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창업

"정부 지원, 창업 초기에 편중… 성장 막는 나쁜 규제 고쳐야"[스타트업이 미래다 국내 기업, 규제를 말하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6.19 17:40

수정 2019.06.19 18:14

창업기업 대표 4인 좌담회
"시작하기 좋아진 환경" 정부 제2 벤처붐 조성 나서면서 창업·재창업 자금 많이 풀려
"창업 생태계는 여전히 미흡" 기술개발·마케팅 지원은 좋지만 가치 몰라줘 초기판매 어려워..중국처럼 정부 구매 늘었으면
"쉽지 않은 주52시간제" 근무시간 일정하지 않은 스타트업 결과물 제시간에 나올 수 없어..전문인력 추가 투입도 비현실적
"대기업, 기술 강탈 근절을" 문어발식 확장 아닌 투자로 접근..성장 위한 M&A 활성화되길
파이낸셜뉴스가 창간 19주년을 맞아 최근 서울 공덕동 서울창업허브에서 '스타트업이 미래다'란 주제로 가진 좌담회에서 서형준 토이스미스 대표, 이상림 길재소프트 대표, 조홍연 씨티아이랩 대표, 곽기웅 한국어음중개 대표가 대화하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파이낸셜뉴스가 창간 19주년을 맞아 최근 서울 공덕동 서울창업허브에서 '스타트업이 미래다'란 주제로 가진 좌담회에서 서형준 토이스미스 대표, 이상림 길재소프트 대표, 조홍연 씨티아이랩 대표, 곽기웅 한국어음중개 대표가 대화하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문재인정부가 제2벤처붐 조성에 나서면서 최근 국내 창업환경은 김대중(DJ)정부 시절만큼 좋다는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각종 규제와 주52시간제 등 제도개편은 당장 스타트업 운영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또 국내는 스타트업 인수합병(M&A)·투자문화가 미국 등 창업선진국보다 열악하고, 기술 빼가기가 근절되지 않는다는 호소도 나온다. 특히 스타트업 대표들은 혁신제품과 신서비스의 수요처 발굴이 어려운 만큼 공공이 먼저 구매해주는 제도가 도입되길 바라고 있다.
중국은 창업지원 정책으로 혁신제품·서비스를 구매해주는 정부 장기구매제도를 운영한다. 정부의 구매 이력이 있으면 해외진출에도 용이하다는 것이다. 파이낸셜뉴스는 창간 19주년을 맞아 '스타트업이 미래다'란 주제로 최근 공덕동 서울창업허브에서 스타트업 대표 4인과 좌담회를 가졌다.

-요즘 국내 창업환경은 어떤가.

▲이상림 길재소프트 대표=2012년 소프트웨어 관련 사업을 하다 폐업 후 재창업했는데 인터넷으로 법인설립이 가능할 정도로 편해졌다. 과거와 달리 창업보육센터가 생겨 창업교육과 재창업 자금도 받았다. 창업 프리미엄이 높아져 보증·담보 없이 일단 시작할 수 있었다. 창업자금도 많이 풀린 것 같다.

▲서형준 토이스미스 대표=서울 공덕동 서울창업허브 입주 후 환경이 좋아서 직원들 만족도가 높다. 최대 2년까지 입주할 수 있는데 입주기간 연장이 되는지가 직원들의 초미 관심사다. 아쉬운 점은 서울창업허브 담당자 숫자가 적어 지원요청 시 늦어지는 감이 있다. 인력충원이 돼 효율적으로 운영되면 좋겠다.

▲곽기웅 한국어음중개 대표=창업에는 청년 창업, 시니어 창업, 하이브리드 창업(청년과 시니어 결합) 등 종류가 많다. 그런데 전문영역에서 10년 이상 기술을 쌓은 40대 창업자나 여성 창업자 등에 정부 지원이 부족하다. 선진국들은 이런 쪽 지원이 잘된다. 경험·나이·성별에 구애없이 다양한 계층에 지원을 해야 한다.

-제2벤처붐 활성화에 필요한 것은.

▲조홍연 씨티아이랩 대표=중국은 인공지능(AI) 분야를 철저하게 지원하면서 스타트업 제품을 공공이 우선 구매한다. 완성도는 떨어지지만 민간으로 열어서 투자를 확대하고 이후에 해외로 가는 전략이다. 배울 필요가 있다. 중국은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가 투자하면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이 될 확률이 높다. 한국 생태계도 네이버든 카카오든 성장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스타트업에 투자를 늘리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이 대표=요즘 기술개발·마케팅·상용화 등 지원은 좋다. 하나 더 필요한 것은 창업기업 제품을 관이 구매해주는 것이다. 우리 회사는 헬스케어+정보기술(IT) 등 융합제품을 개발하는데, 가치를 몰라줘 초기 판매가 어렵다. 해외진출을 하려 해도 판매 이력이 요구된다. 중국은 정부가 혁신제품·서비스의 장기구매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곽 대표=지금 스타트업 환경은 과거 DJ 시절과 비슷한 것 같다. 유니콘을 만들고 싶어하는 요구가 높다. 그런데 스타트업 투자 생태계에 아쉬움은 있다. 정부 투자금은 초기투자인 '시리즈A'에 몰리고 있다. 그런데 투자액 100억원 정도 중기투자인 '시리즈B'가 너무 적다. 시리즈B를 키워야 유니콘이 될 수 있다.

