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북한

6.12 1주년에도 돌파구 '묘연'…北"셈법바꿔야" vs 美"비핵화 먼저"

뉴스1

입력 2019.06.09 07:01

수정 2019.06.09 07:01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일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조선중앙TV) 2019.01.01. 뉴스1© News1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일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조선중앙TV) 2019.01.01. 뉴스1© News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단독회담, 확대회담을 했다고 노동신문이 1일 보도했다. (노동신문)2019.3.1/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단독회담, 확대회담을 했다고 노동신문이 1일 보도했다. (노동신문)2019.3.1/뉴스1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날(9일) 장거리 타격수단을 동원한 화력타격훈련을 지도하고, 화력타격훈련 개시 명령을 내렸다고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들이 10일 전했다. (사진제공=노동신문) /2019.5.10© 뉴스1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날(9일) 장거리 타격수단을 동원한 화력타격훈련을 지도하고, 화력타격훈련 개시 명령을 내렸다고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들이 10일 전했다.
(사진제공=노동신문) /2019.5.10© 뉴스1


북미 정상, 1년전 싱가포르서 4개항 합의…진전 없어
하노이에서 돌파구 모색했지만 협상 결렬…교착 지속

(서울=뉴스1) 최종일 기자 = 북미정상회담이 오는 12일이면 1주년을 맞는다. 북미는 싱가포르에서 사상 첫 정상회담을 열고 70여 년에 걸친 북미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구축을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북미는 Δ북미 관계 정상화 Δ평화체제 구축 Δ한반도 비핵화 Δ유해송환이란 4개항에서 구체적 이행계획 없이 원론적 수준에서 합의했지만 2017년 한반도에 짙게 드리웠던 전쟁의 먹구름은 싹 가시게 했다.

하지만 미군 유해만 일부 송환됐을 뿐 센토사 합의 이행을 위한 후속 회담 개최는 진통을 겪었다. 지난해 7월 김정은 위원장과 면담을 하지 못한 채 평양 방문을 마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 대해 북한은 "강도적인 비핵화 요구만을 들고 나왔다"고 맹비난했다.

한 달 뒤에 폼페이오 장관은 다시 방북 계획을 밝혔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만에 이 일정을 전격 취소했다. 북미 정상 간 친서는 교환됐기에 센토사 합의 이행을 위해 2차 정상회담 개최 방안이 거론됐지만 이를 위한 북미 간 접촉도 쉽지 않았다.

그러다 9.19평양정상 회담은 북미 간 대화의 물꼬를 트게 했다. 북한은 미국이 상응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 나갈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또 북한은 이 무렵부터 미국에 대해 종전선언보다는 '제재완화'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유엔 총회 계기로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만난 뒤 10월에 다시 평양을 찾을 수 있었다. 이후 11월 뉴욕 고위급 회담은 2차례 무산되기도 했지만 북미는 대화의 끈은 놓치지 않았다.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미국이 대북 협상 전략을 다소 수정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이때쯤부터 비핵화 조치에 따라 초기 단계 제재 완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북한 측에 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우리는 조미(미북) 두 나라 사이 불미스러운 과거사를 계속 고집하며 떠안고 갈 의사가 없다"며 "새로운 관계 수립을 향해 나아갈 용의가 있다"고 말하며 '4불 원칙'(핵무기 실험·생산·사용·전파 중단)을 밝혔다.

수개월 간의 진통 끝에 북미 고위급회담은 지난 1월 중반 워싱턴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서 두 정상 간 친서가 교환됐고, 국무부는 2월 말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발표했다. 또 비건 대표는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 특별대표와 처음으로 실무 차원의 논의를 진행할 수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2월 말 260여일만에 베트남 하노이에서 다시 만났다. 1차 회담 뒤 이어졌던 수개월간의 협상 교착 상태는 2차 회담을 통해 말끔히 해소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북미는 합의안 도출에 도달하지 못했다.

