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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 이사람]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김동엽 사무처장 "국내 각막이식 대기자 2176명… 미국은 0명"

최용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6.14 16:59

수정 2019.06.14 16:59

12시간이내 적출해야 하는 각막, 복잡한 시스템 때문에 유족들 포기
"미국처럼 각막 이식 전담하는 아이뱅크 시스템 도입 필요"
[fn 이사람]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김동엽 사무처장 "국내 각막이식 대기자 2176명… 미국은 0명"


미국 시인 로버트 테스트는 시 '나는 영원히 살 것입니다'에서 각막기증에 대해 썼다.

"나의 눈은 해질 때의 노을을 (중략)/한 번도 본 일이 없는 사람들에게 주십시오." 죽음이 빛이 되는 길.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김동엽 사무처장(사진)은 각막기증 활성화를 위해 새 법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4일 복지부에 따르면 2009년 각막기증은 662건 최고치를 달성한 뒤 지난해 311건으로 줄었다. 반면 각막이식대기자는 2009년 1097명에서 지난해 2176명 2배 가까이 늘었다. 국내 각막기증이 줄다보니 해외 각막 수입은 2014년 93건에서 2017년 414건 증가했다.

김 처장은 각막기증 감소 원인은 '불편한' 시스템이라고 지적했다.
각막은 12시간 이내 적출해야 하지만 시스템은 복잡하다. 기증자 사망 시 유족이 장기이식등록기관에 연락한다. 기관은 국내장기이식관리센터(KONOS)에 상담내용을 전한다. 센터는 각막 적출이 가능한 지역 병원에 협조를 구한다. 의사가 각막 적출을 위해 출동한다.

이처럼 복잡한 과정 탓에 유족은 기증을 포기하게 된다.

김 처장은 "유족들이 장례로 경황이 없는 상황에서 기증을 위해 여러 단계를 거친다"며 "센터 측에서 기증자 질병, 나이 등을 물으며 각막 상태를 판단한다. 혹여 병원이 비용을 들여 출동해도 이식 불가능한 각막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상황이 이렇다보니 각막기증 홍보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각막이식대기자가 '0명'이다. 아이뱅크 시스템을 운영하기 때문이다. 유족이 아이뱅크로 연락하면 각막 전담 코디네이터가 상담한다. 기증자 각막상태를 확인하지 않고 의사가 아닌 전문 테크니션을 보낸다. 아이뱅크 자체 지부를 둬서 24시간 테크니션을 파견한다는 것이다. 각막기증은 시간과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김 처장은 국내에 아이뱅크 시스템을 들이기 위해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그는 "현재 각막은 장기이식법에 따라 의사만 적출할 수 있다. 이를 훈련받은 테크니션이 적출할 수 있게 각막을 인체조직으로 분류하는 법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이뱅크를 공공기관 산하에서 운영하는 방안을 계획 중이다.


오제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아이뱅크를 위해 인체조직법 일부 개정안을 내놨지만 계류 중이다. 김 처장은 "고령사회가 진행되며 각막이 필요한 사람은 점점 늘어난다.
해외에서 수입하는 각막은 질이 떨어지고, 이식비용이 비싸다"며 "국내 각막 기증자 활성화를 위해 법안을 통한 아이뱅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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