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반도체 근로자 백혈병 사망위험 최대 2.3배 높아"

안전보건공단 지난 10년 반도체 제조업 근로자 역학조사 결과 발표

안전보건공단 제공

반도체 사업장에서 일한 여성 근로자의 백혈병 사망 위험이 전체 근로자의 2배가 넘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혈액암의 일종인 비호지킨림프종으로 사망할 위험도 전체 근로자의 3.68배에 달했다. 지난 10년간 혈액암(백혈병, 비호지킨림프종)으로 사망한 반도체 제조업 여성 근로자는 총 53명이다.

정확한 원인 규명은 어렵지만 '클린룸 작업'에 의한 영향 가능성이 확인된 것이다.

안전보건공단은 지난 10년(2009년부터 2019년까지)간 반도체 제조업 사업장 6곳에서 근무한 전현직 근로자 약 20만명을 대상으로 암 발생 및 사망 위험비를 분석해 이같은 내용을 담은 역학조사 결과를 22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2007년 반도체 제조업 근로자들의 백혈병 발병이후 관찰자료의 부족 등 당시 역학조사의 한계를 보완하고 충분한 관찰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지난 10년간 암 발생과 사망위험 등을 추적 조사한 것이다.

반도체 제조업 근로자의 혈액암 발생 및 사망 비율이 일반 국민이나 전체 근로자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반도체 생산라인 근무 여성 근로자는 전체 노동자 대비 백혈병이나 혈액암의 일종인 비호지킨림프종으로 사망할 위험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백혈병의 경우 발생위험은 전체근로자의 1.55배인 것으로 나타났고, 사망위험은 2.3배나 달했다. 지난 10년간 백혈병이 발병한 반도체 여성 근로자는 32명, 여성 오퍼레이터는 22명이며 20~24세 여성오퍼레이터는 6명이다.

비호지킨림프종의 경우 발생위험은 1.92배, 사망위험은 3.68배로 나타났다. 지난 10년간 비호지킨림프종이 발생한 반도체 여성 근로자는 37명, 여성 오퍼레이터는 29명이며 이중 20~24세 여성오퍼레이터는 9명에 달했다.

오퍼레이터는 반도체 공장의 생산직 노동자로 생산공정에서 각종 자동화 기계들의 운영을 담당하고 생산품의 검사업무 등을 수행한다. 반도체 공정하면 떠오르는 클린룸에서 일하는 하얀 방진복을 입고 일하는 직원들이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 관계자는 "혈액암 발생에 기여한 특정한 원인을 찾지 못했지만 클린룸 작업자인 오퍼레이터, 엔지니어 등에서 혈액암 발생 또는 사망 위험비가 높은 경향을 보였고, 특히 현재보다 유해물질 노출수준이 높았던 2010년 이전 여성 입사자에서 혈액암 발생 위험비가 높았다"며 "국내 반도체 제조업에 대한 다른 연구들에서도 유사한 암의 증가, 여성의 생식기계 건강이상이 보고된 것을 종합해 볼때 작업환경이 발병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클린룸에 작업했던 남성 장비엔지니어도 지난 10년간 7명이 백혈병에 걸리는 등 일반 국민이나 전체 근로자에 비해 위험에 노출 된 것으로 드러났다.

안전보건공단은 작업환경 중의 요인이 근로자 건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는 요인으로 △물리화학적 위험요인에 노출이 많은 직무인 여성 오퍼레이터와 남성 장비엔지니어에서 주로 발생 위험비가 증가한 점 △젊은 연령에서 위험비가 높았던 점 △생산 제품 및 작업 방식의 변화를 고려할 때 현재보다 노출 수준이 높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2010년 이전 여성 입사자 및 설립연도가 오래된 사업장에서 발생 위험이 높았던 점 △ 국내 반도체 제조업에 대한 다른 연구들에서도 유사한 암의 증가가 관찰 되었던 점과△여성의 생식기계 건강영향이 보고된 점 등을 꼽았다.

김은아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실장은 "과거 작업환경 노출과 관련한 자료가 부족하여 노출된 물질 및 노출 정도에 대한 파악이 불가하여 정확한 위험 요인을 규명할 수는 없다"면서도 "여성 오퍼레이터, 남성 장비엔지니어 등의 직무에서 상대적으로 발생 또는 사망 위험비가 높았으며 비교적 젊은 연령에서 발생 위험비가 높게 나타나, 추적관찰 조사 필요하다"고 밝혔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