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부자 '줍줍' 못하게… 예비당첨자 5배수로 늘린다

정부 "무순위 청약 물량 최소화" 예비당첨자수 공급물량 5배로
투기과열지구 지자체 개선 요청

견본주택에서 주택 청약상담을 받는 사람들, 사진=연합뉴스
올해 3월에 분양한 'e편한세상 계양 더프리미어'는 잔여가구 물량 97가구에 분양에 1920명의 신청자가 몰렸다. 떴다방은 물론 번호표를 대거 받은 후 웃돈을 받고 파는 사람도 많았다. '남산 자이하늘채' 무순위 청약에는 44가구 모집에 2만6649명, 'e편한세상 청계센트럴포레'엔 60가구 모집에 3000여명이 운집했다.

이처럼 현금을 많이 가진 무순위 청약자들이 투기 목적으로 미분양 아파트를 쓸어 담는 이른바 '줍줍(줍고 줍는다)'을 막기 위해 정부가 나섰다. 이달 20일부터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 아파트 청약 과정에서 1·2순위 예비당첨자 수가 공급 물량의 5배까지 크게 늘어난다.

국토교통부는 투기과열지구의 경우 신규 아파트 청약 예비당첨자 수를 20일부터 공급 물량의 5배로 늘려달라고 각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요청했다고 9일 밝혔다. 예비당첨자 비율 확대는 별도 법령 개정 없이 청약시스템 개선만으로 가능하다.

이에 따라 이들 지역에서 오는 20일 이후 입주자 모집에 나서는 청약 단지는 80%보다 더 많은 '5배수'를 예비당첨자로 뽑아야 한다.

현행 주택공급규칙 제26조는 예비당첨자를 공급 물량의 40% 이상 선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서울·과천·분당·광명·하남·대구 수성·세종(예정지역) 등 투기과열지구에 대해서는 국토부가 지난해 5월 투기 예방 차원에서 지자체에 예비당첨자 비율을 공급물량의 80%로 권고, 현재까지 80%가 적용되고 있다.

국토부가 이처럼 제도 개선에 나선 것은 현금부자 또는 다주택자인 무순위 청약자들이 1·2순위 신청자가 현금 부족 등의 이유로 포기한 미계약 아파트를 대거 사들이는 '줍줍' 현상이 성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규 주택 청약은 1·2순위 신청자 가운데 가점 순(가점제) 또는 추첨(추첨제)에 따라 당첨자와 예비당첨자를 선정한다. 하지만 당첨자·예비당첨자가 모두 계약을 포기하거나 '부적격' 판정으로 취소돼 남은 미계약 물량의 경우 무순위 청약 방식으로 팔린다.

이 무순위 청약은 청약통장 보유·무주택 여부 등 특별한 자격 제한 없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다주택자들이 무순위 청약을 투자 기회로 노리는 이유다.

특히 일각에서는 이러한 무순위 청약이 청약 자격은 갖추지 못했지만, 자급력을 가진 현금 부자들의 전유물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정부가 무주택자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청약 문턱을 높였지만 오히려 자금 압박과 부적격으로 인한 계약포기가 늘어나면서 규제 취지와는 다르게 현금을 보유한 다주택자들이 수혜를 얻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실제 최근 청약제도 개편 등으로 부적격자들이 속출하면서 분양 물량의 20%나 선착순으로 나오자 실수요자 이외에 투기 세력도 기회로 여기면서 '줍줍'에 대거 뛰었다. 수도권이나 지방의 비규제지역은 분양권 전매제한이 6개월 밖에 되지 않아 금융 부담이 적고 단기간에 수천만원의 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 '줍줍'을 노리는 투기 세력이 몰렸다.

지난 3월 분양한 'e편한세상 계양 더프리미어' 잔여 97가구 분양에 1920명의 신청자가 운집했고 서울 은평구 수색동 'DMC SK뷰'도 1순위 경쟁률이 91.62대1로 치열했지만 미계약분(3가구)이 나오면서 조합에 무순위 청약 시기를 묻는 전화가 이어지고 있다.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e편한세상 계양 더프리미어의 경우 전매제한이 6개월 밖에 되지 않아 금융 부담도 적고 단타로 치고 빠져 수천만원을 벌자는 생각으로 자금력을 갖춘 40~50대 수요가 많이 몰렸다"고 전했다.


한편 국토부는 사업 주체 홈페이지나 모델하우스 등에 청약 자격 체크리스트 등을 의무적으로 제공·게시하도록 했다. 규정을 잘 알지 못해 발생하는 '부적격' 청약 신청을 줄이고 신청자가 사전에 청약자격, 자금조달 가능성 등을 충분히 검토한 뒤 신청할 수 있도록 유도하자는 취지다.

국토부 관계자는 "예비당첨자가 대폭 늘어나면, 최초 당첨자가 계약을 포기할 경우 실수요자인 1·2순위 내 후순위 신청자의 계약 기회가 커져 계약률도 높아지고, 무순위 청약 물량도 최소화할 것이다"고 말했다.

ck7024@fnnews.com 홍창기 김민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