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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돈 풀어 '경제 모래성' 쌓는 동안… 잠재성장률은 뚝뚝 ['재정확대' 반복되는 땜질처방]

장민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5.26 17:26

수정 2019.05.26 17:26

내년 예산 첫 500조 돌파 예고..추경 5년째 편성해 성장률 방어
저출산·고령화에 제조업 부진 등 경제 구조적 문제 해결 없이는 잠재성장률 1%대로 떨어질수도
나랏돈 풀어 '경제 모래성' 쌓는 동안… 잠재성장률은 뚝뚝 ['재정확대' 반복되는 땜질처방]

최근 정부가 재정확대의 '고삐'를 죄고 있지만 매년 성장률 방어에만 급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저출산·고령화 등 구조적 요인으로 중장기 성장잠재력이 하락하고 있는데도 단기 경기부양에만 주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대로 가다간 우리 경제가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것이란 우려 섞인 전망도 잇따르고 있다. 경제체질을 변화시키는 구조개혁이 병행되지 않는 한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의 '마중물' 역할도 한계에 봉착할 것이란 목소리가 높다.

26일 국회 및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내년도 예산은 사상 처음 5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경제상황이 긴급할 때만 편성되는 추경도 올해까지 5년 연속이자, 문재인정부 출범 후 세 번째로 편성됐다.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되면서 '나랏돈'을 대거 풀어 이를 방어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매년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도 그해 성장률만 미미하게 끌어올리는 데 그칠 뿐 중장기 성장잠재력은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추세다.

한국은행이 지난 2017년 추정한 2016~2020년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연평균 2.8~2.9%로 2001~2005년 4.8~5.2%, 2006~2010년 3.7~3.9%, 2011~2015년 3.0~3.4% 등 해가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 잠재성장률은 물가상승 없이 달성 가능한 최대 성장률을 의미한다.

이미 향후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1%대까지 내려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020년대 연평균 2.2%를 기록하고, 2050년대에는 1.2%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측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OECD 평균을 상회하다 2035년부터는 평균을 밑돌 것으로 내다봤다.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저출산·고령화가 진행되며 노동력이 급감하고 있지만 경제의 생산성을 올릴 수 있는 장기적 안목의 구조개혁은 지지부진하다.

무엇보다 주력 산업인 제조업의 경쟁력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한은이 분석한 우리나라 제조업 시간당 노동생산성(2011~2015년 평균)은 51달러로 미국(87달러)의 59%, 독일(81달러)의 63%에 불과하다. 반도체 등 특정 산업에만 의존한 채 제조업 혁신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첨단 제조 파트너십', 중국의 '중국제조 2025', 독일의 '인더스트리 4.0' 등 전 세계 주요국이 앞다퉈 제조업 혁신정책을 내놓고 있는데도 우리 정부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가 적재적소에 재정을 쓰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일례로 성장기여도가 낮은 복지부문의 높은 재정지출 비중이다.
올해 보건·복지·고용 예산은 161조원으로 전체 예산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역대 최대 규모로 편성됐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현 정부는 산업경쟁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하는 대신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통해 구매력을 늘리는 정책에 주력하고 있다"며 "독일이나 미국이 4차 산업혁명 경쟁에 앞선 이유는 전통적 제조업이 강했기 때문으로, 향후 제조업 경쟁력을 살리는 방향으로 정책역량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배근 건국대 교수는 "신산업 사업모델이 기존 산업과 다른 만큼 정부의 신산업에 대한 이해가 전제돼야만 정책을 제대로 설계할 수 있다"고 전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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