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일반경제

믿을 구석은 내수뿐인데… 가계 소비·저축여력은 날로 악화

예병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6.06 17:18

수정 2019.06.06 17:18

1분기 총처분가능소득 1.4% 줄어.. 총저축률도 2012년 4분기 후 최저
5월 소비자심리지수도 3.7P 하락
믿을 구석은 내수뿐인데… 가계 소비·저축여력은 날로 악화

한국 경제에서 내수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수출부진 등으로 인한 상품수지 흑자폭 축소로 경상수지가 7년 만에 적자를 기록할 정도로 경제 전반에 수출 영향력이 줄고 있어서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한층 더 격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도 내수 중요성을 키운다. 민간과 정부의 소비가 내수를 끌어올려야 악화된 대외환경 영향을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지적됐다. 하지만 올 들어 내수 측면에서도 부진한 지표들이 확인되고 있다. 실질적 소비위축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6일 한은에 따르면 지난 1·4분기 국민총처분가능소득(GNDI)은 470조8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4% 줄었다.

GNDI는 국민경제 전체에서 소비나 저축으로 자유로이 처분할 수 있는 총소득을 말한다. 따라서 GNDI가 줄어든 것은 국민경제의 소비나 저축여력이 줄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 지난 1·4분기 총저축률은 34.5%로 전분기(35.3%)에 비해 줄었다. 지난 2012년 4·4분기(34.1%) 이후 최저치다.

지난 1·4분기 총저축률 하락에 대해 한은은 최종소비지출(-0.1%)에 비해 GNDI가 더 크게 감소한 영향이라고 지적했다. 한은은 "소득이 안 좋아서 저축을 줄이는 것도 있고, 아니면 의도적으로 저축을 늘리려는 의지를 가지는 경우도 존재한다"며 "향후 소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올 2·4분기는 미·중 무역협상 악화로 대외교역이 심각하게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수가 경기의 버팀목 역할을 해줘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올 2·4분기 내수 흐름은 상방보다는 하방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우선 기대했던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 국회 통과가 계속 미뤄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4월 6조7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지만 통과가 지금까지 지연되고 있다. 예상대로 지난달 통과했다면 추경을 통해 우리 경제성장률이 0.1%포인트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민간소비는 심리 하락에 영향을 받고 있다. 지난 5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7.9로 한 달 전보다 3.7포인트 하락했다. 지난 4월 7개월 만에 기준치 100을 넘긴 이후 한 달 만에 기준치를 하회해 비관적으로 돌아선 것이다.

CCSI는 소비자가 경기를 어떻게 체감하는지를 보여준다. 지수가 100 이상이면 경기를 낙관적으로 보는 소비자가 비관적으로 보는 이들보다 많다는 뜻이다.

이 같은 내수부진에 한은이 금리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올 2·4분기 미·중 무역분쟁의 흐름을 지켜보겠지만 악화가 지속될 경우에는 한은이 통화정책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추경과 금리인하를 통한 정책조합으로 내수부양에 나선다는 의미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채권금리가 추가 하락해 기준금리와 역전 폭이 확대됐다. 두 차례 금리인하 기대를 선반영한 것"이라며 "낮은 성장과 낮은 물가 상승률 등은 호주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와 함께 한은의 금리인하 기대로 작용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재정지출을 늘려서 경기부양에 나서고, 통화정책을 완화적 기조로 전환할 시점"이라며 "자본유출 우려로 공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완화하기는 어렵지만 0.25%포인트 내릴 여력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