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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도 ‘수당없는 노동’ 사라질까

이환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5.21 18:06

수정 2019.05.21 18:06

삼부·한라 포괄임금제 첫 폐지.. 포괄임금, 기본급 향상 대체
본사직원 임금 삭감 문제 해결
건설업도 ‘수당없는 노동’ 사라질까

한라와 삼부가 건설업계로는 최초로 포괄임금제를 폐지해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건설업계와 IT업계 등에서는 포괄임금제가 추가 노동에 대한 급여를 주지 않는 방식으로 악용됐기 때문에 포괄임금제 폐지가 건설업계 전반으로 확산될지 주목된다.

포괄임금제란 노동시간을 측정하기 어려운 업종에서 연장·야간·휴일 근로시간을 사전에 정하고 실제 일한 시간과 관계없이 정해진 시간만큼의 수당(고정연장수당)만 임금으로 지급하는 제도다. 업무간 휴식 시간이 긴 경비원이나 수행 운전기사 등이 포괄임금제 적용 대상이다. 하지만 IT 업계와 건설업계 등에서도 관행상 포괄임금제를 적용하고 '수당없는 초과노동'의 구실로 악용돼 왔다.

2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부토건과 한라는 건설업계에서 처음으로 포괄임금제를 폐지해 실행 중이다.
삼부토건은 지난 2017년 11월, 한라는 지난해 10월부터 포괄임금제를 폐지해 실행하고 있었지만 알려지지 않았다.

삼부토건과 한라의 경우 노조가입률이 90% 이상으로 임금 삭감 없는 포괄임금제 폐지를 정착해 시행 중이다. 두 회사 모두 포괄임금으로 지급됐던 임금을 기본급 향상으로 대체했다. 현장근무와 연장근로 수당이 없는 본사 근로자의 경우 임금 삭감을 막기 위해 실제 연장근무를 한 시간 동안 추가 임금을 받는 방식을 적용했다. 또 현장근로자 대비 본사 직원의 임금이 적었던 만큼 본사 근무 시간을 30분 늘려 임금차이를 줄였다.

삼부토건의 경우 '현장수당'을 폐지했다. 한라는 '휴일근무수당'을 폐지해 기본급을 올렸다. 회사의 비용 상승을 막기 위해 두 회사 모두 포괄임금제 폐지를 조건으로 당해 연봉 인상률을 일부 회사에 양보하기로 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포괄임금을 적용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출퇴근' 시간이 특정되지 않아 노동시간을 계산하기 어려운 경우다. 하지만 건설업계의 경우 사무직 관리자들은 기본적은 근무 시간표가 있고 출퇴근 시간이 있어 포괄임금 적용 대상이 아니지만 과거부터 관습적으로 포괄임금을 적용해 왔다.

이로 인해 건설사 직원들의 임금구조가 왜곡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여러 건설사들이 세금 회피의 목적으로 기본급을 올리지 않고 수당과 성과급을 신설해 지불하다 여기에 포괄임금까지 더해 지불하다 보니 기본급의 비중이 낮아지게 된 것이다. 일부 건설사의 경우 신입사원의 총 연봉은 4000만원 이지만 기본급만 놓고 보면 최저임금 규정을 위반하는 사례가 생기기도 했다.

현재 고용노동부는 포괄임금과 관련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발표를 앞두고 있다. 삼부토건과 한라는 지난해 '주52시간 근무제' 도입을 전후해 포괄임금제를 폐지했다.


건설기업노조측은 향후 정부의 포괄임금 지침 규정 발표에 앞서 다른 건설사들도 임금 혼란과 삭감을 막기 위해 포괄임금제 폐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김지용 건설기업노조 홍보부장은 "포괄임금제 폐지로 본사 근무 직원들은 임금 감소 걱정이 해소됐고, 현장 근무 직원들은 정확히 일한 시간만큼 연장근로수당을 받을 수 있게 됐다"며 "당해 임금 인상률이 낮아지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통상임금 상승과 인건비가 상승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포괄임금제 지침 발표를 앞두고 한라와 삼부의 사례처럼 다른 건설사들도 포괄임금제 폐지를 통해 건설업 종사자들의 임금체계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김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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