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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5.7% 급락… 올 최대낙폭 [위기감 커지는 글로벌경제]

윤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5.24 17:51

수정 2019.05.24 18:15

미·중 무역전쟁에 경기둔화 우려..미국발 공급과잉 우려도 커져
국제유가 5.7% 급락… 올 최대낙폭 [위기감 커지는 글로벌경제]

국제유가가 23일(현지시간) 올 들어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미국의 원유 재고 증가 소식에 따른 공급과잉 우려가 커진 데다가 고조되고 있는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글로벌 경제 둔화 리스크가 가격을 끌어내렸다.

이날 북해산 브렌트유는 런던거래소에서 4.6% 떨어진 배럴당 67.76달러로 70달러선을 지키지 못했으며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뉴욕거래소에서 지난해 12월 24일 이후 가장 큰 폭인 5.7% 떨어진 배럴당 57.9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3월 12일 이후 가장 낮은 가격이다.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감이 고조되는데도 불구하고 유가가 떨어지고 있는 것은 트레이더들이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에 따른 불안감이 더 강했기 때문인 것으로 외신은 분석했다. 또 이날 뉴욕 3대 주요 증시와 미 10년물 국채수익률이 하락한 미국 금융시장 패닉도 유가를 끌어내렸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타이키 캐피털 어드바이저스의 타리크 자히르는 이날 미국 금융시장의 혼란이 원유시장으로까지 확산됐다고 설명했다.

경제연구소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원유 수요 감소가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 기관은 연구노트에서 지난 3월 중국의 디젤유 수요가 둔화된 것이 뚜렷했던 것에 주목했다. 또 하루 전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미 주간 원유 재고 규모가 2년래 최대 수준으로 증가했다고 발표한 것도 유가를 끌어내렸다. 4월 초부터 이달 중순까지 이어진 정제시설 점검으로 인해 원유 재고가 1주일 사이에 470만배럴, 휘발유는 370만배럴이 늘었다. 호주 소재 CMC마케츠의 수석시장전략가인 마이클 매카시는 투자노트에서 "증가하고 있는 원유 재고와 부진한 미국의 제조활동은 글로벌 수요에 대한 우려를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최근 세계 제조업계는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과 독일을 포함한 유럽연합(EU) 국가에서도 부진한 지표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아시아 정제시설들의 수익 마진이 이번주 들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가동을 줄이고 있는 등 공급과잉은 북미만의 문제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ANZ은행은 중국 항만의 휘발유 재고량이 지난 2년래 최대 수준인 점에 주목하면서 이것으로 인해 현지 정제업체들의 수익 마진을 줄어들게 하고 석유 수요를 둔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에너지뉴스사이트 오일프라이스닷컴은 세계 경제성장 둔화와 현재 석유시장을 볼 때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포함한 주요 산유국들인 OPEC+가 올해 하반기에도 감산을 이어가야 할 것으로 예상했다. OPEC+는 6월 25~26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회의에서 감산 연장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한편 최근 고조되고 있는 중동지역의 긴장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당사국들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도 전해졌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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