미측은 Δ비핵화 정의에 대한 합의 Δ모든 대량살상무기(WMD) 및 미사일 프로그램 동결 Δ로드맵 도출에 우선순위를 뒀지만 북측은 현 단계에서 이행 가능한 비핵화 조치 제시 및 이에 대한 상응조치 관련 합의 도출에 집중했다.

비핵화 부문에선 미국은 영변 핵시설 폐기 외 추가 비핵화 조치를 요구했지만, 북측은 영변 핵시설 영구폐기라는 입장만 견지했다. 상응조치에선 미국은 북측이 영변 핵시설 폐기로 ‘사실상 모든 제재해제’를 요구했다고 인식한 반면, 북한은 ‘부분 제재해제’를 요청했다고 맞섰다.

하노이 회담 이후 북미 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졌다. 미국에선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대북 초강경파가 연일 언론 인터뷰를 하며 '비핵화 때까지 제재해제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고, 해상에서의 불법 환적 감시를 강화하며 제재 이행 고삐를 바짝 죄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4월 12일, 하노이 회담 후 처음으로 북미협상에 입장을 밝히면서 "한 번은 더 해볼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올해 말까지로 대화 시한을 정하고, '빅딜'을 주장하고 있는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을 가지고 올 것을 촉구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또 지난 4월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회담하면서 향후 협상을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지만 북한은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에서 꺼내든 4차 남북정상회담 제안에는 응답을 보이지 않았다.

미국에 대해 '셈법'을 바꿀 것을 촉구하면서 5월 들어선 2차례 단거리를 미사일을 발사하며 미국을 압박했다. 북한은 "정상적인 군사훈련의 일환"이라고 주장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보리 제재를 위반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 북한이 대화의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하면서 상황을 관리하기 위해 우리 정부는 미국과의 협의 속에서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공단 방북 승인하고 대북 식량 지원 방안을 지난달 확정했다. 정부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 방지를 위한 남북협력 의사도 전달했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 4일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이 우리의 공명정대한 입장에 어떻게 화답하느냐에 따라 6.12 조미(북미) 공동성명이 살아남는가 아니면 빈 종잇장으로 남아있는가 하는 문제가 결정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담화에서 "미국은 지난 1년간 조미 공동성명 이행을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우리의 일방적인 핵포기만을 고집했다"며 "하노이에서 진행된 제2차 조미 수뇌회담에서 미국은 '선 핵포기' 주장을 고집해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치는 최대의 실책을 범했으며 이것은 조미 대화 전망에 어두운 그림자를 던졌다"라고 말했다.

북한은 "대화 일방인 미국이 자기의 의무를 저버리고 한사코 대조선 적대시 정책에 계속 매달린다면 6.12 조미 공동성명의 운명은 기약할 수 없다"라면서 "미국은 지금의 셈법을 바꾸고 하루빨리 우리의 요구에 화답해 나오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 김 위원장과 자신 모두 비핵화 합의를 바란다면서, 적절한 때 다시 만나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또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시험발사가 없었다는 점을 언급하며 김 위원장과의 대화가 꽤 순조롭게 이뤄져왔다고 말했다.

북한은 비핵화 방식에서 '단계적, 동시적'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우리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포괄적 합의'와 '단계적 이행'이란 비핵화 방식을 상당 부분 수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핵화 정의와 로드맵 등에 합의한다면 '스몰딜'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미국을 여전히 신뢰하지 못하는 북한이 이에 대해 동의할지는 미지수이다.

아울러 미국 조야에선 북미 간 더 이상 '톱다운' 방식의 협상은 없다는 분위기가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이 '톱다운' 방식을 고수한다면 협상 방식을 놓고도 진통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계산대로라면 늦어도 가을에는 실무회담이 시작돼야 연내 정상회담이 가능하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가 없다는 자신의 업적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북한을 관리하려는 것 같다. 이 상태로 쭉 갈 것 같은데 위기는 연말이나 내년 초쯤일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때가 되도 정상회담 개최 기미가 안보이면 북한이 핵이나 ICBM 시험발사 재개 징후를 나타낼 수 있을 텐데 그때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이 어떻게 되겠느냐, 이게 포인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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