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나루]

대통령이 통제 가능한 공수처는 안된다


국가안전기획부(당시)의 정부 내 위상이 헌법재판소에서 문제가 됐던 적이 있다. 1995년 헌법소원 판례에서 청구인은 안기부를 행정부의 일원으로서 국무총리 산하에 두지 않고,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설치한 정부조직법을 문제 삼았다. 사안의 핵심은 안기부가 국가 정보기관으로서 정보·보안 업무에 그치지 않고 수사권까지 가진 데 있었다. 수사권은 신체의 자유 등 국민의 기본권을 직접 침해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보기관을 행정부의 일원으로 할지, 대통령 직속으로 만들지는 관련 법률을 만드는 국회의 판단에 달렸다는 것이 헌재의 결론이었다. 하지만 별개의견, 반대의견을 통해 표출된 문제의식은 그때나 지금이나 유효하다. 국민의 기본권과 직접 관련되는 수사권을 가진 기관을 국회와 국무총리의 통제가 가능한 행정부의 일원으로 만들지 않고 대통령 소속기관으로 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인식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이른바 공수처와 관련된 문제가 여러 측면에서 제기되고 있다. 공수처장 임명과 관련된 비판도 있다. 공수처 소속 검사나 수사관 등이 민변 출신으로 채워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문제점은 공수처가 대통령이 통제할 수 있는 기관으로 자리잡는다는 것이다. 안기부나 국정원 등 정보기관의 수사권은 대공 수사에 한정된 것으로 극히 제한적이다.

일반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가능성 역시 일반 수사기관에 비해 그다지 크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보기관의 대공수사권을 폐지해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된 바 있다. 과거 정보기관이 대공수사권을 빌미로 많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사례를 목격했기 때문이다. 대공수사권은 폐지되지 않았지만 대공수사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라 할 수 있다. 대공수사가 약화되더라도 국민의 기본권 보장이 강화돼야 한다는 게 일종의 시대적 요청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로 보아 공수처를 대통령 통제하에 두는 공수처법은 이론적으로나 시대적 상황으로 보나 거꾸로 가는 것이다. 정보기관을 대통령 소속하에 두는 것은 대부분 당연하게 생각한다. 정보기관이 국정운영에 대한 정보수집을 통해 대통령의 판단을 돕는 역할에 그친다면 문제가 없다. 하지만 앞서 든 헌재 사례는 우리의 경우처럼 제한된 수사권을 가진 정보기관을 대통령 직속으로 두는 것조차 재고할 여지가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대통령이 직접 하명하고, 대통령에게 직보하는 정보기관을 악용한 사례는 일일이 거론할 필요조차 없디. 하물며 강력한 수사권을 가진 공수처를 대통령이 통제 가능한 기관으로 설치하는 것은 어떤 문제를 야기할지 불을 보듯 뻔하다. 공수처는 고위공직자 7000명가량을 수사대상으로 한다. 몇 명인지 모르는 국정원 직원을 제외한 숫자다. 가족 관련 범죄까지 포함한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공수처장이 대통령의 영향력을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수처를 악용할 생각이나 가능성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정권은 유한하다. 반면 일단 설치된 국가기관은 영속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공수처 설치에 신중함이 필요한 이유다.

검찰개혁 필요성은 공감한다. 검찰개혁은 말 그대로 목적어가 '검찰을' 개혁하는 것이어야 한다.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폐지하고 수사지휘권을 강화하는 게 검찰개혁의 큰 방향이다.
검찰이 정치적 외풍을 타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완벽하게 대통령의 영향력을 차단하는 공수처를 만들 수 있다면 그런 검찰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검찰을 견제하기 위해 또 다른 검찰을 만드는 것은 검찰개혁 방안이 아니다.

노동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