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1042개 여성.시민단체 "김학의·장자연 사건 본질은 성착취와 폭력"

오은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5.22 15:33

수정 2019.05.22 15:33

22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열린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등에 대한 성폭력 사건, 고 장자연씨 사건 등 권력층에 의한 반인륜적인 범죄, 은폐ㆍ조작 자행한 검찰 규탄 기자회견’에서 여성단체 회원들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오은선기자
22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열린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등에 대한 성폭력 사건, 고 장자연씨 사건 등 권력층에 의한 반인륜적인 범죄, 은폐ㆍ조작 자행한 검찰 규탄 기자회견’에서 여성단체 회원들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오은선기자

고 장자연 사망사건·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폭력 의혹 사건과 관련,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이달 말로 활동 종료를 앞둔 가운데 여성·시민단체들이 과거사위의 결정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총 1042개 여성·시민단체는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학의 사건과 고 장자연씨 사건은 본질이 여성에 대한 성착취와 폭력에 있다"며 "의혹투성이인 검찰 수사에 대해 끝까지 진상을 밝히고 책임져야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수사미진 아니라 위법 수준"
지난 16일 검찰 특수수사단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과거사위는 또 지난 20일 고 장자연씨 사건에 대한 심의 결과를 "당시 수사가 미진했으며 조선일보의 외압이 있었음을 확인했다"고 발표하면서 동시에 장씨 소속사 위증 혐의에 대해 재수사를 권고했다.


이들 단체는 "이 사건의 핵심 의혹인 여성범죄, 부실·조작 수사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완료됐다거나 충분한 사실과 증거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재수사를 권고하지 않았다"며 "사건의 진실을 낱낱이 밝혀내고 검찰 개혁을 이룰 것이라는 발족 취지가 무색하게 과거사위는 어떤 진실도 밝혀내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김영순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과거사위는 수사미진, 압수수색 부실, 수사자료 누락이라고 밝히면서 왜 수사 사료가 미진했는지, 왜 수사자료가 누락되었는지 수사 권고를 하지 않았다"며 "외압이 있었다면 의혹을 밝혀내거나 수사 권고를 해달라는 요청을 해야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차혜령 변호사는 "검찰 과거사위 보도자료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은 '수사 미진', '수사 부실', '과오' 등인데, 하나의 사건에서 이렇게 많은 수사 미진이 발생했다면 이것은 수사가 위법하다고 해야할 것"이라며 "고 장자연 씨 사건을 수사한 경찰, 검사가 공무원으로서의 자신의 직무상 이행해야 할 객관적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위법한 수준으로 평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 사건의 본질이 여성대상 범죄라는 점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혜진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활동가는 "정치계, 자본, 언론, 연예계 내 '성접대', 성폭력 문제 또한 '여성거래'를 매개로 남성연대를 다짐으로써 기득권을 공고히 하는 이 사회의 구조적 폭력 문제로 다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윤중천에게 성폭행 당했다" 피해자 증언 이어져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김 전 차관과 건설업자 윤씨로부터 성폭행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들의 증언이 이어졌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등에 의한 성폭력 사건 및 고 장자연씨 사건 등 진상 규명 촉구 기자회견'이 22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앞에서 열려 김학의 전 차관 성폭행 피해자라고 밝힌 여성이 기자회견을 마친 후 자리를 이동하고 있다. / 사진=서동일 기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등에 의한 성폭력 사건 및 고 장자연씨 사건 등 진상 규명 촉구 기자회견'이 22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앞에서 열려 김학의 전 차관 성폭행 피해자라고 밝힌 여성이 기자회견을 마친 후 자리를 이동하고 있다. / 사진=서동일 기자

2008년 김 전 차관으로부터 성폭행 피해를 당했다는 A씨는 "2013년 검찰조사를 받을 당시 검사들은 나를 마치 '대가성 성관계'라는 프레임을 씌워서 질문을 했다"며 "부당한 조사에 항의도 해보았지만 오히려 그들은 큰소리를 냈다"고 주장했다. 이어 A씨는 "더 이상 권력 앞에 진실이 왜곡되지 않도록 국민여러분의 감시가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피해자 B씨는 "(윤중천은) 힘없는 아녀자를 희생양으로 삼아 범죄의 단초를 제공하면서도 자신은 호의호식하고 있다"며 "힘없는 제가 기댈 곳은 공권력 뿐"이라고 울먹였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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