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외교/통일

美, 北과 실무협상 의지..스티브 비건 대화물꼬 틀까?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6.24 15:36

수정 2019.06.24 15:36

폼페이오 "北과 당장 협상 가능..협상 노력 지속"
친서외교로 비핵화 문제 해결할 '대화 의지' 확인
판문점? 평양?  북미 실무회담 개최지 '갑론을박'
"비핵화 변한 것 없어" 실무회담 '시기상조론'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에 앞서 비건 대표가 한국을 찾는다. 비건 대표의 이번 한국행을 두고 단순한 회담 준비가 아닌 북미 실무접촉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사진=뉴스1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에 앞서 비건 대표가 한국을 찾는다. 비건 대표의 이번 한국행을 두고 단순한 회담 준비가 아닌 북미 실무접촉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사진=뉴스1
북·미 정상간 '친서외교'로 북·미 대화 재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실무협상에 적극성을 보이면서 비핵화 협상 재개를 위한 대화 물꼬가 곧 터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재로선 오는 29~30일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곧 한국을 찾는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정상회담을 전후해 북측과 실무회담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美 북미실무협상에 열의..대화재개 청신호?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은 23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북한과 실무협상이 재개될 수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 "미국은 당장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미국은 하노이 담판 결렬 후 협상을 위해 노력했고, (협상에서) 북한보다 더 나은 지점에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북한과의 실무협상 재개에 이처럼 자신감과 열의를 드러냈다는 것은 북미 양측이 정상간 '톱다운' 방식의 비핵화 해결에 대해 어느 정도 합의를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같은 맥락에서 친서를 통해 큰 틀에 대해 상호 이해를 했다면 후속타는 구체화를 위한 실무협상이다.

북한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입을 빌려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에서 이미 '연내' 3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희망한 바 있다. 미국도 이처럼 실무협상에 적극적 태도를 보인만큼 비핵화 문제를 풀기 위한 북미 대화 테이블은 이제 언제든 열릴 수 있게 됐다.

■美 비건, 조만간 北과 접촉? 시기상조론도 제기돼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방한해 사전 점검을 하는 비건 대표가 이번 한국행을 계기로 판문점에서 북측 카운터파트와 만나 실무접촉을 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심지어 북측에서는 총살설이 있었던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 특별대표 대신, 외무성 제1부상으로 승진한 최선희가 나올 것이란 관측도 있다.

만약 비건 대표의 북측 접촉이 한·미 정상회담 전에 성사된다면 앞으로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진전된 계산법과 태도 등이 정상회담에서 다뤄질 수 있다. 한·미 정상회담 이후에 만난다면 한·미 정상이 도출한 비핵화 전략을 북측에 전달하며 의견 조율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미 실무협상이 판문점에서 열리지 않는다면 북한의 수도 평양에서 개최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비건 대표는 지난번 하노이 담판을 앞두고 의견 조율을 위해 열린 실무협상에 참석하기 위해 평양을 방문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실무협상이 개최장소가 판문점이냐 평양이냐가 중요하다기보다는 미국과 북한이 정상급 수준에서 비핵화 협상 재개에 대해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더 의미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박정진 경남대 교수는 "비핵화 협상을 위한 대화 재개에 정상급의 이해가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비건 대표의 대북 접촉은 충분한 개연성이 있지만 판문점·평양이라고 단언할 수도 없다"면서 "제3의 장소도 얼마든지 가능하고 설령 접촉을 하더라도 한동안 이를 비공개에 부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북·미 실무협상은 시기상조라는 시각도 있다.
친서가 오갔을 뿐 비핵화와 관련돼 본질적으로 바뀐 것은 아직까지 없기 때문이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은 "현재 북·미 비핵화 구도는 하노이 담판 결렬 이후 달라진 것이 없다"면서 "미국이 실무협상을 말하는 것은 김 위원장의 결단을 촉구하기 위한 방편으로 보이고, 북한의 비핵화 의지 없는 실무협상에서 비핵화를 다룰 수도 없다"고 말했다.


우 센터장은 이어 "최선희 제1부상이 비건 대표의 카운터파트라는 얘기도 없었기 때문에 당장 북·미 판문점 접촉은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이번 한·미 정상회담도 북핵 문제 관련 돌파구가 도출될 가능성이 적어 빠른 시일 내 실무협상 재개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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