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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 세 번째 시그니처 '트리플 어니언 버거' [김기자가 먹어봤다]

김성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5.25 09:59

수정 2020.02.17 14:22

[김기자가 먹어봤다 3] 맥도날드 신제품 '트리플 어니언 버거'
맥도날드가 역성장하고 있다. 베이컨토마토디럭스·상하이치킨·빅불고기 등 확실한 인기메뉴와 런치세트 할인혜택을 앞세워 한국 햄버거 시장을 주도했던 모습이 무색하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를 풍미했던 위세는 빅맥 만큼이나 쪼그라들었다.

온라인상에선 맥도날드 대표메뉴 빅맥과 버거킹의 와퍼주니어를 비교하는 게시물까지 찾아볼 수 있다. 중형차를 경쟁사 경차와 비교하는 것만큼 굴욕적인 일이다.

충성고객 역시 줄고 있다.
어느 햄버거 브랜드보다 많았던 충성고객은 맥런치 폐지, 가격인상, 메뉴 단종 등과 맞물리며 등을 돌렸다. 이는 매장 수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2017년 440개를 웃돌았던 매장수가 지난해 420개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공정위 정보공개서에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갈수록 줄어든 것으로 나온다. 2016년 10월부터는 아예 정보공개서도 찾아볼 수 없다.

시그니처 버거 포장 / 사진=김성호 기자
시그니처 버거 포장 / 사진=김성호 기자


지난 3년 간 맥도날드는 시그니처 버거를 차별화된 제품으로 밀어왔다. 고향인 미국에서 파이브가이즈·쉐이크쉑·인앤아웃 등이 큰 인기를 끌자 나온 대안이었다. 한국에서도 곧장 판매가 시작된 시그니처 버거는 커스텀 오더란 이름 아래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제품을 주문제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마니아층에게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주방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이유로 커스텀오더가 폐지됐고, 시그니처 버거는 정형화된 고급메뉴를 가리키는 말로 남고 말았다. 현재 맥도날드 시그니처 버거는 모두 3종으로, 기존의 그릴드 머쉬룸 버거와 골든 에그 치즈버거, 신제품인 트리플 어니언 버거다. 몰릴대로 몰린 맥도날드에서 신제품의 성패는 시그니처 라인, 나아가 브랜드 전체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는 중대사다. 그래서 김기자가 먹어봤다.

일단 제품명이 왜 트리플 어니언 버거인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기초교육과정을 이수한 사람은 다 알겠지만 어니언은 양파란 뜻이다. 그러니 트리플 어니언 버거는 세 가지 양파 버거란 뜻이다. 왜 세 가지 양파인지는 맥도날드 홍보물에서 찾아볼 수 있다. 홍보물은 제품소개문구로 ‘바삭하게 튀긴 후라이드 어니언, 풍미가득 그릴드 어니언, 아삭한 레드 어니언까지 풍성한 3가지 어니언의 조합을 느낄 수 있는 버거’라고 적어놓았다. ‘어륀지’로 유명하셨던 이모씨가 떠오르는 소개인데, 그냥 튀긴 양파·구운 양파·붉은 생 양파를 넣은 버거란 뜻이 되겠다.

패스트푸드의 핵심은 시간이다. 주문하자마자 나오는 엄청난 속도가 패스트푸드 성공의 주역이었다. 그런데 시그니처 버거는 고급 수제버거를 표방한다. 이것저것 주방에서 손이 가는 일이 많을 테니 나오는 시간도 빠를 수만은 없다. 손님이 많은 점심시간 성균관대점에서 시킨 트리플 어니언 버거는 주문 후 13분이 걸려 나왔다. 빠르진 않지만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시간이다.

시그니처 버거 신제품 트리플 어니언 버거 / 사진=김성호 기자
시그니처 버거 신제품 트리플 어니언 버거 / 사진=김성호 기자


제품 외관을 보자. 우선 광고물에 나온 제품사진은 어마어마하다. 하지만 위대한 르네 마그리트가 파이프 그림과 진짜 파이프는 다르단 교훈을 남겼단 걸 기억하자.

그래도 명색이 세계 최대 햄버거 브랜드의 야심작이다. 사진과는 다를지언정 꽤나 먹음직스럽게 보인다. 게다가 시그니처 버거들은 모두 비닐종이가 아닌 상자에 단정하게 담겨 나온다. 다른 사람들은 비닐종이에 버거를 받는데 나만 상자에 담긴 버거를 받는 기분부터 뭔가 다르다. 상대적 우월감에 기분이 좋아지는 건 인간의 본능이다.

버거빵도 일반 버거보다 훨씬 두툼하다. 통깨가 뿌려진 퍼석퍼석한 빵 대신 브리오슈번을 사용했다. 맛도 고소해 빵 맛있기로 소문난 다른 브랜드와 비교해도 빠지지 않는다. 여기에 양상추와 소스, 패티와 체다치즈까지는 기본적인 버거 구성이다.

특색은 역시 양파에서 나온다. 튀긴 양파의 독특함부터 구운 양파의 즙과 바삭한 양파의 식감이 어우러져 썩 괜찮은 맛을 이룬다. 가장 중요한 패티 역시 흔한 냉동패티보다는 한 단계 위인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다. 패티와 세 가지 양파의 맛이 이질감 없이 어우러지고 고소한 치즈와 양상추가 중심을 잡아준다.

시그니처 버거 신제품 트리플 어니언 버거 / 사진=김성호 기자
시그니처 버거 신제품 트리플 어니언 버거 / 사진=김성호 기자

가격을 고려하지 않고 보자면 누구에게나 추천할 수 있는 맛이다. 특색도 있고 맛도 기본 이상은 확실히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가격이다. 단품 7000원, 세트 8100원이란 가격이 만만치 않다. 일반 버거와 비교하면 1.5배 정도 비싼 수준으로, 여기에 경쟁사 제품까지 더하면 상당한 갈등이 될 듯하다.

시그니처 버거 세트는 결국 고급메뉴일 수밖에 없다. 저렴한 가격으로 빠르고 맛있는 한 끼 식사를 원했던 기존 맥도날드 고객에겐 접근하기 어려운 메뉴란 뜻이다. 시그니처 버거를 찾는 고객은 패스트푸드 맥도날드가 아닌 레스토랑 맥도날드에 가는 것이고, 그에 맞는 서비스를 원할 수밖에 없다.

현대차가 제네시스를 별도의 브랜드처럼 만들어가고, 멀티플렉스 체인은 같은 상영관의 고급 좌석이 아닌 별도의 고급 상영관에서 한 층 높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시그니처 버거를 먹는 고객은 기본 세트를 먹는 고객과 동일한 서비스를 받는다.

물론 시그니처 버거는 괜찮은 제품이다.
하지만 수준급 수제버거 전문점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과연 시그니처 버거를 먹기 위해 맥도날드에 갈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것이 시그니처 버거를 맛보며 기자가 느낀 가장 궁금한 점이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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