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정보통신

불 떨어지자…'게임중독 = 질병' 뒷북 대응논의

김아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5.28 17:39

수정 2019.05.28 18:46

복지부 vs.문화부, 유관부처 이견
정부, 뒤늦게 교통정리 나서.. 게임업계·의료계·시민단체 등 참여
민관협의체 만들어 각계 의견 수렴
자료사진 뉴시스
자료사진 뉴시스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 코드 등재 후폭풍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게임업계가 '게임=질병'에 대해 강력 반발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뒤늦게 나서 사태를 진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28일 관련부처와 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가 질병 코드 등재를 놓고 합리적인 방안을 찾기 위해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국무조정실은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키로 했다. 업계, 학계 차원의 각종 토론회도 이어지고 있다.

■'게임=질병'은 헌법 침해

한국게임산업협회와 한국게임법과정책학회가 함께 이날 개최한 '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따른 긴급토론회'에서 임상혁 한국게임법과정책학회 회장은 "게임을 '질병'의 하나로 규정하고 국가의 치료대상으로 삼는 것은 헌법상 문화국가의 원리, 개인의 행동의 자유와 기업활동의 자유, 명확성의 원칙이나 비례의 원칙 등에 있어서 많은 문제점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다른 나라들은 게임을 전략산업으로 지원하고 별다른 규제가 없음에도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게임산업에 대한 불편한 선입견들을 바탕으로 각종 규제들이 앞다투어 도입하는 것에 대한 산업계의 불만의 목소리도 높다"며 "국내에 제도가 도입되기 전에 이 규제가 꼭 필요한 것인지 덜 위험한 침해방법은 없는지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경석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본부장은 게임을 질병으로 간주할 경우 교육적인 낙인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10대 청소년이 게임 중독으로 정신질환자처럼 환자로 '낙인'될 경우 대학진학, 취업 때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강 본부장은 "2014~2018년 동안 청소년 2000명을 대상으로 추적조사를 한 결과 게임과몰임은 게임의 문제가 아니라 이용자를 둘러싼 환경의 문제였다"라며 "집안의 문제로부터 탈출 후 게임을 찾은 것이며 이들의 뇌 자기공명영상(MRI)을 찍어봐도 별다른 구조적 변화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최승우 한국게임산업협회 정책국장은 "충분한 협의와 공감대 없이 국내에 질병코드를 도입한다면 8만명에 가까운 게임 종사자들에게 사회적 낙인을 찍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게임이 정신질환을 유발한다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부연했다.

■정부, 민관협의체 구성… 의견 수렴

질병코드 도입을 놓고 보건당국인 보건복지부와 게임산업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이견을 표출하며 갈등 양상을 나타내자 국무조정실이 나섰다. 정부는 질병코드 부여에 대한 대응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국무조정실 주도의 민관협의체를 구성키로 했다.

이날 세종청사에서 WHO의 게임이용 장애 질병코드 부여와 관련해 노형욱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관계 부처(복지부·문체부) 차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게임이용 장애 질병코드 국내 도입문제와 관련해 충분한 준비 시간이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향후 도입 여부와 시기, 방법 등에 대해 각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복지부와 문화부 등 관계 부처, 게임업계, 의료계, 관계 전문가,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민관 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한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민관협의체의 경우 어느 한 부처가 주도하게 되면 편향성 논란이 있을 수 있으므로 국무조정실이 주도하게 됐다"라고 전했다.

true@fnnews.com 김아름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