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외교/통일

생색내지 말라는 北, 준다는 韓 "서두를 필요 없어"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5.14 17:06

수정 2019.05.14 17:06

국제기구 통한 지원, 조급 금물 절차대로 준비해야
식량지원 과정에서 분배의 투명성부분도 못 박아야
과도한 의미부여는 후폭풍 확실, 제한적 의미 둬야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재개된 가운데 정부는 인도주의적 대북 식량지원을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정작 지원의 대상인 북한은 식량지원 수용에 부정적 모습을 보이고 있어 조급해할 것이 아니라 속도조절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4일 통일부는 대북 식량지원에 대한 각계각층의 의견수렴을 위해 서울 종로구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의견수렴 간담회를 열었다. 도발이 재개된 부담이 있기 때문에 국민들의 의사를 반영하는 방식을 빌어 식량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다.

대북 식량지원을 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은 분명해 보인다. 실제로 "인도적 지원과 정치는 분리돼야 한다"는 데이비드 비슬리 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의 대북지원 논리에 지난 13일 그와 만난 문재인 대통령, 강경화 외교부 장관, 김연철 통일부 장관 모두 공감을 표시했다.


지난 2월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미대화의 동력이 떨어지고 교착상태로 접어들자 정부는 대북 식량지원을 지렛대 삼아 대화의 불씨를 살리고, 정부의 좁아진 입지와 역할을 확대하기 위해 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에 식량을 지원하는 카드를 내놨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한미정상회담에서 식량지원에 대한 계획을 미국에 설명했다. 미국은 견고한 대북제재를 통해 북한을 압박, 대화에 복귀시키려는 전략을 펴고 있음에도 인도적 차원의 대북지원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북한이 지난 4일과 9일 잇따라 미사일 도발에 나서면서 상황은 달려졌지만 우리 정부의 대북 식량지원에 대한 입장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현재로선 정부와 국민들의 의견 수렴보다도 북한의 수용 여부가 관건이다.

북한은 지난 12일 대외선전매체 메아리를 통해 식량지원에 대해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 태도를 보이며 식량지원보다는 외세를 배격하고 남북경협에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밝혔다. 일회성 지원 작은 이벤트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하게 내비친 셈이다.

정부는 식량지원이 이번 달부터 9월 사이에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 시기는 춘궁기로 식량부족 현상에 따른 타격이 큰 시점으로 제때 지원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상황이 더욱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 재개로 상황이 바뀌었고 북한도 식량지원에 대해 "생색내지 말라"며 달가워하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우리가 식량지원에 속도를 낼 필요는 없고, 식량지원에 대한 반대급부와 의미를 너무 크게 설정해서도 안 된다고 분석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국제기구를 통한 식량지원이 적절한 상황이지만 북한의 태도를 보면 조급해할 필요는 없고 냉정을 찾으면서 절차대로 해야 한다"면서 "배급의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한 부분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센터장은 "식량지원의 의미를 추가적 도발을 막고 대화 체제를 유지하는 정도로 한정해야지 '비핵화 대화복원' 등 지나친 의미부여를 할 경우 실제 지원이 이뤄져도 정부는 기대효과라는 부담이 안게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WFP는 지난 3일 식량농업기구(FAO)와 함께 북한 현지 작황조사를 한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북한의 곡물생산량은 490만톤으로 2009년 이후 최저치다.
올해 부족분은 약 140만톤으로 북한 인구 40%에 해당하는 1000만명 가량이 식량부족에 직면할 수 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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