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장애 아이들 씻겨주며 깨끗해지는 건 나 자신"

20년 넘게 어린이병원서 목욕봉사하는 김종숙씨
남들이 안하는 일이라 선택한 목욕봉사.. 월요일마다 서울시립 어린이병원에 출근도장
5시간 동안 거동 어렵고 보호자 없는 8명 씻겨줘.. 처음엔 잠 못잘 정도로 마음 아팠어요

지난해 서울특별시 봉사상 대상을 받은 김종숙씨. 김씨는 1999년부터 현재까지 서울특별시 어린이병원에서 특수장애아동의 목욕 봉사를 하고 있다.
예수는 대야에 물을 담아 제자들의 발을 직접 씻어줬다. 가장 더러운 발을 씻어주는 행위는 그 자체로 사랑의 표현이자 제자들의 죄를 씻어준다는 의미였다. 가상 결혼생활을 주제로 한 TV 프로그램에서 한 남자 가수는 상대 여성의 발을 씻어주기도 했다.

"그대 작은 창가에 화분이 될 게요"라고 노래 불렀던 그는 여자들에게는 '로맨티스트'의 대표가 됐고, 남자들에게는 '공공의 적'이 됐다.

타인의 몸을 씻어주는 행위는 이처럼 때론 성스럽고, 사랑이 필요한 어려운 일이다. 지난해 서울시 봉사왕으로 뽑힌 김종숙씨는 1999년부터 현재까지 20년 넘게 어린이병원에서 중증장애 환자들을 위해 목욕봉사를 해왔다. 강산이 두 번 바뀔 시간 동안 매주 월요일이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서울 서초구 내곡동에 있는 '서울특별시립 어린이병원'에 출근 도장을 찍는다. 김씨는 "말도 못하고 잘 움직이지도 못하는 친구들을 씻어주다 보면 오히려 내가 정화되고, 건강한 몸으로 봉사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 생각이 든다"고 했다.

■"목욕봉사는 남이 안해서"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지난 7일 김씨가 거주하는 서울 동대문구 아파트 놀이터로 김씨를 만나러 갔다. 중증 장애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목욕봉사의 특성상 현장에서 영상이나 사진을 찍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1955년생(주민등록상 1957년)인 김씨는 불교 신자다. 베푸는 삶에 대한 마음은 두 자녀가 장성하고 실천이 됐다.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을 통해 한 달간 교육을 받고 1998년 경기 파주에 있는 노인 요양시설에서 처음 목욕봉사를 시작했다. 1년 뒤인 1999년부터는 서울특별시 어린이병원에서 보호자가 없는 복합중증장애 아동을 위한 목욕봉사를 하고 있다. 다양한 선택지 중에 하필 목욕봉사를 택한 이유를 묻자 "남들이 피하고 안하는 (힘든) 일이라서"라는 답이 돌아왔다.

김씨는 매주 월요일 12시부터 5시 정도까지 약 8명의 장애아동을 씻어준다. 거동이 자유롭지 않은 아이 한 명을 목욕시키려면 총 4명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 20년 넘게 김씨와 호흡을 맞춰온 이재숙씨와 간호사 2명이다.

"특수 장애아동들은 몸을 움직이지 못하고, 말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요. 보호자가 없는 어린아이부터 30대까지 연령도 다양하고요. 간호사님들이 호스로 물을 틀어주면 내가 머리 쪽, 이재숙씨가 다리 쪽을 씻어줘요. 몸 어디가 가려우면 몸을 비트는 정도의 반응은 있지만 의사소통은 안 돼요. 아이들 눈은 욕심 하나 없고 천진난만해서 처음 했을 때는 마음이 아파 잠도 못 잤어요. 주로 301병동을 담당하는데 보이던 아이가 가끔 안 보이면 몸이 아파서 먼저 갔구나 생각해요. 하지만 봉사자들은 아이들의 삶에 직접 개입하면 안 되기에 밝은 표정으로 봉사하려고 노력해요."

지난해 10월 서울시청에서 진행된 봉사상 시상식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왼쪽 두번째), 대상을 수상한 김정숙씨(왼쪽 세번째)와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원순 시장이 인증한 서울시 봉사왕

김씨는 박원순 시장이 인증한 서울시 봉사왕이다. 지난해 10월 서울특별시 봉사상 대상을 박 시장에게 직접 받았다. 서울시는 1989년부터 봉사실적이 우수한 개인 및 단체에게 매년 시상해 오고 있다. 지난해는 대상 김씨를 포함해 최우수상 5명, 우수상 15명 등 총 21명이 수상했다.

김씨는 목욕봉사 외에도 병원에서 진행하는 학습동아리 활동 '욕창 없는 꽃길만 걷게 해줄게' 활동, 환자 위생용품 만들기 지원, 중증장애 환자와 마음을 나누는 말벗 봉사 등을 해왔다.

"우리 병원장님이 상을 받으라고 몇 번 말했는데 안 했어. 그러다가 작년이 서울시 봉사상 30주년이라고 병원에서 추천해서 올렸는데 대상을 받았지. 다른 봉사상은 추천만 받으면 상을 주는데 서울시 상은 특별한 게 교수님 13명이 심사를 해서 준다고 하더라고. 상도 박원순 시장한테 직접 받고 사진도 같이 찍었지."

■가족의 건강과 행복이 꿈

앞으로의 꿈을 묻자 "내가 건강해서 봉사를 하는 데까지 하고, 가족들이 아무 탈 없이 잘 지내는 것"이라는 소탈한 답이 돌아왔다. 김씨는 이제 손자 3명, 손녀 2명을 둔 할머니다. 큰 아들이 아들 하나에 딸 둘, 작은아들이 아들 둘을 낳았다.

22세에 결혼한 남편과는 이제 43년이 됐다. 지난해 12월 31일 정년퇴임한 남편과 집에서 마주치는 시간이 늘면서 한동안은 부쩍 싸움이 늘기도 했다. 봉사를 하면서 부처님 마음을 배웠지만 집에서 남편과 대판 싸우는 건 여느 부부들과 같다고 했다. 그러다가 최근에는 조계사 연등행렬도 가고, 절에도 함께 가고 하면서 맞추고 살자고 마음을 바꿨다.

기자의 이모가 절에 비구니로 있다고 하자 김씨는 왜 절에 다니지 않느냐며 30대 중반의 무신론자 기자를 다그쳤다.
"아무 탈 없이 자식 결혼시키고, 손자도 보고 무난하게 잘사는 게 감사한 일이야. 부처님 믿어서 복 받는 거고. 이모가 스님이니까 다음에 만나면 내가 절에 다니라 했다고 하고 꼭 절에 나가."

발을 씻어준 예수에게 제자가 그 이유를 물었다. 예수께서 대답하여 가라사대 나의 하는 것을 네가 이제는 알지 못하나 이후에는 알리라(요한복음).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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