▲서 대표=국내 벤처캐피털(VC) 문제는 정부 투자금을 받아 시리즈A 위주로 자금을 쪼개 투자한다. 또 상장 직전 리스크가 적은 곳에 시리즈C 투자로 쏟아부어 수익을 챙긴다. 시리즈B가 비는 것이다. 정부 자금 만기가 5~7년이어서 그안에 엑시트(투자금 회수) 못하면 안되니 그렇다. 장기투자 펀드를 만들고 시리즈A~C를 나눠 지원해야 한다.

-최저임금·주52시간 제도 등 환경변화는.

▲이 대표=급여 수준을 보면 최저임금은 우리와 동떨어진 문제다. 하지만 주52시간제는 고민이다. 발빠른 성과가 필요한데 주52시간제가 되면 정교하게 돌아가야 한다. 퇴근시간이 되면 일을 미뤄야 되니 시간부담과 리스크가 생긴다. 52시간제가 되면 아웃풋이 시간에 맞춰 딱딱 나와야 되는데 스타트업은 쉽지 않다.

▲서 대표=스타트업은 일이 없을 땐 놀다가, 일정이 정해지면 결과물을 내려고 밤을 새워야 한다. 주52시간에 걸리면 고객사 니즈를 못 맞춘다. 52시간제에 맞추려 인력을 더 투입할 수도 없다. 전문성 없는 인력을 쓰면 에러가 생기고 컴플레인이 들어온다.

▲곽 대표=스타트업이 포괄연봉제 등을 많이 하는데, 예비 범법자가 될 수밖에 없다. 대표들이 인사를 다 꿰차는 것도 아니다. 노무사 끼고 근로계약서를 바꿨는데 나중에 문제가 될까 걱정된다. 스타트업에 유연함을 좀 많이 줘야 한다. 주52시간 스트레스가 사업 스트레스만큼 크다는 말도 나온다.

-국내 스타트업 M&A 문화정착이 어려운데.

▲서 대표=국내에 M&A가 거의 없다고 보는 게 맞다. 서양에선 기업들이 부족한 부문을 M&A로 수급하는 문화가 일반적이다. 우리나라는 기술을 강탈한다. 대기업 성과문화가 하청기업을 쥐어짜는 구조여서 그런 것 같다. 기술을 빼가기보다 M&A로 스타트업 기술과 직원에 적정가치를 제공하는 문화가 활성화돼야 한다.

▲곽 대표=구글 등은 회사 내 VC가 있다. 글로벌 ICT기업 경영전략을 보면 자기가 직접 하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하면 사버린다. 국내는 공정거래위 이슈, 세법에 따른 양도차익 과다 등 규제로 M&A에 미온적인 경우도 일부 있다. 대기업들도 탈세와 문어발식 확장이 아닌 스타트업 투자와 기술이전을 위한 M&A에 나서기도 한다. 규제당국도 스타트업 M&A는 활성화할 방안을 마련해주면 좋겠다.

-과도한 규제로 창업 등 기업가정신이 위축되는데.

▲서 대표=국내는 포지티브 규제(법률·정책상 허용하는 것을 나열한 뒤 나머지 모두 금지) 체계여서 신서비스 등 혁신사업이 어려움을 겪는다. 되는 것을 다 열거하려면 공무원들도 힘들다. 기술적 발전의 장애가 되는 포지티브 규제는 네거티브 규제로 바뀌어야 한다.

▲곽 대표=최근 규제는 세대 간 갈등이다. 좋은 규제, 나쁜 규제가 있겠지만 정부가 중재자 역할을 해줘야 한다. 택시와 타다 갈등은 발전적 제안으로 중재를 해줘야 한다. 이게 안되면 우버 같은 해외 기업이 들어와 국내시장을 장악하고 우리 국민만 손해다.

▲서 대표=규제로 국내 산업 보호법은 있어야 한다. 하지만 국내 산업에서 기존 이익당사자보다 혁신이 나올 수 있게 돼야 한다.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MP3가 나오면서 음반회사들이 망한다면서 로비하기도 했다. 하지만 MP3로 시장이 커지고 다양한 수익이 창출됐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산업이 개편돼야 공생발전할 수 있다.

-미·중 무역분쟁 등 경기우려는.

▲이 대표=생산단가 면에서 대중국 의존도가 너무 커졌다. 중국이 막히면 우리는 심각해진다.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시장 파이를 키워야 한다. 정부가 지원해줘야 하는데 추경이 이쪽으로 와야 한다. 국내시장 위축도 큰 문제다. 우리나라는 (서비스 등) 공짜문화가 너무 익숙한데 인식을 바꿔야 한다.

▲서 대표=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고생한 적이 있었다.
작은 회사가 예상할 수 없는 지정학적 요소를 고려하면 어떻게 사업을 하나. 미·중 무역전쟁이 그 이상의 파도를 만들 것이라고 본다. 대기업은 사내유보금 등으로 버틸 수 있지만 스타트업은 어렵다.
정부가 예산편성으로 도와주면 좋겠다.

lkbms@fnnews.com 임광복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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