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가장 크게 기뻐한 곳은 세계 1위 생활문화기업을 목표로 세운 CJ그룹이다. CJ엔터테인먼트는 영화 기생충의 배급사다. 하이트진로와 농심도 간접 수혜자다.
'기생충' 제작진은 극중 캐릭터와 시나리오에 맞는 제품 및 공간을 활용하기 위해 다수 업체에게 접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트진로와 농심 등이 대표적으로, 이들은 제품 협찬을 통해 한국 최초의 칸영화제 최고상을 수상한 작품에 자사 제품을 의미심장하게 등장시키는 영광을 얻었다. 반면 공간협찬을 요청받은 일부 유통업체는 제작진의 제안을 거부했다가 뒤늦은 아쉬움을 보이고 있다.
하이트진로의 발포주 필라이트는 가성비 높은 맥주라는 점에서 영화에서 다양한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발포주는 맛과 도수에서 맥주와 흡사하지만 맥아 비율이 낮은 대용술로 가격이 저렴하다. 만원에 12캔이란 파격적 가격을 앞세워 하이트진로는 출시 2년 만에 5억 캔을 판매하며 발포주 시장을 선도해 나가고 있다.
필라이트는 온 가족이 백수인 기택(송강호 분) 가족의 상황과 성격을 보여주는 주요한 소품이다.
처음 반지하집에 모여 앉아 필라이트를 마시던 이 가족은 구성원 모두가 취업에 성공한 날에 삿포로 맥주를 마시며 기쁨을 만끽한다. 이때 어머니 충숙(장혜진 분) 만큼은 필라이트를 계속 마시는데, 12캔을 한 번에 사서 남았기 때문인지 필라이트가 그녀의 취향인 것인지는 해석의 몫으로 관객 앞에 남겨진다.
이와 관련,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영화 제작진에서 먼저 제품을 쓰고 싶다는 문의를 해와 주류를 제공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필라이트랑 같이 참이슬이 나오는 장면도 있는데 영화가 크게 성공하며 얘기가 많이 나왔다”고 만족감을 보였다.
영화엔 농심의 대표제품 짜파게티와 너구리도 인상적으로 등장한다. 주인집 안방마님 연교(조여정 분)가 캠핑에서 돌아와 짜파구리를 먹는 장면으로, 큼직한 소고기와 짜파구리의 이색적 조화가 영화의 분위기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농심 관계자는 “봉 감독 측에서 짜파구리란 표현을 써도 되냐는 문의가 있어 써도 된다고 했다”며 “따로 제품을 보내주진 않았는데 이렇게 큰 결과가 있어 회사에선 매우 감사하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한편 영화 속 연교와 운전기사로 취업한 기택이 함께 쇼핑을 하는 장면을 위해 제작진이 국내의 대형 유통업체 여러 곳과 접촉했지만 장소 협찬은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생충 제작진의 제안을 거절한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이전에 영화에 장소협찬을 했다가 결과가 좋지 않았던 사례도 있는데다 이번 영화가 계급과 신분에 대한 내용을 다뤘다고 해서 민감하게 받아들인 것 같다”며 “결과적으로 영화가 크게 돼서 아쉬운 마음”이라고 털어놨다.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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