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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녹지국제병원 철수 시작…근로자들에게 작별 인사

중국 녹지그룹 "동분서주했으나 수포로 돌아갔다“ 내부공지
물거품 된 국내 첫 영리병원 후폭풍…손배소송 신호탄 해석

구샤팡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 대표의 ‘작별을 고하여 드리는 말씀’ 제하의 내부공지.

[제주=좌승훈 기자] 국내 첫 투자개방형 병원(영리병원)을 추진했던 제주 녹지국제병원이 사업 철수와 함께 직원 해고 절차에 들어갔다. 중국 자본인 녹지그룹이 2014년 11월 법인 설립 신고를 하고 서귀포시 제주헬스케어타운에 의료사업을 추가한 지 4년 7개월여 만이다.

제주 녹지국제병원 사업자인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는 지난달 31일 구샤팡 대표 명의로 된 ‘작별을 고하여 드리는 말씀’ 제하의 내부공지를 통해 병원 근로자들에게 작별의 인사를 전했다. 구샤팡 대표는 앞서 지난달 17일 병원 근로자들에게 “회사는 그동안 병원 설립과 정상적인 운영을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이제는 병원 사업을 부득이하게 접을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대단히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며 고용해지를 통보했다.

■ 6월17일자 직원 정리해고 통지

해고 시점은 통지일로부터 한 달 후인 오는 17일이다. 녹지 측은 고용해지와 함께 사업 철수를 본격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녹지 측은 2017년 8월 제주도에 병원 개설허가를 신청할 당시 의사 9명과 간호사 31명 등 134명의 인력을 채용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개설 허가가 지연되는 과정에서 간호사를 비롯해 직원 50여명만 남았으며, 최근 정리해고 절차에 따라 현재 30여명의 근로자가 희망퇴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14명은 회사 측이 연차 사용을 강제하고 유급 휴직 급여를 삭감했다며 지난달 29일 광주지방노동청 제주근로개선지도센터에 진정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녹지국제병원. fnDB

녹지 측은 제주도가 지난해 12월5일 외국인 대상의 조건부 개설허가를 해줬으나 내국인을 제외한 조건부 개설허가를 한 것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냈다. 제주도는 녹지 측이 조건부개설허가 이후 의료법이 정한 병원 개설 시한(90일)을 넘기고도 병원 운영을 하지 않자, 허가 취소 전 청문절차를 거쳐 지난 4월17일 허가를 취소했다.

이제 공은 법정으로 넘어갔다. 녹지 측은 법무법인 태평양을 통해 "사업비 778억원을 들여 병원을 준공했고, 2017년 8월 개설 허가 신청 당시 진료에 필요한 시설과 장비·인력 등 모든 요건을 갖췄음에도 제주도가 15개월 넘게 허가 절차를 지연했다"며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 정부 상대 직접 소송 가능성도

투자 손실에 따른 손해배상소송 가능성도 크다.
지난 3월26일 병원 개설 취소 여부를 다룬 청문에서 녹지 측의 박태준 변호사는 “"제주도와 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는 녹지그룹이 영리병원에 투자하지 않으면 헬스케어타운 사업의 2단계인 토지 매매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며 공사를 1년 7개월 간 지연시켰으며, 사업 중단에 따른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결국 병원 개설을 수용한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인건비·관리비 76억원을 비롯해 850억원 가량 투자손실을 봤다고 주장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외국 투자자의 적법한 투자 기대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며 투자자·국가 간 소송제조(Investor-State Dispute Settlement, ISD)를 통해 정부를 상대로 직접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게다가 병원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거나 제주도와 녹지 간 소송이 격화된다면, 1조5674억원 규모의 의료산업단지인 제주헬스케어타운사업이 애물단지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