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檢 개혁 전, 정권 눈치본다는 오명 벗어야

유선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6.06 17:26

수정 2019.06.06 17:26

[기자수첩] 檢 개혁 전, 정권 눈치본다는 오명 벗어야

"현 정부 눈치를 봐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겠습니까?"

기자가 검찰 간부들에게 특정 사건들에 대해 묻자 주로 이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특정 사건은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의 640만달러 수수의혹 건과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의 건물투기 의혹 고발 건이다.

검찰은 이들 사건이 현 정부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다고 보는 것 같다. 한 사건은 노 전 대통령 관련 사건이고, 다른 사건은 현 정부에서 청와대 대변인으로 임명한 인사의 사건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인지 수사가 부담스럽다는 게 일부 검찰 간부의 의견이다.

공교롭게 이들 사건에 대한 수사 진척은 표면적으로 거의 없다.
특히 640만달러 수수 의혹 건은 취재 결과 과거 수사기록이 담긴 '대검찰청 캐비닛 수사 문건'조차 수사팀에 이관되지 않은 데다 고발된 지 1년8개월이 지나도 피고발인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통상 재수사가 시작되면 수사 초기에 예전 수사기록을 넘겨받아 검토하지만 기본적 수사여건조차 마련하지 않은 셈이다.

노 전 대통령 아들 건호씨가 사업투자 명목으로 500만달러를 수수한 의혹의 공소시효(2007년 12월 법 개정으로 종전 10년에서 15년으로 연장)는 2023년까지 유효해 현재 수사가 가능한 상태다.

김씨의 투기 의혹 건도 뚜렷한 진척이 없다.

지난 4월 4일 관련 수사부서는 이 사건을 배당받은 뒤 구체적 수사계획을 세우지 않아 부실수사가 우려되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취업청탁을 받는 과정에서 1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는 고발된 지 2개월 만에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되는 등 고발 이후 수사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각기 다른 사건을 직간접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검찰의 수사 의지에 따라 수사 속도가 판이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무성한 뒷말을 불식하기 위해 공정한 수사를 통해 규명하거나 마땅한 해명이 필요한 상황인 것은 분명하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인한 검찰 개혁도 중요하지만 '정권의 눈치를 본다'는 오명을 벗는 것도 급선무일 것이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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