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忍]

피할 수 없는 학교폭력의 덫.. "괴롭힘은 지능화됐다"

3급 장애인 영훈 씨 "입학하자마자 당한 '학폭'…학교가는 게 무서웠다"
'학폭위'가 두려운 가해자, 장애학생의 약점 이용해
현직 교사 "장애학생, 학교폭력에 노출될 위험성 더 높아"

[편집자 주] '인(忍)'이라는 한자에는 '참다' 이외에도 '잔인하다'라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장애, 忍'은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이 세상의 잔인함을 어떻게 견디고 사는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사진=자료사진/픽사베이]

"장애를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학교폭력을 당해봤을 거라고 생각해요…저는 학교 가는 게 무서웠습니다"

서울시 종로구에 거주하는 이영훈(가명·29) 씨는 '골형성부전증'이라는 희귀병을 안고 태어났다.

골형성부전증이란 특별한 원인 없이 뼈가 부러지는 선천성 유전질환을 말한다. 지속적으로 뼈가 부러지는 탓에 성장을 마친 뒤에도 키가 작고, 척추가 눌려 등이 굽는 증상이 나타난다.

영훈 씨의 장애등급은 3급. 키는 147㎝다. 5살 때부터 수없이 수술을 받아왔지만 목발이 없으면 걷는 것 조차 어렵다.

그는 초등학교에 입학한 8살 때부터 중학교 2학년인 15살 때까지 약 8년 동안 학교 폭력을 당했다.

장애를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조롱의 대상이 됐고 학용품을 빼앗기거나 크고 작은 폭력에 시달렸다.

때로 교사가 영훈 씨를 배려해 청소라도 열외하면 특혜를 받는다고 더 심하게 괴롭혔다.

영훈 씨가 학교폭력을 당할 때 도와주는 학생은 없었다. 같은 반이었던 30명의 학생은 2~3명의 가해자와 26명의 방관자로 기억됐다.

그는 "학창시절 나를 집요하게 괴롭혔던 애의 얼굴이 아직도 기억난다"며 "다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때를 떠올리면 여전히 힘들다"고 털어놨다.

이어 "장애학생은 비장애학생보다 학교폭력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며 "장애인으로서 괴롭힘에 저항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8년간 그저 참으면서 학교를 다녔다"고 말했다.

영훈 씨가 5년째 사용 중인 목발. 노화가 오면 골형성 부전증이 악화되기 때문에 영훈 씨는 나중에 휠체어를 타야한다. [사진=윤홍집 기자]

■ '학폭위' 두려워하는 가해자, 괴롭힘은 뒤에서 티 안 나게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이 학교폭력의 단골 피해자가 되는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1월 경기 안양에서는 또래 학생이 지적장애 3급 중학생을 상습 폭행하고 술·담배 심부름까지 시켜 검찰에 송치됐다.

이어 4월 제주에서도 학교 선배와 동급생이 경계성 지능 장애를 가진 중학생에게 휴대전화 송금 앱을 깔게 한 뒤 15차례에 걸쳐 2200만원을 뜯는 사건이 일어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교 측은 장애학생을 대상으로 한 폭력에 대해 가중처벌하도록 규정하며 예방 조치에 힘쓰고 있다.

하지만 학교폭력은 시간이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다는 게 교사들의 중론이다.

대부분의 가해 학생은 '학폭위(학교폭력자치위원회)'가 열리거나 생활기록부에 폭력사항이 남으면 입시에 불리하다는 점을 알고 있다.

때문에 '선'을 넘지 않을 정도로 교묘하게 괴롭히고, 장애학생이 피해 사실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는 것을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한다.

중증 장애인을 괴롭히면 이미지가 나빠질까봐 겉으로는 장애가 드러나지 않는 학생만 괴롭히는 가해자까지 있는 게 현실이다.

노원구 한 중학교에 근무하는 22년 차 김 모(44) 교사는 "과거에는 피해자가 명확하게 드러나는 물리적 폭력이 많았지만 지금은 다르다"며 "피해학생을 조롱하는 사진을 SNS에 공유해 웃음거리로 만들거나, 앞에서는 착하게 대하고 뒤에서만 따돌리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중랑구 한 중학교의 2년 차 최 모(29) 교사는 "일반 학교에 다니며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느끼는 장애학생이 많다"며 "비장애학생과 어울리면서 차이를 극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쉽지 않더라"고 전했다.

최 교사는 "장애학생에 대한 배려를 기대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괴롭히지만 않아도 다행"이라며 "장애학생이 학교폭력에 노출될 위험성이 높은 건 사실일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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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