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세계적으로 탈원전 바람은 역풍을 맞고 있다. EU의 제조업 강국인 독일이 겉보기엔 모범적으로 '원전 제로(0)'를 지향하고 있으나 내용을 뜯어보면 속빈 강정이다. 모자라는 전력을 프랑스의 원전으로부터 구입하고 있어서다. 더욱이 석탄과 러시아산 가스에 의존하는 화전을 늘려 탄소 배출량이 증가하면서 고민은 가중되고 있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원전 발전량은 전년 대비 0.6% 증가했다.
졸속 탈원전의 위험성을 일깨우는 경보음이 울린 지 오래다. 정부는 원전 축소에 따른 전력난을 메울 대안으로 재생에너지, 그중에서 태양광을 신줏단지처럼 모시려 하지만 한계는 벌써 뚜렷하다. 태양광 패널이 산야를 뒤덮고 있지만, 워낙 효율성이 낮아 전력수급에 큰 보탬은 안되고 부작용만 두드러졌다. 탄소를 흡수할 숲을 훼손하고 미세먼지 해결도 어렵게 하면서다.
재생에너지 발전에 필수인 에너지저장장치(ESS)에서 원인 모를 화재가 잇따르고 있는 것도 문제다. 5일 경북 칠곡의 태양광시설 ESS에서 22번째 화재사고가 났다. 이로 인해 정부의 재생에너지 진흥 정책을 바라보고 투자를 늘렸던 기업들만 낭패를 겪고 있다. 태양광에서 일자리가 쏟아질 것이라는 정부의 홍보가 허언으로 판명되면서 원전이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 효과도 크다는 딜로이트 보고서의 신빙성만 커진 격이다. 탄소 절감과 4차 산업혁명기의 전력 확보 등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재생에너지와 안전성을 갖춘 차세대 원전의 공존이 현실적 대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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