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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아들의 제로섬' 일자리 전쟁하는 한국 [새로운 100년, 리스타트 코리아 고용 딜레마 한국]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6.20 17:47

수정 2019.06.20 17:47

청년실업 19년만에 최악… 사회적 합의 없이는 해법 없다
청년층 체감 확장실업률 25.2%..네 명 중 한명꼴 실업상태 집계
정부 정년연장 논의 발표 논란 '일자리 파이' 세대별 갈등 불러
#. 서울 노량진 학원가에서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던 홍모씨(30)는 지난해 말 4년간 고시생 생활을 끝내고 취업 준비에 몰두했다. 그러나 그의 처지는 바뀌지 않았다. 홍씨는 6개월 동안 150건 넘는 취업원서를 내밀었으나 취업 문턱을 넘지 못했다. 홍씨는 "'눈높이를 낮춰라'는 이야기를 듣고 최대한 많은 회사를 지원했지만 아무 소식이 없다"며 "공무원 준비도 어렵고 취업도 안 되니 미칠 노릇"이라고 토로했다.
'아버지와 아들의 제로섬' 일자리 전쟁하는 한국 [새로운 100년, 리스타트 코리아 고용 딜레마 한국]


청년들의 한숨은 날이 갈수록 늘고 있다. 청년실업률은 날이 갈수록 높아져 1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업에서는 경기악화와 정년연장,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청년 채용에 소극적이다. 전문가들은 악화된 경기 속에서 정년연장과 청년채용이라는 양립된 가치를 실현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20일 통계청 '4월 고용 동향'에 따르면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11.5%를 기록, 1년 전보다 0.7%포인트 상승했다.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2000년 4월)한 이래 4월 지표로는 가장 나빴다.

■청년실업률 19년 만에 '최악'

통계청은 지난해 3월에 하던 지방직 공무원 접수가 4월로 이동하면서 실업자 수와 실업률이 상승했다고 전했다.

실제 청년층이 체감하는 확장실업률도 25.2%로 전년보다 1.8%포인트 상승하면서 2015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높았다. 확장실업률은 취업을 준비하거나 불완전한 고용 상태에 있는 사람까지 실업자로 간주해 산출한 체감실업률을 뜻한다. 주 1시간 이상 아르바이트나 인턴, 가족 자영업을 돕는 등 무언가 일은 하고 있지만 넷 중 한 명 이상이 실업 상태에 있다는 것이다.

청년고용에 장밋빛 전망을 하고 있는 정부의 인식과 괴리는 더 심각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9일 언론과의 대담에서 "청년고용률이 아주 높아졌고, 청년실업률이 아주 낮아졌다"며 "25세와 29세 사이 인구가 많이 늘었지만 고용상황은 아주 좋아졌다"고 밝힌 바 있다.

■"사회적 합의 만들어야"

청년고용에 앞장서야 하는 기업들은 고민이 커지고 있다. 부진한 경기 속에서 최저임금만 높아진 가운데 청년채용과 정년연장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한다는 부담 때문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일 "정년연장을 사회적으로 논의할 시점"이라며 이달 말 정년연장과 관련된 정부안을 발표할 것을 시사했다.


그러나 정부의 생각과는 달리 기업들은 무조건적 정년연장이 시장 상황은 물론 전체적인 채용 확대에도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연공서열 체계의 한국 경제조직에서 정년연장이 초래할 세대갈등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김수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년연장이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인 것은 맞지만 한국 사회가 연공을 중시하는 사회라는 점에서 일자리를 두고 세대갈등이 벌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최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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