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정치

호르무즈 해협 근방에서 사우디 유조선 피습, 이란은 의혹 부인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5.13 15:35

수정 2019.05.13 15:35

지난 2016년 9월 21일에 촬영된 아랍에미리트연합(UAE) 푸자이라 항구의 모습.AP연합뉴스
지난 2016년 9월 21일에 촬영된 아랍에미리트연합(UAE) 푸자이라 항구의 모습.AP연합뉴스
세계 석유 물동량의 약 40%가 지나다니는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유조선 2척이 12일(현지시간) 정체를 알 수 없는 세력에 의해 파손됐다. 미국과 갈등으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들먹이며 미국 및 아랍 산유국들을 위협했던 이란은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며 유감을 표했다.

사우디 국영 통신사 SPA는 13일 발표에서 오만만 근해를 항해하던 사우디 선적 유조선 2척에서 12일 오전 6시 무렵에 사보타주(파괴공작)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사우디의 칼리드 알 팔리 석유장관은 성명을 통해 "2척중 1척은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의 미국 고객에게 배달할 석유를 싣기 위해 사우디 동부 라스타누라 항구로 향하던 중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다행히도 이번 공격 때문에 인명피해나 석유 유출이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2척의 선체가 심각하게 파괴됐다"고 설명했다. 사우디측은 사보타주의 배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외무부는 12일 발표에서 오만만에 접한 UAE 항구 도시인 푸자이라 연안을 항해하던 화물선 4척에서 같은날 오전에 사보타주 징후가 포착됐다며 국제적인 수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UAE 외무부는 이번 사건에 대해 "해양 운송의 안전과 안보를 저해하려는 세력을 방지하기 위해 국제 사회가 책임을 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우디가 밝힌 유조선과 UAE가 주장한 화물선이 같은 선박들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중동 산유국 6개국이 참여하는 걸프협력회의(GCC)의 압둘 라티프 빈 라시드 알 자야니 사무총장은 12일 즉각 성명을 내고 사보타주 행위를 비난했다. 그는 "이러한 무책임한 행위는 역내 긴장을 강화하고 해당 지역 국민들의 이익을 저해하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푸자이라 항구는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연결하는 호르무즈 해협 초입에 위치한 지역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아라비아 반도와 이란 사이의 좁은 수로로 가장 좁은 곳은 폭이 19㎞에 불과하며 페르시아만에 접한 사우디와 이라크 석유 수출의 90%, UAE 석유 수출량의 75%가 해당 해협을 지나간다. 지난해 5월 미국의 일방적인 핵합의 탈퇴 이후 미국과 갈등을 겪고 있는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해 미국 및 미국에 협력하는 중동 산유국들을 압박할 수 있다고 공언해왔다. 미국 교통부는 지난 9일 경보를 발령하고 "5월 초부터 이란 및 이란의 지원을 받는 지역 세력이 미국 및 미국의 협력국을 상대로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주장했다.
교통부는 12일에도 사보타주에 대한 새 경보를 발령했으며 "아직 사태가 확인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란 정부는 국영 IRNA통신을 통해 이번 사태에 대한 유감을 표했다.
세예드 압바스 무사비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12일 공격이 "역내 안정과 안보를 저해하기 위해 음모를 꾸미는, 남이 잘못되기를 바라는 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