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필수 의약품 확보위해 국제공조 절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5.30 17:27

수정 2019.05.30 17:27

[특별기고] 필수 의약품 확보위해 국제공조 절실

제72차 세계보건기구(WHO) 총회 참석을 위해 5월 18일부터 21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 다녀왔다. 지난 제71차 총회에서 필수적인 의약품의 접근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하는 기조연설을 한 지 1년여 만이다.

작년 세계보건총회 기조연설 이후 기회가 될 때마다 각국 장관들을 만나 의약품 접근성과 관련된 국제공조 강화 필요성을 역설했다. 많은 나라에서 우리 정부의 제안에 공감하고 지지 의사를 표현했다. 이제는 단순히 의약품 접근성 강화 필요성에 공감한 수준을 넘어 더 진전되고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할 단계다. 이에 우리나라와 뜻을 같이하는 이탈리아를 비롯해 네덜란드, 베트남 등 15개국과 함께 토론행사를 작년 말부터 준비했다.
WHO에서 개최된 토론행사는 국제사회와 협력에 따른 첫 번째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보편적 의료보장 달성을 위한 의약품 등의 시장 투명성, 적정 가격과 품질보장에 관한 다차원적 접근'이라는 주제로 각국 정부 당국자와 비정부기구(NGO) 관계자가 함께 열띤 토론을 벌였다. 대부분의 국제회의 토론행사는 시작할 때 빼곡하던 참석자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빈자리로 바뀌어 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토론회는 당초 예상했던 참석자 수를 훌쩍 넘어 실제 350여명이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심지어 좌석이 모자라 서서 끝까지 경청한 삶도 많았다. 그만큼 생명과 건강에 필요한 의약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에 관심이 큰 것이다.

이번 행사를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 것이 있다. 바로 의약품 접근성 문제는 지급능력이 떨어지는 일부 저소득 국가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키프로스는 1인당 국민소득이 약 2만5000달러에 달하지만 총 인구수가 118만명에 불과, 의약품 구매 협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키프로스 보건당국자가 사례로 밝힌 내용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여러 나라에서 판매되고 있는 희귀질환 치료제 가격이, 키프로스에서는 평균 10배 높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1인당 국민소득이 약 4만8000달러인 네덜란드에서도 특정 항생제가 한 기업에서만 생산·공급돼 자국민의 의약품 사용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사례를 언급하면서 필수의약품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역설했다.

이번 행사에 참석한 많은 국가의 장관들이 보편적 의료보장을 위한 의약품 접근성 확보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런 공감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 성과를 낳기 위해서는 국제기구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WHO와 함께 각종 보건 현안에 대한 심층 논의, 추가 협력과제 발굴 등을 위한 고위급 회담을 올해 6월을 시작으로 정례화할 계획이다.

의약품은 한번 개발되면 이를 통해 수많은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 점에서 공공재(Public Goods)다. 반면 혁신적 기술개발을 위해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적정 이익 창출도 필요한 경제재(Economic Goods)이기도 하다.
이 두 가지 성격을 균형 있게 보장하면서 전 인류의 보편적 의료보장을 달성하는 길은 결코 순탄치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모두가 기본생활을 누리는 포용사회를 지향하는 우리나라에서 국제사회가 같이 문제를 해결하자는 데 뜻을 모으고, 구체적 행동으로 옮기는 첫발을 디뎠다.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보편적 의료보장으로 가는 길에 우리 국민의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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