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외교/통일

北추가 도발..바빠진 비건, 격랑속 韓美워킹그룹회의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5.10 16:21

수정 2019.05.10 17:57

비건, 외교부-청와대-통일부 바삐 오가며 대책마련?
비상한 상황 속 쏟아지는 취재진 질문에 '굿 모닝'만
한미, 대응방안 논의.."심도 있는 논의 못했을 것"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왼쪽)과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도렴동 외교부에서 열린 한미 워킹그룹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사진=연합뉴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왼쪽)과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도렴동 외교부에서 열린 한미 워킹그룹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사진=연합뉴스
지난 9일 오후 북한이 쏜 발사체에 대해 미 국방부가 '탄도미사일'이라고 규정한 가운데 10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에서 한미워킹그룹 회의가 열렸다. 회의 내용은 비공개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북한의 도발이 재개된 비상한 상황에서 한미는 대응전략 마련에 고심한 것으로 보인다.

당초 이번 한미워킹그룹 회의는 교착상태에 접어든 북미대화를 재개하고 이를 통해 비핵화 진전의 단초를 만들기 위한 대북 식량지원 문제가 주요 안건이었다. 하지만 지난 4일과 9일 북한이 잇따라 미사일을 발사, 도발을 감행하면서 분위기는 180도 바뀌었다.


미국 북핵수석대표인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오전 강경화 장관 예방을 시작으로 한미워킹그룹 회의를 했지만 결과 발표는 없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 이후 회의 내용 발표는 물론 기존에 예정됐던 '도어 스태핑', 모두발언 공개까지 모두 비공개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강 장관 예방과 회의를 위해 외교부로 들어가는 비건 대표에게 외교부 출입기자들이 북한의 도발 의도를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굿 모닝"(Good morning)이라는 대답만 했을 뿐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한미가 어떤 내용을 주고받았는지 현재로선 알 수 없지만 대북 식량지원 문제보다는 발등에 떨어진 화급한 현안인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이에 대한 한미의 대응방향, 한미공조의 필요성 인식 등이 더욱 비중 있게 다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도발이 한미워킹그룹 회의를 불과 하루 앞둔 절묘한 시점에, 대북 식량지원이라는 의제가 사실상 알려진 상황 속에서 현실화됐다는 것을 고려하면 북한이 받을 가능성이 낮은 식량지원 문제를 두고 한미가 많은 시간을 뺏겼을 가능성은 낮다.

한미는 일단 신중한 대응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공개되는 부분까지 모두 비공개로 바뀐 것은 현재 상황이 그만큼 긴박하고 비상하다는 방증이다.

예정됐던 비건 대표의 청와대 방문도 북미대화의 마중물을 만들기 위한 방편을 논의하기보다 북한의 도발 이후 바뀔 수 있는 한반도 정세에 대한 분석과 상황 평가, 북한 도발에 대응하는 한미공조의 강화, 북한을 대화판으로 유인할 방책 등 의제가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 3시경 비건 대표가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과 만나 1시간 20분 동안 면담했고, 지난 7일 한미정상 통화 이후 후속조치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정착을 위한 한미의 공조방안이 논의됐다고 밝혔다.

다만 이날 워킹그룹회의에 앞서 비건 대표는 강 장관에게 "북한이 협상으로 복귀할 수 있는 문은 열려 있다"며 도발을 했지만 대화로 비핵화 문제를 풀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제한적 수준에서 대북 식량지원 문제가 논의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홍규덕 숙명여대 교수는 "워킹그룹회의 등 한미간 논의에서는 우리 정부는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야 한다'며 대북 식량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미국도 대화기조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만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는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강조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의제설정 과정에서 대북 식량지원 논의가 있었겠지만 역시 북한의 도발과 관련된 논의가 중점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며 "아직 미국도 상황·입장 정리가 제대로 안된 만큼 심도 있는 논의에 이르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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