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트럼프, 이란 공습 승인했다 철회.. 중동 불안에 유가 출렁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6.21 17:31

수정 2019.06.21 17:31

백악관 내부 무인기 격추 대응 격론 볼턴·폼페이오 ‘찬성’ 국방부 ‘반대’
"큰 실수했다"면서도 비난은 자제 전면전땐 유가 150달러 급등 전망
20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을 방문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회담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을 뒤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존 볼턴 국가안전보장회의 보좌관이 지켜보고 있다. 로이터
20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을 방문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회담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을 뒤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존 볼턴 국가안전보장회의 보좌관이 지켜보고 있다. 로이터

지난 2017년과 2018년에 시리아에 미사일 폭격을 퍼부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이란 공습을 지시했으나 갑작스레 이를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공습을 취소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으며 백악관 내부에서는 무인기 격추사건 대응을 둘러싸고 격론이 벌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안보 보좌진들과 여야 의회 지도부를 불러 모아 회의를 열고 격론을 주고받았고 이란에 대한 공습을 승인했다고 전했다. 다수의 정부 관계자들은 당일 현지 시간으로 오후 7시 무렵(한국시간 21일 오전 8시)에 공습이 시작된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공습은 이뤄지지 않았다.
NYT는 주요 군 관계자들도 공습이 철회되고 얼마 후에 해당 소식을 들었다고 전했다. 관계자에 의하면 공습 작전은 취소 당시 초기 단계였으며 실제 이란군과 민간인 피해를 최소로 줄이기 위해 이란 시간으로 21일 새벽에 진행될 예정이었다. NYT는 공습이 일단 연기된 것인지, 아니면 완전히 취소된 것인지 불분명하며 백악관을 비롯한 미 정부 부처들은 해당 사건에 대해 답변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드론 격추 이란, 큰실수"

트럼프 정부는 지난 2017년 4월에 시리아 정부군이 내전에서 민간인을 상대로 화학무기를 사용하자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59발을 발사해 시리아를 공격했다. 미군은 이듬해에도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시설을 목표로 105발의 미사일을 쏘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이란군이 호르무즈 해협 근처에서 미군의 무인정찰기인 'RQ-4 글로벌호크' 1대를 격추시키자 자신의 트위터에 "이란은 아주 큰 실수를 했다"고 적었다. 미국측은 해당 무인기가 국제 공역을 비행 중이었다고 강조했으나 이란측은 미국 무인기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이륙해 스텔스 모드로 이란 영공을 침입했으며 이에 지대공 미사일로 대응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트럼프 정부의 이란 핵합의 탈퇴 및 이란 제재 복원 이후 악화되고 있는 양국 관계는 지난달과 이달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국이 이란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유조선 피격 사건이 이어지면서 최악으로 치달은 상태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시리아 공습과 달리 막판에 마음을 바꾼 것을 두고 트럼프 정부 내에 이란 해법에 대한 의견이 나뉘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관계자에 의하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보좌관, 지나 헤스펠 중앙정보국(CIA)국장은 이번 공습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 국방부 고위 관료들은 공습이 진행되면 지역 내 갈등을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이날 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이란군의 지휘 아래 있는 누군가가 큰 실수를 했다고 생각한다"며 일단 이란 정부 전체에 대한 비난은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유가 150弗 각오 vs 100弗 지나치다

이런 가운데, 국제유가는 이날 급등했다. 미국과 이란 갈등이 전면전으로 치달으면 배럴당 150달러까지 유가가 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지만 전문가들은 대체로 100달러 유가 시대가 다시 오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 유가가 뛰어도 일시적인 현상이 그칠 것이란 전망도 많다. 런던시장에서는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 8월 인도분은 이날 전일비 배럴당 2.79달러(4.5%) 급등한 64.61달러에 거래됐다. 뉴욕시장에서도 미 원유 기준물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7월물이 장중 6% 가까운 급등세를 기록한 끝에 결국 전날보다 2.89달러(5.4%)뛴 56.65달러로 장을 마쳤다.

정치리스크 컨설팅 업체 유라시아 그룹은 유가 급등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유라시아 그룹 선임 애널리스트 헨리 롬은 e메일 분석노트에서 전면전이건 제한적인 충돌이건 석유를 포함한 "상품가격에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고, 걸프만 너머로 불안정이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롬은 "제한적인 전쟁은 유가를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높일 수 있고, 대규모 충돌이라면 150달러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유가가 오르기는 하겠지만 100달러까지 오른다는 전망은 지나치다는 분석도 많다.
런던 PVM 오일 어소시에이츠의 석유 애널리스트 스티븐 브레녹은 "배럴당 100달러 유가 전망은 지나친 것으로 보인다"면서 지난달 미국이 이란 석유금수 예외를 모두 없애 시장에서 하루 50만배럴이 사라졌지만 시장 충격은 거의 없었다는 점을 지목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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