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회사가 당신의 창고" 월급주며 창업시키는 기업들 [새로운 100년, 리스타트 코리아 혁신 DNA 키우는 사내벤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6.20 18:30

수정 2019.06.20 22:04

SK텔레콤·SK하이닉스·LG·삼성..예산·근무 등 지원 사내벤처 장려
회사설립 후 사내 사업화 선택 땐..발생 이익 일부 배분 등 혜택 부여
"회사가 당신의 창고" 월급주며 창업시키는 기업들 [새로운 100년, 리스타트 코리아 혁신 DNA 키우는 사내벤처]
"회사가 당신의 창고" 월급주며 창업시키는 기업들 [새로운 100년, 리스타트 코리아 혁신 DNA 키우는 사내벤처]
지난 2017년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3만달러를 넘어서 선진국 문턱에 들어선 한국 경제는 성장통을 겪고 있다. 기업이익 성장 속도는 둔화하고, 시시각각 변하는 트렌드 속에서 보조를 맞추지 못하는 기업이나 산업이 퇴출되는 속도도 빨라졌다. 기존 사고의 틀에서 혁신을 찾으려는 시도는 무의미해졌다.

국내 대기업이 찾은 돌파구는 '육성'이다. 대기업들은 사내벤처를 통해 기존의 수직적 조직구조 아래서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혁신 아이디어나 신사업에 투자하는 과감성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사내벤처를 장려하며 여러 혁신사례를 만들어내고 있다.


■사내벤처로 혁신 DNA 발굴

SK텔레콤은 2017년 12월 사내 벤처 프로그램인 '스타트앳(Start@)'을 만들어 임직원의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사업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스타트앳에 참여하려면 임직원만 작성할 수 있는 홈페이지에서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써 내면 된다.

우수 아이디어의 경우 프레젠테이션과 회사 측의 검토를 거쳐 과제로 선정되면 아이디어 구체화 기간이 주어진다.

SK하이닉스는 올해 1월 사내벤처 프로그램인 '하이개라지'(HiGarage)를 출범해 총 6개 아이디어의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하이개라지는 글로벌 IT기업들이 차고(garage)에서 창업한 것에서 이름을 따왔다.

직원들은 사내벤처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별도의 전담조직으로 이동한다. 이후 최대 2년 동안 벤처 창업 전문가들의 컨설팅 등 준비과정을 거쳐 창업 혹은 사내 사업화를 선택하게 된다.

LG도 사내 스타트업 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4월 공식 가동한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엔 LG유플러스와 LG디스플레이, LG CNS가 선발한 9개 사내벤처가 입주했다. 블록체인과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증강현실(AR) 등 최신 IT기술을 연구한다.

사내벤처는 팀당 최대 1억7000만원의 예산을 지원받는다. 근무시간은 자율로 정할 수 있고, 인사평가도 절대평가 방식이다. 회사 설립 후 최대 1년의 준비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창업 혹은 사내 사업화를 선택한다.

현대·기아차는 2000년 4월 '벤처플라자' 프로그램을 출범해 안전, 환경, 편의 등 자동차와 관련된 사내외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하며 출자활동을 맡도록 했다. 현대·기아차의 사내벤처로 선발된 팀은 기존 팀에서 일시적으로 '사내스타트업팀'으로 옮겨 독립적 공간을 제공받는다. 비용지원과 함께 현대·기아차가 개발 중인 차종의 기술정보 등을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된다.

삼성전자의 '씨랩(C-LAB·creative lab)'은 대기업의 대표적 사내벤처 프로그램으로 각인돼 있다. 씨랩에 선정되면 소속 구성원은 1년 동안 씨랩 과제에만 집중하도록 배려받는다. 팀 구성과 예산 활용, 근무환경, 일정관리 등 주요 사항들을 팀 스스로 결정하고 운영할 수 있다. 회사는 전문분야 컨설팅을 해주거나 잠재적 사업 파트너를 연결하는 등 다방면으로 지원한다.

■신속한 혁신과 성장동력

기업들이 사내벤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이유는 대내외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스타트앳'을 고안한 것은 경영진이 위에서 아래로 지시하는 톱다운 구조에서 벗어나 직원들이 발굴해낸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는 보텀업 방식으로 바꿔 빠르고 신속한 혁신을 이뤄내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내부사정을 잘 아는 만큼 사업 파트너로서의 매력도 크다.
LG 관계자는 "사내벤처는 대기업이 보유한 인력과 설비 등 인프라와 함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제품 개발에서 상용화, 해외진출까지 발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대기업 입장에서도 유망한 사내벤처와의 전략적 협력을 비롯해 분사 이후에도 지분투자, 인수합병(M&A)까지 추진할 수 있다"고 전했다.

map@fnnews.com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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