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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공룡들에게 고삐 씌우는 美, 정치 이슈로 번져..주가급락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6.04 16:21

수정 2019.06.04 16:25

구글 로고.AP뉴시스
구글 로고.AP뉴시스
2000년대 닷컴버블의 잔해 속에서 싹을 틔워 미국 경제를 책임지는 기둥으로 성장 거대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미 정부와 의회의 집중 감시대상으로 지정됐다. 규제 당국은 과거 산업 초창기에 얼렁뚱땅 넘어갔단 IT 공룡들의 독과점 문제를 다시 점검하겠다며 기업들이 '눈치껏' 유지했던 IT 산업의 질서를 국가 차원에서 감독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현지 언론들은 3일(현지시간) 관계자들을 인용해 독과점 행위 조사권을 공유하고 있는 미 법무부와 연방거래위원회(FTC)가 IT 대기업들의 시장 점유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각각 담당할 영역을 확정했다고 보도했다.

■주요 IT 기업들 대부분 조사 대상
WSJ에 의하면 법무부는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과 애플을 조사할 예정이며 FTC는 페이스북과 아마존을 맡기로 했다. 관계자는 법무부와 FTC의 주요 목표가 각각 구글과 페이스북이었으며 조사 역시 이들 두 기업에 상대적으로 집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무부·FTC는 이미 구글과 페이스북을 조사하면서 관할권 중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약을 추진했으며 애플과 아마존에 대한 수사가 해당 협약에 추가된 것인지, 혹은 별도의 협약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구글이 검색 및 온라인 광고시장을 독점한다는 주장은 해묵은 논란이다. FTC는 지난 2013년에 구글의 독점 행위를 지적한 보고서를 발표했으나 법적으로 별다른 행동에 나서지 않았다. 미국과 무역마찰을 빚고 있는 유럽연합(EU)은 올해 3월에 구글이 불공정경쟁을 벌였다며 약 1조9000억원 규모의 벌금을 물렸다. WSJ는 지난달 31일 보도에서 법무부가 몇주간에 걸쳐 구글 조사를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페이스북의 경우 이미 지난해부터 개인정보유출 문제로 FTC의 조사망에 올라있었다. 페이스북은 지난 4월 분기 실적 발표에서 당국에 낼 벌금으로 30억달러(약 3조5460억원)를 적립했다고 밝혔다. WSJ는 FTC가 지난 2월에 페이스북 조사를 시장 독점문제로 확대했다며 과거 페이스북의 와츠앱, 인스타그램 인수를 다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IT 기업들에게 몰아친 찬바람은 정치권에서도 이어졌다. 데이비드 시실린 미 하원 법사위 반독점소위원장(민주·로드아일랜드주)은 3일 하원 차원에서 IT 기업들의 독과점 문제를 조사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조사 과정에서 다수의 청문회를 열겠다며 현행 반(反)독점 법률이 기술변화에 부합하는 지 점검하겠다고 설명했다.

■시장출렁, 정치 쟁점으로 떠올라
이날 당국의 조사 소식이 알려지자 나스닥에 상장된 알파벳 주가는 6.12% 급락한 주당 1038.74달러로 마감됐다. 페이스북과 아마존 주가는 각각 7.51%, 4.64%씩 내린 주당 164.15달러, 1692.69달러로 장을 마쳤다. 애플 주가는 1.01% 내려간 173.30달러를 기록했으며 조사 대상에 오르지 않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주가 역시 3.1% 떨어졌다. 미 경제전문방송 CNBC는 이날 조사 대상으로 알려진 4대 기업의 시가 총액이 총 1300억달러 가까이 증발했다고 분석했다. 나스닥 지수는 주요 종목들이 침몰하면서 이날 1.61% 하락한 7333.02로 장을 마쳤다.

WSJ는 미 당국이 자유방임에 가까운 환경에서 성장했던 IT 기업들을 본격적으로 규제하기로 결정했다고 진단했다. IT 업계는 엎친데 덮친격으로 '러시아 스캔들'과 페이스북 사태를 겪으며 피치 못하게 정치 문제에 연루됐고 내년도 대선을 앞두고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에 "페이스북과 트위터, 구글이 민주당에 너무 치우쳐 있다"며 IT 업계의 정치 성향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아울러 민주당 대선주자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매사추세츠주)은 지난 3월에 구글과 아마존, 페이스북같은 거대 IT 기업이 고객의 사생활을 악용하고 시장을 왜곡한다며 이들을 해체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미국에서는 지난 1911년과 1984년에 석유 공룡 스탠다드오일과 통신기업 AT&T가 독점 혐의로 강제 분할되기도 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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