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특허 기대하면서 투자는 홀대… 지식재산 컨트롤타워도 불확실 [특허품질 확보, 경제성장 이끈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5.22 18:14

수정 2019.05.22 18:14

(中)전문가 없는 IP R&D
R&D 예산 70% 쓰는 대학·연구소 평균 발명 신고건수 美 견주지만
전문인력 수는 美 절반 못미치고 평균 기술이전 수입은 절반 수준
정책 진두지휘 정부 역할도 절실
#. 국내 최고 대학으로 꼽히는 S대학. 이곳은 최고의 교수진과 우수한 연구진이 연평균 1500여건의 특허를 생산하고 있다. 이 학교는 연구개발을 특허로 연결시킬 수 있는 지식재산관리부라는 조직을 보유하고 있다. 연구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이를 사업화하는 전담 조직이 있는 것이다. 대부분 대학이 법무팀에서 한두 명의 인원으로 특허, 기술이전을 관리하는 것에 비하면 지식재산 관리가 잘되고 있는 편이다. 그러나 전문인력은 형편없이 적다.

총 15여명이 지식재산을 담당하고 있는데 관리 업무직을 빼면 변리사 4명이 특허출원, 기술이전을 관리하고 있다. 1인당 연평균 400~500건의 특허, 기술이전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특허 기대하면서 투자는 홀대… 지식재산 컨트롤타워도 불확실 [특허품질 확보, 경제성장 이끈다]

한국의 특허품질 수준이 낮은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돈 되는 특허가 많지 않은 이유는 연구개발에서 기술거래에 이르기까지 지식재산 전 주기에서 전문가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현장에는 전문가가 부족하고 그마저도 충분한 시간을 투입해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되는 것이다.

지식재산 분야 관계자 "정부의 R&D 예산이 해마다 역대 최고 규모로 늘고 있지만 이를 돈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전문인력이 부족해 R&D의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특허권 확보 위한 투자 미국 10% 수준

22일 특허청 등에 따르면 대학, 공공연구기관은 정부 연구개발예산의 68%를 사용한다. 이들의 연구성과가 국내 지식재산 활성화의 기본 바탕이 된다. 업계 관계자는 "R&D특허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전문인력이 중요하고, 이들은 R&D로 이뤄진 개발한 기술 등을 수익으로 연결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내 대학, 공공연구기관의 지식재산 담당자 중에 순수하게 지식재산 업무만 하는 경우는 37.1%(2018년 기준)밖에 되지 않는다. 대학 및 공공연구기관의 기관당 평균 기술이전 사업화 전담, 지원인력 수(2015년 기준)는 한국 3.6명, 미국 13.3명으로 약 27%에 불과하다. 기관당 연간 평균 발명 신고건수는 한국이 118건, 미국이 128건이다. 한국은 전문인력 수가 미국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데 지식재산 처리건수는 비슷하다. 이 때문에 품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 한국은 기관당 평균 기술이전 수입이 83만달러이고 미국은 1300만달러다.

전문인력이 부족한 것은 지식재산에 대한 투자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2016년 기준 서울대와 카이스트의 특허출원 건당 비용은 각각 386만원, 498만원이다. 반면 미국의 스탠퍼드대학은 4099만원이다. 지재권 업계 관계자는 "연구개발 성과 등을 특허 등 지식재산으로 만들려는 의지와 투자가 부족한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가 부족하다 보니 대부분의 변리사무소에서 IP R&D부터 출원까지 패키지로 업무를 담당하지 않고 기술개발 이후 단순출원 업무만 하고 있다. 실제 지식재산연구원이 발표한 '변리서비스 품질 제고를 위한 변리사 제도개선 방안'을 살펴보면 변리사들의 80%가 한 해 진행한 특허출원 증 IP R&D부터 참여한 것은 20% 이하로 조사됐다.

■컨트롤타워 부재도 한몫

지식재산 분야를 다루는 강력한 컨트롤타워가 부족하다는 것 역시 특허품질 하락의 원인으로 꼽힌다.

현재 우리나라 지식재산 업무는 지식재산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특허청, 문화체육관광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으로 나눠져 있다. 전문가들은 영역이 파괴되고 지식재산이 국가경쟁력이 되고 있는 시기에 강력한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반면 미국은 특허상표청(USPTO)이 특허, 상표 등 통합적 지식재산 행정을 담당하고 대통령 직속으로 백악관에서 지식재산집행조정관(장관급) 설치 및 운영 중이다. 일본은 지난 2003년 총리 직속의 지적재산전략본부를 설치, 지식재산정책을 총괄한다. 특허·상표는 특허청에서, 저작권은 문화청이 관장한다. 중국은 2017년 3월에 리커창 총리가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지식재산권 종합관리계획'을 발표한 이후 국무원에서 '지식재산 강국 건설 가속화 계획'을 발표했다.
같은 해 7월에 시진핑 국가주석은 중앙재경영도소조에서 '지식재산권 보호와 침해자 엄벌'을 강조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2018년 12월에는 국무원에서 특허침해를 5배까지 배상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오세중 변리사회 회장은 "정부 지식재산정책, 컨트롤타워 현황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주소불명'"이라며 "겉모양은 갖췄지만 강한 권리, 산업 혁신을 촉진하는 기능에는 정책이 부합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