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美 vs 화웨이, 유럽 두고 줄다리기...비상 계획 돌입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5.22 16:22

수정 2019.05.22 16:22

영국 런던에서 21일(현지시간) 공개된 중국 화웨이의 신형 저가 휴대전화 '아너(Honor) 20'.로이터연합뉴스
영국 런던에서 21일(현지시간) 공개된 중국 화웨이의 신형 저가 휴대전화 '아너(Honor) 20'.로이터연합뉴스
중국과 무역전쟁을 치르며 화웨이를 압박하고 있는 미국 정부 내에서 유럽 동맹들 또한 머지않아 화웨이 단속에 나설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이에 맞서는 화웨이는 국제 사회의 규칙을 어지럽히는 미국을 규탄하며 유럽의 화웨이 지지를 촉구하는 한편 미국의 기술 없이 홀로서기 위한 비상경영에 들어갔다. 미 정부 관계자는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을 통해 유럽 국가들도 세계 최대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가 자아내고 있는 신랄한 위협과, 5세대(5G) 이동통신망 구축에서 화웨이와 협력하는 행위가 지닌 위험성에 대한 생각을 고쳐먹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럽 두고 줄다리기
무역전쟁용 협상 카드로 화웨이를 이용했던 미국과 달리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는 주요 유럽국들은 화웨이 제재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8월에 정보 보안의 목적으로 화웨이 등 중국 통신기업 제품을 연방정부에서 퇴출시켰고 이어 이달 15일에 모든 미국 민간 기업들에게 화웨이와 거래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에 대해 독일과 영국 정부는 5G 구축 사업에 특정 기업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혀 미국의 정책에 동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블룸버그와 접촉한 관계자는 유럽 국가들이 물론 화웨이에 노골적인 법적 제재를 가하지 않겠지만, 미 정부 입장에서 많은 국가들이 5G 구축 사업서 화웨이를 효과적으로 제한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어떤 국가가 화웨이 제재를 준비 중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화웨이 또한 문제 해결을 위해 유럽을 주목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아브라함 류 화웨이 유럽지역 부사장은 2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 정부의 화웨이 공격이 "유래 없는 수준"이라며 이 같은 조치가 중국 정보기술(IT) 기업 뿐만 아니라 세계 무역 질서에 대한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오늘은 화웨이가 당했지만 내일은 어떤 다국적 기업이 당할지 모른다"며 유럽이 미국의 압력에 저항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같은날 화웨이는 청소년 고객을 노린 저가형 휴대전화 '아너(Honor) 20'을 새로 출시하며 유럽 시장 사수 의지를 드러냈다. 유럽은 화웨이의 핵심 시장으로 화웨이는 지난해 세계 1070억달러(약 127조7366억원)의 매출 가운데 28%를 유럽 및 중동·아프리카에서 거뒀다. 반면 화웨이가 미국에서 벌어들인 매출은 전체 0.2%에 불과했다.

■자체 운영체제···비상계획
화웨이는 유럽을 두고 미국과 줄다리기를 하면서도 현실적인 대비를 잊지 않았다.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2일 보도에서 화웨이가 미 정부 제재를 극복하기 위해 비상계획에 들어갔다면서 자사에 부품을 공급하는 해외 기업들을 점검해 납품받은 부품들이 미국산 핵심 기술을 사용하는지 확인중이라고 전했다. 비록 협력업체가 미국 기업이 아니더라도 미국 기술을 사용할 경우 미 정부의 제재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화웨이는 전 세계 170여개국에서 사업을 진행중이며 1만3000여개 이상의 공급업체들과 협력하고 있다. 이 가운데 화웨이에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기업은 92개사로 미 기업이 33개로 가장 많으며, 다음으로는 중국(25개), 일본(11개) 기업 등이 포함됐다. 한국, 독일, 홍콩 기업들도 92곳 명단에 들어가 있다.

또한 화웨이는 미국 구글의 휴대전화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를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하면서 자사에 사용할 자체 OS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위청둥 화웨이 소비자 부문 최고경영자(CEO)는 21일 오후 자신의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계정에 올린 글에서 "이르면 올해 가을, 아무리 늦어도 내년 봄, 우리는 자신의 OS를 시장에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는 계속해서 구글의 소프트웨어를 쓰기를 원하지만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위 CEO는 화웨이의 새 독자 OS가 스마트폰, 컴퓨터, 태블릿PC, 텔레비전, 자동차 등에 함께 적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웨이는 그간 상하이교통대와 공동으로 리눅스를 기반으로 한 독자 OS인 훙멍을 개발해왔다.

한편 미 정부는 20일 발표에서 화웨이에 내린 거래 금지 조치 중 일부분을 90일간 유예하겠다고 발표했다. 다음날 구글은 화웨이 휴대전화에 탑재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 대해 90일간 유지 및 업데이트 서비스를 계속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조치가 추가로 이어질 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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