 감사기준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변호사는 "암호화폐 거래소가 하나의 산업으로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선 거래소마다 상장폐지 요건과 절차를 보다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면서 "투자자들도 상장이 제대로 됐는지 감시해야 하고, 외부 심사위원단도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때 투자자는 이성적인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합리적 투자자"라고 덧붙였다.


조 변호사는 이어 "만약 공정하고 합리적인 상장심사 기준이 마련돼 있는 상태에서 신뢰하기 힘든 프로젝트가 있다고 가정하면, 오히려 상장폐지는 필수적으로 존재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지금으로선 모든 거래소들이 이에 대한 책임논란에서 자유롭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srk@fnnews.com 김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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