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일반

암호화폐를 미세먼지 취급하는 정부, '해결 필요한 사회문제'로 낙인 찍어

김소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5.13 16:59

수정 2019.05.13 16:59

과기정통부 '다부처공동사업' 주제선정 논란
'가상통화 부작용'만 부각
학교폭력·정신질환 등과 함께 해결형 연구과제로 분류
블록체인은 성장동력으로..전문가 "불필요한 논쟁 자처"
블록체인 산업을 키울 주무부처로 지목받고 있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암호화폐를 미세먼지, 저출산과 함께 '해결해야 할 사회문제'로 지정해 업계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암호화폐 거래로 인한 금전적, 정신적 피해' 등을 해결할 방법을 연구하겠다는게 과제 선정의 목적이라고 밝혔으나 업계에서는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19 다부처공동사업' 공모에 앞서 사업주제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나란히 선정됐다. 다만, 블록체인은 빅데이터, 공유경제 등과 함께 '육성할 혁신성장' 대상으로 지정한 반면, 암호화폐는 '가상통화 부작용'이라는 이름으로 '해결이 필요한 사회문제' 연구대상에 올렸다.

지난 2년간 정부는 '블록체인 육성-암호화폐 불법'이라는 이분법적 정책을 제시해 국내 블록체인·암호화폐 전문가들 사이에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분리하는 것이 가능한지 여부를 둘러싼 논쟁을 유발해 왔다. 업계의 전문가들은 정부가 유발한 불필요한 논쟁이 국내 블록체인 산업 발전을 가로막은 요인 중 하나라고 지목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암호화폐는 블록체인 산업에 자본을 유통시키는 윤활유 같은 개념"이라면서 "과기정통부의 이번 연구과제 지정이 블록체인 기술과 산업적 산물을 억지로 분리해 산업발전에 불필요한 논쟁을 재점화하는 것 아니냐"며 무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블록체인은 육성-암호화폐는 불법

'다부처공동사업'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주관해 부처간 연구개발(R&D) 협업을 통해 유사, 중복 투자를 막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난 2014년 처음으로 시행된 이래, 지금까지 19개에 달하는 '다부처공동사업'이 선정됐다.

블록체인은 지난해 6월, 과기정통부가 발표한 '블록체인 기술 발전전략'을 근거로 올해 처음 '혁신성장' 분야로 선정됐다. 구체적인 내용은 여러 정부 부처가 함께 블록체인의 초기시장 형성과 기술경쟁력 확보, 산업활성화 기반 조성으로 공공·민간 업무를 효율화하고 블록체인 산업발전 생태계 형성을 위한 연구개발에 착수한다는 것이다.

암호화폐 역시 올해 처음으로 '다부처공동사업' 공모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혁신성장' 분야에 포함된 블록체인과는 달리 '해결이 필요한 사회문제' 중 하나로 선정됐다. 함께 선정된 사회문제 해결형 연구과제엔 학교폭력, 노인소외·자살, 정신질환 등이 있다.

과기정통부가 구체적으로 지적하는 암호화폐의 문제는 암호화폐를 통한 투기, 도박, 비자금 조성 등이다. 각종 범죄행위에 암호화폐가 사용되니 이같은 부작용을 막기 위한 기술적 방안을 여러부처와 함께 연구하겠다는 것이다.


■논쟁 재점화해 산업발전 발목 우려

업계에서는 "정부가 암호화폐를 사회문제로 못박는 듯한 이번 연구주제가 수그러들고 있는 블록체인-암호화폐 분리 가능성에 대한 논쟁을 다시 점화할까봐 우려된다"며 "정부가 업계에 잘못된 정책 시그널을 주는 것이 산업발전을 1~2년 이상 가로막는다는 것이 과거 2년여의 블록체인-암호화폐 분리 여부 논란이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박성준 동국대학교 블록체인 연구센터장은 "블록체인 위에서 돌아가는 경제 생태계를 '암호경제'라 한다"며 "애초에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은 분리 불가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센터장은 "우리나라에서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나 메인넷 사업이 성장하기 어려운 이유는 정부의 잘못된 암호정책 때문"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srk@fnnews.com 김소라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