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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차세대 원전 APR1400

구본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5.02 17:01

수정 2019.05.02 17:01

대한민국은 정부 수립 직전 극심한 전력난이란 트라우마를 겪었다. 1948년 북한의 일방적 단전조치로 인해서다. 하지만 이는 원자력 발전 태동이라는 '나비효과'를 불렀다. 이승만 대통령이 원전 건설 전 단계로 1959년 원자력연구원을 설립하면서다.

당인리화력발전소 확장을 지원했던 미국 전력산업계 거물 워커 시슬러 박사는 1956년 이 대통령을 만나 원전을 권유한다. 석탄과 우라늄이 담긴 나무상자를 보여준 뒤 "우라늄 1g으로 석탄 3t의 에너지를 낼 수 있다"면서다.
과학계 원로 정근모 전 과기처 장관의 회고담 속 비화다. 이후 이 대통령이 기공식에서 첫 삽을 뜬 한국 최초 연구용 원자로는 1962년 완공됐다. 당시 세계 최빈국 대열의 한국이 전력난의 장기 대안으로 원전을 선택한 것은 엄청난 결단이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1일 차세대 원전인 'APR1400'이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안전성 인증을 받고 오는 7월 말 최종 설계인증을 획득할 것이라고 밝혔다. APR1400은 국내 기술로 개발한 1400㎿급 가압경수로형 원전이다. 신고리 5·6호기와 신한울 1·2호기 등에 적용됐고, 현재 아랍에미리트연합에서도 4기를 건설 중인 모델이다. APR1400이 미국 정부로부터 안전성을 공인 받은 것은 한국 원자력 60년사의 개가다. 미국 기술을 귀동냥하다시피 해 연구용 원자로를 간신히 만들었던 우리가 아닌가. 이제 원전 종주국인 미국 내 건설을 허가한 '안전확인 증명서'를 받은 만큼 미국뿐만 아니라 해외시장 수출 경쟁력도 커졌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문재인정부가 무모한 에너지 전환정책을 재고해야 할 또 다른 이유다.
원전 비중을 줄이면서 값비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을 늘리느라 에너지 공기업들의 적자가 누적되고 있어서만은 아니다.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원들도 안전성이나 환경성, 경제성 등 어느 면에서도 확실한 대안이 아님이 드러나고 있다.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과도한 불안감을 조성하면서 과속 탈(脫)원전 페달을 밟는 것은 60여년 쌓아온 공든 탑을 무너뜨리는 꼴일지도 모르겠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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