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기생충'과 프랜차이즈 산업의 민낯

김성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6.24 16:34

수정 2019.06.24 16:42

[기자수첩] '기생충'과 프랜차이즈 산업의 민낯

대왕카스테라가 때아닌 화제다. 900만 관객을 돌파한 '기생충' 덕분이다. 영화 속 기택(송강호 분)과 근세(박명훈 분)가 대왕카스테라 가맹점을 운영하다 집안을 말아먹었다는 공통점을 가졌는데, 봉준호 감독이 하필 대왕카스테라를 소재로 쓴 이유가 무언지 적잖은 관심을 모았다.

대왕카스테라는 2016년 9월 혜성처럼 나타나 전국을 뒤덮은 인기 프랜차이즈다. 한때 가맹점수가 150개에 달할 만큼 큰 인기를 누렸다. 그러나 좋은 날은 채 반년이 가지 못했다.
2017년 2월, 한 방송국에서 대왕카스테라가 식용유를 과다 함유한 빵이라고 주장했고 소비자의 발길은 그대로 끊어졌다. 그렇다면 150명에 이르는 가맹점주와 그 가족의 삶은 어떠할까. 모르긴 몰라도 '기생충' 속 기택네와 얼마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한국 최초로 대만식 카스테라를 들여온 이 브랜드의 흥망을 좇다보면 한국 가맹사업의 맨얼굴이 만천하에 드러난다. 관심을 모으는 브랜드가 탄생하면 우후죽순 가맹점포가 생겨나고, 간판만 다른 유사 브랜드가 속속 창업하며, 인기가 시들면 그 많던 점포가 삽시간에 자취를 감춘다. 몇몇 가맹본사가 점주에게 사실과 다른 정보를 제공해 소송까지 당하면, 한국 프랜차이즈 산업의 민낯을 그대로 봤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왕카스테라를 비롯한 대부분의 대만식 카스테라 전문점이 이 과정을 그대로 겪었다. 그러면서도 이들 본사는 위험을 줄이기 위한 어떤 준비도 하지 않았다. 한 프랜차이즈를 20년 이상 운영해온 모 대표는 "최소한 3년의 시간은 복수의 장소에서 점포를 운영해봐야 성공이라 할 만한 노하우가 축적된다"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실제 현장에서 이런 프랜차이즈를 만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충분히 운영해보지 않았으니 노하우가 없다. 계절이나 상권에 따라 상황이 달라지는데 본사는 대응할 정보나 실력이 없다. 자연히 예상수익도 부정확하다. 정부의 규제 역시 전무하다.
영국·프랑스·미국·호주는 물론 중국까지도 가맹사업자 자격을 두고 있는데, 한국은 법인만 내면 누구나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1년 반이 지나도록 소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또 얼마나 많은 기택과 근세가 생겨났을지 생각만 해도 아득하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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