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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샌드박스는 임시변통 제도..국회서 법령 개정해야”

이진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5.26 14:09

수정 2019.05.26 14:09

[화제의 법조인]송도영 법무법인 비트 파트너변호사
"규제샌드 박스 신청서, 전략적으로 작성해야"
산업계 이해관계자 간 갈등 해소 역할 기대 
현재 하드웨어 정착 단계..소프트웨어 발전 필요
“규제 샌드박스는 임시변통 제도..국회서 법령 개정해야”

규제를 일시적으로 풀어주는 ‘규제 샌드박스’ 제도가 시행된 지 4개월이 지났다. 신기술의 신속한 시장 출시라는 취지로 도입된 이 제도는 규제 문턱이 높은 산업계에 숨통을 트여주고 있다. 다만, 제도 자체의 제약과 참여 사업체들의 낮은 이해도, 종사자간 갈등 등 첨예한 쟁점들이 남아있다.

이제 막 첫걸음을 뗀 규제 샌드박스의 현황과 앞으로 나아가 길에 대해 송도영 변호사(법무법인 비트·39·사법연수원 39기· 사진)를 26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송 변호사는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운영하는 ICT(정보통신기술) 규제 샌드박스 상담센터에서 기업들을 대상으로 법률컨설팅을 맡고 있다. 주로 제도 신청을 돕거나 법률적 쟁점에 대한 무료 자문에 나선다.


■“제도 활성화 불구, 이해도 낮아”
송 변호사는 규제 샌드박스에 대해 “한국과 같이 규제가 강한 성문법 체계의 국가에서는 매우 전향적인 제도”라고 평가했다.

규제 샌드박스는 지난 10일 기준 49건의 승인실적을 올렸다. 지난해 제도 도입 후 4건이 승인된 일본과 연간 40여건이 승인되는 영국과 비교해 짧은 기간에 급격한 양적 성장을 기록했다. 일단 제도 활성화 측면에서는 합격점이라는 얘기다.

송 변호사는 “규제이슈로 상담을 찾아온 벤처기업과 스타트업들에게 과거에는 ‘어쩔 수 없다’고 답변한 게 끝이었다면 이제는 극복할 수 있는 장이 열렸다”며 “사업체들의 신청서 작성을 돕느라 제도 시행 당시에는 집에도 못 들어갔고, 현재도 밀린 상담에 주말도 반납하고 일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신청을 원하는 기업 중 대부분이 정작 제도 내용이나 진행과정에 대해 모르는 등 전혀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신청에 뛰어들고 있다.

송 변호사는 “대표들을 만나보면 ‘규제 샌드박스에 지정받으면 좋다던데’ 정도로 아시는 분들이 많다. 가져온 신청서는 거의 새롭게 써야하는 수준”이라며 “제도에 대한 이해를 조금 더 했으면 좋겠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실증특례의 경우 말 그대로 생명·신체·재산에 대한 위험을 실증하는 제도로 그런 측면을 고려해 전략적으로 계획을 짜야한다”며 “안정성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는다면 승인받더라도 사업에서 허용범위가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송 변호사는 규제 샌드박스 승인을 위해 거쳐야하는 사전검토위원회에서 나올만한 궁금증이나 문제제기에 대한 대응논리 구축, 신청서에서 미약한 부분 보완 등을 돕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실상 ‘칼자루’를 쥔 주무부처의 논리에 따라 규제 샌드박스의 허용 여부가 정해지고, 그 범위도 제한돼 또 하나의 규제 장벽이 만들어졌다는 주장도 나온다.

■“사회적 대타협 기능 기대”
송 변호사는 “사업체가 바라는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부분이나 제약이 있는 건 확실하다”면서도 “다만 실증특례는 법에서 금지한 사업의 안정성을 검증하기 위한 제도로, 본격적으로 사업을 허용해준 게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업영위 자체가 어려울 정도로 제한을 두는 건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전면허용은 어렵다”며 “회사가 운영되고, 실증자료를 충분히 확보할 정도로 주무부처에서 조건을 두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현재 모빌리티서비스-택시업계, 원격의료-의료계, 공유숙소-숙박업계 등 신·구산업간 갈등이 첨예한 가운데 규제샌드 박스가 이를 해결할 사회적 대타협의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송 변호사는 전망했다.

그는 “대체재가 있는 사업의 경우 신사업으로 소득이 줄어 미래가 불투명해지는 이들이 있을 수 있기에 의견 조율이 필요하다”며 “규제샌드 박스를 통해 신산업을 실증해보면, 막연한 불안감과 위해성을 논의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 변호사는 다만 “규제샌드 박스는 임시변통 제도”라며 “모든 문제의 솔루션이 아닌 이를 찾기 위한 유예제도”라고 힘주어 말했다.
결국 공은 실질적으로 규제를 개선하도록 법령을 개정하고, 만들어 나가는 국회에 있다는 취지다.

그는 “법령이 개정되지 않으면 실증특례 기간 후에 불법업체가 될 수 있다”며 “국회가 열심히 관련 법령을 개정하고,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청취해 합리적 의견을 도출하는 게 핵심”이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어렵사리 한국형 규제 샌드박스의 하드웨어는 정착됐으나 중요한건 어떻게 운영하고, 관련 법령을 해소할지와 같은 소프트웨어 부분”이라며 “변호사들도 이 과정에서 큰 지원에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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