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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늑대’와 ‘IT 공룡’이 비트코인 상승장 주도

김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5.27 14:47

수정 2019.05.27 14:59

백트, 피델리티, 골드만삭스 등 월가, ‘비트코인=디지털 금’ 투자 인프라 설계 페이스북, 삼성전자 등 IT 업체, 핀테크 선도 기술로 블록체인‧암호화폐 주목

미국 월가의 전통금융기관을 비롯해 삼성전자,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들이 블록체인·암호화폐 생태계에 뛰어들면서 ‘비트코인 1000만원 재탈환’을 주도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 금융권은 이른바 ‘묻지마 투자’와 거리를 두고 있는 기관투자자들이 투자 포트폴리오에 비트코인을 포함시킬 수 있도록 암호화폐 거래와 수탁 등 투자 인프라를 설계하고 있으며, 글로벌 IT 공룡들은 핀테크 주도권 확보의 일환으로 블록체인‧암호화폐지갑 기술을 끌어안으면서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에 대한 시장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또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이 지속되면서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과 같은 대체자산으로서 투자 수요를 모으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이를 통해 현재 전체 암호화폐 시장에서 시가총액 기준 점유율이 약 60%에 달하는 비트코인의 영향력은 더욱 확대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비트코인이 가치보존형 자산인 ‘디지털 금’으로 진화하고 있다.
비트코인이 가치보존형 자산인 ‘디지털 금’으로 진화하고 있다.

■미국 월가, 암호화폐 투자 인프라 깔고 기관 자금 끌어모은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비트코인(BTC) 가격이 기존 저항선인 8000달러를 뚫고 9000달러를 향해 가고 있다. 원화 기준으로는 1000만원을 넘어선 상태다. 이와 관련 블록체인‧암호화폐 업계 전문가들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모회사 ICE(인터콘티넨탈익스체인지)를 비롯해 골드만삭스와 피델리티 등 기관투자자들이 크립토 금융의 새로운 판을 짜기 시작한 점을 시세 상승 배경으로 진단했다.


ICE는 지난해 비트코인 선물 거래소 ‘백트(Bakkt)’를 설립하면서 현금 결제 대신 비트코인이 오가는 실물인수도 방식을 내세웠다. 이르면 오는 7월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승인을 통해 백트가 공식 출시되면 기관투자자들의 자금이 크립토 생태계에 본격 유입될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특히 기관투자자들은 중장기적인 가치투자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비트코인은 가치보존형 자산인 ‘디지털 금’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여겨졌다.


체인파트너스 리서치센터 한중섭 센터장은 “기존에는 기관투자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거래소나 디지털 자산(암호화폐)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수탁 서비스가 없었다”며 “하지만 최근 피델리티 디지털 자산 홀딩스 등 월가 늑대들이 기관용 디지털 자산 시장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으며, 이 중에서도 백트는 비트코인 투자를 원하는 기관투자자들을 위한 최적의 솔루션”이라고 강조했다. 서울과 샌프란시스코에 기반을 둔 블록체인 전문 투자사인 해시드 김서준 대표도 “미국 금융권 꼭대기에 있는 ICE가 비트코인을 가지고 트레이딩과 수탁 서비스를 비롯해 선물옵션까지 커버하면 암호화폐 시장에 새로운 투자 패러다임을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가 금융위·금감원 주최로 열린 '코리아 핀테크 위크'에서 '삼성 블록체인 월렛' 등을 시연하고 있다 / 사진=김미희 기자
삼성전자가 금융위·금감원 주최로 열린 '코리아 핀테크 위크'에서 '삼성 블록체인 월렛' 등을 시연하고 있다 / 사진=김미희 기자

■삼성전자와 페이스북 등 IT 업계, 암호화폐로 ‘테크-핀’ 주도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해 온 삼성전자와 애플도 각각 삼성페이와 애플페이를 기반으로 크립토 금융 시장의 한판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10에 ‘삼성 블록체인 키스토어’와 ‘삼성 블록체인 월렛’을 탑재하면서 ‘삼성 스마트폰=안전한 디지털 자산 금고’란 공식을 내세웠다. 애플 역시 ‘디지털 자산의 총아’로 떠오른 골드만삭스와 함께 애플카드를 시작으로 핀테크 기술‧서비스 협력에 속도를 내고 있다.


또한 페이스북과 MS 등 미국 실리콘밸리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MS는 최근 비트코인 블록체인 위에서 탈중앙화 신원확인시스템(DID)을 구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으며, 페이스북은 블록체인 기반 스테이블코인(가치안정화폐)을 활용해 결제‧송금 등 핀테크 영역에 혁신을 모색 중이다.


네이버 라인의 독자적 블록체인 네트워크(메인넷) ‘링크체인’ 등을 개발 중인 언체인 이홍규 대표는 “페이스북이 최근 자체 개발자행사 F8을 통해 발표한 로드맵에 비춰보면, 프라이버시 솔루션과 메신저 플랫폼에 집중하면서 블록체인 기반 스테이블코인 결제‧송금 등 핀테크 시장으로 진출하는 게 확실시 되고 있다”며 “모바일 메신저라는 핵심기능 옆에 광고와 게임 등을 붙이면서 거대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한 만큼 해당 플랫폼 안에서 기축통화처럼 활용되는 스테이블코인과 신원인증(DID) 등을 통해 국경을 초월하는 경제·금융 생태계를 만들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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