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루머·괴담에 ‘덜덜’…지역 사업추진 ‘올스톱’

박지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6.20 17:56

수정 2019.06.20 17:56

"폭발 위험·전자파 때문에… 우리 동네는 안돼"
수소생산기지·데이터센터 등 지자체·기업들 추진동력 상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네이버 용인 데이터센터 건립을 반대하는 용인시 공세동 주민들의 시위 모습 뉴스1
네이버 용인 데이터센터 건립을 반대하는 용인시 공세동 주민들의 시위 모습 뉴스1
서울 신방화사거리에 걸려있는 수소생산기지 반대 현수막 사진=박지현 기자
서울 신방화사거리에 걸려있는 수소생산기지 반대 현수막 사진=박지현 기자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이 지역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비선호 공공시설에 대한 검증되지 않은 루머가 사실처럼 지역 커뮤니티 및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확산되면서 갈등을 부추기는 주요 원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근거없는 소문과 인터넷 괴담 등이 지자체와 기업들의 사업 추진 동력을 떨어뜨리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폭발 위험 수소생산기지 안 돼!"

20일 일부 지자체와 주민 등에 따르면 서울 마곡지구의 주민 200여명은 최근 마곡지구 북쪽에 자리잡은 서남물재생센터 내에 건립 중인 열병합 발전소와 개화동의 수소생산기지 구축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회의를 열었다.

주민 이모씨(53)는 "서울시가 공항과 하수처리시설, 지하철 차량기지에 이어 미세먼지와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열병합발전소와 폭발위험이 높은 수소생산기지, 대규모 쓰레기소각장 등 유해 혐오시설들을 유독 강서구에 밀어붙이기식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씨는 특히 "시와 구청이 강서구민을 홀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조직해 SNS상에 공동 채팅방을 개설하고 지역구 의원들의 전화번호를 공유해 민원 전화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으며 강서구청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도 민원글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 관계자는 "수소생산기지는 천연가스를 수소로 전환하는 개질기를 설치하는 것으로 이미 이러한 형태는 일본에서는 100년 가까이 사용됐으며 큰 문제가 없었다"며 "과장된 우려에 대해 설명회를 열어 해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데이터센터의 전자파 안 돼!"

네이버는 전자파 괴담으로 지난 13일 경기 용인에서 추진하던 제2데이터센터 건립을 중단했다. 인근 지역 주민들이 "아파트 단지와 초등학교가 밀접해 위치가 적합하지 않고 장시간 전자파에 노출됐을 때 암이 발병하는 등 인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루머'를 들고 나와 반대했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전자파 전문연구기관에 의뢰해 이미 운영 중인 춘천 데이터센터의 전자파 수치를 측정한 결과 일반 가정집보다 낮았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주민 반대가 95%에 달하면서 건립계획을 철회했다. 네이버 용인 데이터센터 건립 추진이 중단되자 강원과 경기 등 일부 지자체에서 데이터센터를 유치하겠다고 팔을 걷어붙였다.

■"아이들 정서에 악영향끼쳐 안 돼!"

서울 천왕동의 한 아파트 주민들은 최근 구로구에 "인근에 건축 중인 주꾸미 식당의 신축을 막아달라"고 잇달아 청원을 올렸다. 이들은 이 식당이 지역의 초등학교와 중학교 등하굣길의 길목에 위치해 식당이 생길 경우 학생들의 교통사고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손님들이 술에 취해 앞에서 담배 피우는 모습이 노출되면 자녀들에게 정서적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 때문에 구로구가 부지를 매입해 공사 중산에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민원인이 1300여 명이 넘어서자 지난달 말 구로구의회는 이와 관련한 안건을 올리고 논의에 나섰고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식당부지 매입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지나친 기우라며 우려를 표했다. 지역주민 김모씨(40)는 "주꾸미가 학생들 삥이라도 뜯냐"며 "사유지에서 영업을 하겠다는데 왜 구의 예산을 들여서 막아야 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성균관대 사회학과 구정우 교수는 "갈등이 갈등을 부르고 혐오가 혐오를 부르는 상황에서 정부가 손을 놓고 중재하지 않으니 오히려 잘못된 정보가 확산되는 것"이라며 "자신의 건강이나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주면 목소리를 내는 이들에 대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설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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