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금융 빅데이터 첫발, 데이터 3法 손질 급선무

금융거래자 4000만명의 개인신용정보가 익명처리돼 단계적으로 개방된다. 1단계로 5%인 200만명분이 4일부터 공개돼 핀테크(금융기술)기업이나 금융회사, 대학 연구소 등이 활용할 수 있게 됐다. 금융위원회가 3일 발표한 금융 빅데이터 구축 방안의 주요 내용이다.

한국은 한동안 IT 선진국으로 불렸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든 이래 점점 데이터 후진국으로 추락하고 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선정한 '2017 빅데이터 활용도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63개국 중 56위를 기록했다. 과도한 개인정보 보호와 규제에 가로막혀 세계 흐름에 역주행한 결과다. 반면 중국은 우리와 달랐다. IT 후발국이었지만 개인정보 규제를 일찍 풀었다. 그 결과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드론·자율차 등 미래산업 분야에서 세계 선두권으로 앞서 나가고 있다.

한국이 데이터 후진국으로 추락한 것은 데이터 3법이 개인정보 활용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 3법은 신용정보법을 비롯해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을 말한다. 개인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데이터의 산업적 활용을 엄격히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데이터경제 시대 이전에 만들어진 법이어서 그렇다. 그러나 개인정보를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 개인정보를 익명처리하면 된다. 금융위의 금융 빅데이터도 이런 방식이다.

데이터는 4차 산업혁명의 원유로 불린다. 데이터의 산업적 활용 없이 4차 산업혁명을 논할 수 없다. 금융위의 금융 빅데이터 개방은 데이터 경제로 나아가는 첫걸음이다.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고객의 수요에 맞춘 금융 신상품 개발이나 다양한 핀테크 창업이 가능해진다. 익명처리된 개인의 신용정보를 사고파는 데이터거래소도 연내 시범운영을 시작한다니 기대가 크다.

데이터 경제로 가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가 있다. 데이터 3법 개정이다. 개정안은 이미 지난해 11월 국회에 제출됐다.
그러나 의원들의 무관심과 잦은 정쟁, 시민단체의 반대 등으로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데이터 경제 시대에 데이터를 묵혀두는 것은 엄청난 국가적 손실이다. 국회가 데이터 3법을 최우선적으로 처리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