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나루]

정책의 성패는 후세가 평가한다


이솝 우화에 '토끼는 여우보다 빠르다. 왜냐하면 토끼는 목숨을 걸고 달리지만, 여우는 한 끼 식사를 구하기 위해 달리기 때문이다.'라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 현대사는 1945년 독립 이후 이제 70여년이 지났다. 1950년대, 1960년대, 1970년대 우리의 국가지도자, 기업인, 일반 국민은 여우에 쫓기는 토끼처럼 목숨과 생명을 구하기 위해 앞만 보고 절박하게 달려왔다.

이런 현대사 주역들의 미래를 내다보는 정책 추진 덕분에 우리나라는 세계의 유수한 석학들과 지도자들이 찬사를 보내는 경제성장의 역사를 만들었다. 변변치 않은 환경에서 본인의 노력으로 성공한 사람을 "개천에서 용났다"라고 하듯이 우리는 개천에서 용 난 국가를 만들었다.

불행하게도 오늘날 우리 현대사에 대한 평가는 부정적·비판적 내용이 지배적이다.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근현대사 전시회에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만든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 대통령을 제외하고, 오늘의 경제성장의 기초를 다진 박정희 대통령에 대해서도 오로지 독재자라는 적대적 평가뿐이다. 경제성장의 주역인 기업들에 대해서도 탐욕, 오만, 부패의 집단으로 매도하는 분위기다.

역사는 순탄하게 비단길을 걸으며 발전하지 않는다는 기본적 상식을 도외시하고 있다. 최근 정부의 역사인식은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든 공로를 일제치하 근대사 독립운동가의 역할만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들이 누리는 윤택한 생활을 만들어준 현대사 주역의 공적에도 근대사 홍보의 최소한 절반 정도의 관심을 갖기 바란다.

역사적으로 성공한 정책인지 아닌지는 시간이 지난 다음 후세가 평가한다.

중국 현대사의 주역인 덩샤오핑의 정책은 '흑묘백묘' 경제정책, '공칠과삼(功七過三)' 역사인식, '도광양회' 대외정책이다. 이념보다는 쥐 잘 잡는 고양이가 최고라는 '흑묘백묘' 실용주의 정책이 우리에게 절실하다. 덩샤오핑의 정적이자 문화혁명으로 민생을 도탄에 빠뜨린 마오쩌둥에 대해 공적 70, 과오 30 관용의 정신으로 국민통합을 이끈 덩샤오핑의 역사인식으로 이승만·박정희 대통령 등 현대사 지도자를 평가하면 어떨까.

현재 독일 메르켈 정부의 경제성장의 기초를 만든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의 개혁플랜을 생각해보자. 야당에 정권을 내줄 것을 알면서도 시급한 과제인 재정개혁, 복지개혁, 노동개혁을 추진해 선거에서 정권을 빼앗겼지만 오늘의 부강한 독일의 토대를 만들었다. 예를 들면 재정개혁을 위해 법인세와 부가가치세 세율인상 중 하나를 선택하는 상황에서 서민들의 물가인상을 초래하는 부가세율 인상을 과감히 선택했다. 법인세를 올리는 것은 쉽지만 독일의 법인들을 인접국가로 탈출하게 만들어 국민의 일자리가 없어지고 경제성장을 저해한다는 논리로 국민과 노조를 설득, 대중들에게 인기 없는 부가세 세율인상을 이끌어낸 것은 우리에게 큰 시사점을 준다.

미국의 윌리엄 시워드 국무장관은 1867년에 러시아로부터 알래스카를 당시 연방정부 예산의 약 4분의 1에 상당하는 720만달러에 구입했다. 남북전쟁 종료 직후 정부의 어려운 재정여건 상황에서 당시 아무 쓸모없는 '얼음상자'를 구입했다는 비난과 "바보 시워드"라는 조롱을 들었다.
자원의 보고 알래스카를 구입한 것 때문에 뉴욕 메디슨스퀘어 광장에 동상이 설치된다.

단기적으로 비난을 듣더라도 국가에 장기적으로 좋은 정책이 무엇인지 판단하게 만드는 선견지명의 사례들이다. 우리의 미래를 위해 시급히 개선해야 할 연금개혁, 환경정책, 복지정책 등을 후세의 역사적 평가인 '후견지명(後見之明)'의 입장에서 생각해주길 바란다.

윤영선 법무법인 광장 고문·前관세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